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박근혜 정부를 응징했나?

[백년포럼]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

여소야대와 새롭게 구축된 3당 체제. 아무도 예상 못한 4.13 총선 민심 앞에 정치 전문가와 여론 전문가들도, 학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질 수 없는 선거에 패한 새누리당, 졸지에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기존 양당의 틈을 비집고 부상한 국민의당의 모두에게 이번 선거는 충격적이다. 이런 총선 결과를 만든 민심을 전문가들과 함께 되짚어봤다.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이 마련한 '4.13 총선에 나타난 민심과 향후 정국 전망' 토론회에서 나온 분석과 전망이다. 2회로 나누어 싣는다.

"보수의 신화가 와해됐다"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퇴행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는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를 비롯한 패널 모두가 입을 모았다.(☞ 김동춘 교수 발제문 보기) 응징의 주체는 세대에 관한 일반론을 깬 20~30대와 50대로 좁혀졌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과거처럼 50~60대가 무조건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약화됐으며, 젊은층 투표율이 막연하게 낮다고 생각했지만 출구조사 결과 20~30대의 투표율이 50%에 육박했다"고 했다.

젊은층의 높은 투표율이 선거 결과를 이끌었다는 점엔 명지대 김형준 교수의 견해도 일치했다. 김 교수는 "투표율을 끌어올린 젊은 세대들이 회고적 투표를 했다"며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의 부재, 금수저, 흙수저 등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전국적으로 폭발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의 핵심은 과거 386세대였던 50대 초반 세대의 반란"이라며 "지역구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 중에서도 13%가 국민의당을 찍었다"고 했다.

"보수의 신화가 와해됐다"(윤희웅 센터장)는 점도 특징적이다. 윤 센터장은 "보수가 경제분야에서 우월하다는 인식이 바뀌었고, 보수정당 지지층도 균열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전자는 먹고사는 문제에 무능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로, 후자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일부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표심으로 드러났다.

김형준 교수도 "경제 민주화로 정권을 잡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정반대로 지나친 보수로 갔다"며 "중도 선점의 법칙에서 멀어졌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과 여당이 내팽개친 중도층이 돌아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버금가는 응징의 분노 투표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정당정치의 관점에 선 학자들에게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선거였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결과가 예상과 달라 특별한 느낌을 주지만 한국 정당정치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 측면에 주목한다"며 "적극적 지지 정당 없이 소극적인 심판권만 있는 유권자가 다수"라고 했다.

그는 "강남 지역의 사례처럼 여권 지지자들은 투표 불참을 선택했고, 야권 지지자들은 교차투표로 딜레마를 완화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민주의 승리 뒷면에는 무이념, 무도덕적인 승리주의밖에 없었다. 정당이 잘해서 승리한 면은 찾기 어렵다"고 평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도 "유권자들에게 괴로운 선거였다"고 했다. 그는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여당은 '과반이 무너지면 큰일 난다'고, 야당은 '몇 석을 못 얻으면 큰일 난다'고 협박했다"며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최악의 선거였다"고 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심판보다 당면한 현실을 어떻게든 바꾸고자 하는 절박함이 더 컸다"며 "현 정부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사회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수장들을 경질하고 야당과 합의 가능한 정책을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여소야대와 국민의당 부상, 3당 체제 안착인가?

이번 선거로 정치지형은 크게 변화했지만, 3당 체제의 순항을 전망하는 견해는 없었다. 실력 이상의 성적표를 얻은 더민주당과 정체성이 불분명한 국민의당이 불안정성의 중심에 있다.

윤희웅 센터장은 "정치변화에 대한 갈망 기류가 표출된 선거"라며 "국민의당의 정당득표율 약진은 구체제, 구질서 변화에 대한 대중의 정서로 드러났다"고 했다. 또한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진보, 중도, 호남의 삼자연합체가 이번엔 국민의당이 호남과 중도층을 흡수하며 해체된 선거"라며 "앞으로 해체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문재인 체제에 대한 반감이 절반 이상"이라며 "호남에서도 국민의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아니기 때문에 호남 수용성이 높은 인물들이 더민주당을 이끌 경우 국민의당도 불안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선거 프레이밍에 실패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와 달리 국민의당이 내세운 양당제냐 다당제냐라는 프레임은 명쾌했다"면서도 "국민의당에 무슨 원칙이 있나. 새정치 한다는 사람들이 더민주를 탈당한 사람들을 모으고 지역구 옮기는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게 안철수 대표가 말한 새정치 맞나. 정책, 인물, 노선에서 전혀 새로운 게 없다"며 "이런 승리를 의미 있는 승리라고 볼 수 있겠냐"고 했다.

박상훈 학교장도 "국민의당이 자신들이 특정 과제에 대해 뜻을 세우고 일관되게 한 점에는 좋은 평가를 내린다"면서도 "3당 체제를 말하지만 향후 한국 정치는 계속된 불안정과 갈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3당 체제가 안정됐다는 건 좋은 해석이 아니다"고 했다.

서복경 교수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것의 여집합"이라며 "국민의당의 존재증명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현 상태를 3당 체제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더민주에 대해서도 "107석이 목표였는데 기대하지 않은 원내 1당이 되는 대형사고가 났다"며 "20대 국회 개원 전에 원내 1당으로서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도 "더민주는 원칙 없는 승리를 했다. 좋은 결과가 나쁜 과정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며 "하늘에서 선물이 뚝 떨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갈등과 불안정성이 노정된 야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서복경 교수는 보수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대기업집단의 이익과 안보기득세력의 이익을 결탁해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유지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위기가 오면 주체를 변화했다. 한 번의 충격 때문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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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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