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 취임 첫 행보는…

'흙수저 당선'에 "똘레랑스 보여준 역사적 선거" 평가

새 런던시장으로 뽑힌 사디크 칸이 취임 후 첫 공식 행사로 택한 곳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추념식이었다.

칸 시장은 8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바넷에서 개최된 추념식에 노동당의 원로이자 유대인인 레비 경과 함께 등장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겪은 유대인 생존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종교와 민족 간 편견과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칸은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런던시장 선거에서 56.8%를 얻어 당선됐다. 잇따른 테러와 시리아 난민 문제로 이슬람 혐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파키스탄 이민 가정 출신의 무슬림이 런던시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칸은 지난 7일 열린 취임식에서도 "모든 런던 시민의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난민과 테러 사태 이후 인종과 종교 갈등 및 포퓰리즘 세력이 유럽 전역을 휩쓰는 상황에서 런던이 다문화와 똘레랑스의 얼굴을 보여준 역사적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는 영국판 '금수저 대 흙수저'의 대결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그의 아버지는 25년 간 버스기사로 일했고 어머니는 재봉사였다. 그는 침실 3개인 런던 공공주택에 거주하며 어린 시절부터 신문 배달을 했고 방학 때는 공사장 막일로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도 했다.

이후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인권 변호사로 일했다. 이때 12년 간 런던의 구의원을 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5년 하원 선거를 통해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반면 그의 시장 선거 맞수였던 보수당의 잭 골드스미스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가를 다수 배출한 명문가 출신이다. 물려받은 유산만 12억 파운드(약 2조 원)이다. 부인도 금융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이다.

칸은 취임 연설에서 "공공주택에서 자란 내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는 비결은 이 도시가 우리 가족과 내게 베푼 기회와 도움 덕분"이라며 "도시가 내게 준 기회를 모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칸은 앞으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4년 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 버스 기사의 아들이자 노동자 권리와 인권의 수호자, 이제는 런던시장. 축하한다"라고 했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를 방문하길 고대한다"고 했다. 파키스탄인민당의 비라왈 부토 자르달리 의장은 "그의 당선을 계기로 영국인들이 파키스탄계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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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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