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지율 0.76% '백 년 정당'입니다!"

[이 주의 조합원] 녹색당의 '국회의원 후보' 하승수 조합원

이번 20대 총선은 민심의 여당 심판이라는 이야기를 낳았다. 이 극적인 이야기에 묻혀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진보 정당의 부진이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에는 (당연하게도) 진보 정당에 관심을 가진 조합원이 많다. 특히 프레시안 조합원에게 친숙한 인물을 만나봤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이번 '이 주의 조합원' 코너의 주인공이다.

하승수 조합원은 공인회계사로 일하다 1998년부터는 변호사로도 일했다. 이후 그는 시민운동에 눈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았고, 이외 숱한 시민단체를 다지는데 힘을 보탰다. 그가 본격적으로 삶의 궤도를 바꾼 건 녹색당 창당 과정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가장 신생 진보 정당인 녹색당은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했다. 하승수 조합원은 2년 임기인 녹색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연임 중이다. 녹색당은 선출직인 공동운영위원장과 공동정책위원장을 남녀 동수 2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탈성장, 생태, 여성 인권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당이라서 그럴까. 우리나라 어느 정당보다 젊고, 여성 비중이 크다. 현재 녹색당 당원의 평균 연령대는 만 40~41세 수준이고, 특히 서울의 경우 30대다. 당원 중 여성 비율이 55% 정도 된다.

하승수 조합원은 프레시안과도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2005년부터 <프레시안> 지면에 소중한 글을 여럿 실은 대표 필자다. 무엇보다 그는 프레시안 협동조합 전환을 승인한 발기인이자, 초대 소비자 조합원 대표 이사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시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 이사직을 관뒀다.

'국회의원 후보 하승수'로서 직접 선거에 참여한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25일 서울 종로구 녹색당사를 찾았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18만2301표를 받아 0.76%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보다 0.01%포인트 오른 결과지만, 목표였던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진보 정당이 하나같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기에, 조금은 우울한 마음일 터다.

"선거 제도 개혁이 정말 중요해요"

하 조합원에게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얻은 느낌이 어떠했는가를 물어봤다. 녹색당은 광화문에 천막 선거사무소를 만들어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하 조합원은 '하승수' 홍보보다 녹색당 정책 홍보를 하는데 더 집중했다.

그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직접 시민을 만나면서 민심이 어떠했는가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한 불신, 혐오가 정말 강하더라고요. 보통 투표는 '내가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표를 준다'는 식으로 진행되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어떤 사람, 어떤 정당이 싫어 투표한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새누리당 180석' 이야기가 안 믿기더라고요."

다만 그만큼 한계도 절실히 느꼈을 터다. 녹색당의 당 색은 녹색이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국민의당과 같다. 실제 많은 시민이 "안철수당 아니냐"고 물어 당황하는 당원이 많았다고 했다. 소수 정당으로서는 어려운 대목이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고 물어봤다. 아픈 대목이다.

하 조합원은 "최소 1~2%는 얻으리라고 기대했는데, 그게 안 됐으니 아쉽다"며 "선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현재 선거 결과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5월부터는 각 지역을 돌며 상향식 의견을 받고, 이를 당 차원에서 최종 정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선거로 얻은 것도 많다고 하 조합원은 강조했다. 무엇보다 당원이 늘어났다. 선거 기간에만 2500여 명이 새로 당원으로 가입했다. 조만간 당원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 사이에서 당에 관한 자긍심이 커졌고, 현실 정치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진 것도 긍정적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당 내에서 선거 제도의 불합리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했다. 하 조합원은 인터뷰 중 이 부분을 가장 강조했다.

"1인 2표제를 실시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유권자가 많아요. 그러니 정당 투표에 집중하는 녹색당은 더 힘들죠. 이런 간단한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죠. 이상한 광고나 만들어서 논란만 일으키고 말이에요." (웃음)

선거 제도 개혁 이슈는 앞으로도 녹색당이 관심 가질 문제가 됐다. 녹색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유권자의 표를 최대한 반영하는 선거 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다.

"정치에 상상력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원내 정당 진입 장벽으로 3%를 정해뒀는데, 이게 곧 철칙은 아니거든요. 네덜란드에서는 이 비율이 0.67%에 불과해요. 세계에 다양한 선거 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이런 논의를 너무 안 해요. 그러니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 나갈 수 없고, 공천 못 받으면 선거에 나가기 힘든 구조가 이어지죠."

▲하승수 조합원. ⓒ프레시안(최형락)

"녹색당은 다릅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적잖은 이는 소수 정당이 연대하거나, 합당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 합치면 원내에 더 많은 진보 정치인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다.

하 조합원은 곧바로 "워낙 많이 받은 질문"이라며 녹색당이 따로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들어 설명했다.

우선, 당의 지향점이 다르다. 녹색당은 생태주의 정당이다. 탈핵, 탈성장이 당의 지향점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노동자 권익을 옹호하겠다는 '친성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이념을 가진 정당이다.

"저는 '탈성장'을 국가 경영 목표에서 '경제 성장률 몇 퍼센트' 개념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제 성장률 올리는 게 우리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경제는 중요하지만, 경제 성장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탈성장을 이야기하면 다른 진보 정당 관계자도 '녹색당은 따로 가는 게 좋겠네요' 하세요." (웃음)

당의 운영 방식도 다르다. 녹색당은 당내 민주주의 관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도입된 제도가 대의원 추첨제다. 다른 정당과 녹색당을 가장 차별화하는 요소다.

녹색당은 평균적으로 당원 30명 당 한 명의 대의원을 뽑는다(지역, 성별, 연령별 안배로 정확한 대의원 대상을 정한다). 이들은 제비뽑기로 뽑혀 임기 1년의 대의원직을 지낸다. 당원이라면 누구나 현재는 198명인 대의원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심지어 광주녹색당, 전남녹색당의 경우 운영위원장도 제비뽑기로 선택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사견입니다만, 저는 우리나라 시민운동 사회, 진보 진영에 엘리트주의라고 해야 할까요? 전문가주의가 남아있다고 봅니다. 녹색당은 이를 탈피하고자 합니다. 정치란 몇몇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당원이라면 누구나 녹색당 운영에 참여하고, 누구나 선거에 나갈 수 있어야죠. 프레시안 협동조합도 대의원 운영에 추첨제를 고려해보는 게 어떨까요?"

하 조합원은 녹색당이 필요한 이유로 후쿠시마 사고를 꼽았다. 우리나라에 녹색당이 생긴 직접적 계기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기존 정치에 관한 생각을 바꿨어요. 우리가 아무리 정치와 따로 떨어져 산다고 해도, 국가 정치가 풀뿌리를 뒤흔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핵발전소는 국가 정치에 떼놓을 수 없는 문제잖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코너의 공통 질문인 '프레시안에 바라는 점'을 놓칠 뻔했다. 하 조합원은 프레시안이 "지금처럼 꿋꿋하게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립 언론은 사회의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있을 때는 공기처럼 필요성을 모를 수 있지만, 없으면 답답한 존재. 녹색당도 어느새 우리 사회의 공기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큰 착각일까.

마지막으로 녹색당 홍보를 한 마디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백 년 가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잖아요? 녹색당은 진짜 백 년 가는 정당입니다. 백 년을 고민해야 할 이슈를 의제화하고, 진짜 백 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보통 사람이 모인 정당입니다. 그러니 프레시안 조합원 여러분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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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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