이기권 "호봉제, 기업의 청년채용 기피 원인"

"성과연봉제 반대? 우리 아들·딸이 납득 못 할 것"…노동계 반발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가 노정 갈등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하고 나섰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장 더딘 곳이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조직화된 정규직인데, 이들이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다면 국민들 특히 일자리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아들, 딸 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봉제 임금체계가 심각해지는 청년실업률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기권 장관은 "매년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형태가 기업들이 청년들을 직접 채용하는 것을 기피하게 하고, 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핵심원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장관은 "연공급제는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중장년들에게 갈수록 조기퇴직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어 중장년층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인 비정규직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의 말만 보면, 성과급제 도입이 청년실업, 중장년 조기퇴직, 비정규직 확산 등의 만능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최근 "성과연봉제는 결국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 앞 농성과 9월 총파업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장관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공공과 금융산업 노조들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도입하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발끈'했다.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은 이기권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공기관장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장관이 도리어 노동법 위반을 권장, 옹호하고 성과연봉제가 합리적 개편안인 것처럼 포장해 노동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장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는 임금피크제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더니 임금피크제로 창출한다던 37만 개의 일자리는 어디갔냐"며 "장관이 그렇게 좋아하는 성과평가제를 적용하면 장관은 이미 저성과자로 퇴출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위원장 한상균)도 성명을 통해 "장관은 차라리 전경련 대변인으로 옷을 갈아 입으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 장관은 현재의 청년 실업증가와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내 이중구조 문제, 중장년 노동자들이 겪는 조기퇴출 압박을 연공급형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재벌기업의 주장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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