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눈먼 돈, 공공 병원과 어린이집 짓는다면…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 논쟁의 재조명

국민연금 기금의 일부를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사회 투자 방안을 모색해 볼 시점이다. 한국 국민연금 기금은 오랫동안 수익성 위주로 투자되었고, 당분간 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이 가지는 사회 보장 기금으로서의 성격과 운용 원칙으로 가지는 공공성 실현은 계속 미뤄져 왔으나, 이제 적어도 연기금의 일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제도의 사회적 지속성을 높이도록 투자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대표적인 투자 대상이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이다. 한국 사회 서비스의 문제점 상당 부분은 공공 사회 서비스의 취약성, 즉 지나치게 시장 위주로 구성된 공급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 글에서는 적절한 복지 혼합 구조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노인 장기 요양 시설 서비스, 보육, 재활 부문의 사회 서비스 중 공공 부문 비중이 대략 전체 공급의 20~30%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 하에서, 필요한 연기금 투자 규모를 살펴보았다. 사회 서비스 공급 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는, 조세를 통한 공공 사회 서비스 재정 투입은 여전히 미비한 한편, 사회 보장 기금인 국민연금 기금과 금융 부문 투자 스케일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러한 투자는 저출산, 저고용, 사회 서비스 인프라 미비로 인한 돌봄 공백과 방임 등 사회의 지속성 위기 심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의미가 있다.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한 사회적 편익을 발생시키며, 아동, 노동 세대 등 여러 세대와 국민연금 비수급 노인들도 국민연금으로 인한 편익을 함께 누리도록 만든다.

이런 투자는 국가의 일을 국민연금이 대신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지만, 국민연금 기금의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 수익을 실현하고, 만들어진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를 운영하는 등 국가는 더 많은 책무를 갖게 된다. 또한 연기금 운용의 재무적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이는 투자 방식의 문제이다. 더욱이 이러한 투자가 가지는 사회적 수익은 출산률과 경제 활동 참여율 제고를 통해 국민연금 제도 재정에도 더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점을 준다. 마지막으로 사회 투자에 대한 정치적 위험의 우려는 사회 투자만의 것이 아니라 금융 투자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적 지배 구조를 통해 넘어설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에 요구되는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 규모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전체 방향을 전환시킬 만한 규모는 아니어서 국민연금 기금의 정체성에 대한 모색은 계속 과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필자)

(☞원문 보기 :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 논쟁의 재조명)

국민연금 기금 투자의 공공성 실종, 그리고 사회 서비스 투자 제안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 특히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 공약은 사회적 논의의 계기를 제공한다.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 주장의 배경과 정당성, 그리고 논쟁을 살펴보자.

2016년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500조를 넘어서서 GDP의 3분의 1에 이르고 있다. 2043년까지 더욱 큰 규모로 증가할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정책 기조는 최대 운용 수익을 목표로 금융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승인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주식 투자 비중과 사모펀드나 인프라 투자와 같은 대체 상품 투자 비중을 늘리고, 민간 자산 운용 기관에 대한 위탁 투자와 해외 투자 역시 늘려나갈 예정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99.9% 이상 운용 수익을 목적으로 금융 상품에 투자되고 있어, 공적 연기금 운용의 여러 원칙 중 수익성만이 고려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성과 대척점에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에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공공성 원칙은 그 의미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현재의 투자 행위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 기금을 다른 민간 투자자와 구분짓는 것은 그 거대한 규모일 뿐이다.

공적 연금 기금을 이렇게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이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특히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 기금 일부를 보육, 노인 요양, 재활, 공공 의료 부문의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한 모색과 주장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 주장이 일부 공약으로 제시된 것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 제안의 배경과 효과

이런 제안의 배경은 여러 가지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저출산, 저고용, 사회 서비스 인프라 미비로 인한 돌봄 공백과 방임 등 사회의 지속성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조세를 통한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재정 투입은 여전히 미미한 한편, 사회 보장 기금인 국민연금 기금과 금융 부문 투자 스케일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규모에서도 드러나는데 2009년 11월 국민연금 기금은 런던 HSBC건물을 1조4860억 원에, 2010년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오로라 플레이스를 7570억 원에 사들였고, 석유 제품 수송 업체인 컬러니얼 파이프라인에 1조23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투자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규모의 기금을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투자한다면 어떨까? 증가하는 대체 투자의 일부만이라도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돌린다면 어떤 사회적 결과가 발생할까?

예를 들면, 노인 장기 요양 시설 중 국공립 시설 비중은 2014년 말 기준 2.2%에 불과하다. 150인 규모의 국공립 노인 장기 요양 시설을 335개 짓기 위해서는 1조6750억 원이, 559개 짓는데는 2조7950억 원, 894개를 짓는데는 총 4조4700억 원이 소요된다. 2~5개의 대규모 대체 투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국민연금 기금 금융 부문 투자는 일정한 위험을 수반한 금전적 수익 가능성이 있는 반면,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투자는 낮은 위험을 수반한 비교적 높지 않은 금전적 수익(투자 방식에 따라 달라지지만 채권 투자 방식을 택할 경우 채권 투자 수익률), 그리고 사회적 수익을 발생시킨다. 예컨대, 공공 노인 요양 시설 확충을 통해 잘 관리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일정량 이상 제공하게 되면, 민간 공급자들의 요양 서비스 질 제고를 이끌면서 전체적인 노인 요양 서비스 시장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즉, 국민들이 양질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일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당사자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에 더해 요양 보호사 등 종사자들의 고용의 질을 적정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한 이점이다. 여러 사회적 잇점 중 종사자들 및 가족의 수입 증가는 결국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증가로 이어져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보육 부문의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는 오래 전부터 가장 빈번하게 제안된 것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보육 서비스의 민간 중심성은 오래 전부터 문제된 것이었지만 공공 어린이집 비율은 여전히 5%대에 불과하여 아이 돌봄 서비스 질의 큰 편차, 보육 교사들의 취약한 임금과 불안정성 등이 계속 문제시 되었다. 아이 돌봄 문제는 특히 저출산 문제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고, 보육 서비스 공급 주체의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는 보육 현장, 부모, 학계, 시민, 사회단체와 정치권 사이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역시 보육 서비스의 중심을 공공으로 옮겨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사회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14년과 2015년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개년도 공히 350억 원 정도에 불과하여 현재 전체 어린이집 4만3000여 개 중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현재 5%대에 불과한 공공 보육 시설의 비중을 2027년까지 30%로 늘리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동안 총 1만219개의 보육 시설을 건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투자 규모를 '지역별 공시 지가 및 표준 건축 비용'에 기반하여 추정하면, 총 5조1117억(10년간 연평균 3936억 원)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공공 어린이집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한다면 이는 국민연금 기금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출산률 제고 등을 통해, 그리고 신뢰할 만한 보육 서비스 확충을 통한 여성 경제 활동 참여 증가를 통해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사회적 수익이 결국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는 미래 인구와 경제 활동 인구를 늘리는 것과 직결되어 국민연금제도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과 같은 대규모 공적 연금 기금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일본, 노르웨이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공적 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 사례는 1960~70년대 스웨덴의 공공 주택 건설 투자나 과거 일본 연기금의 요양 시설 및 휴양 시설 투자 등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의, 연기금 규모가 1년치 급여 지출분에 못미치는 독일 공적 연금이 재활 시설 투자를 해온 것은 의미있는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독일 공적 연금은 장애를 입은 사람에게 장애 급여(소득) 지급 전에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재활 서비스는 제공하는 연금공단 재활 시설은 2006년 기준 약 100개이며, 보유 재활 병상은 1만7500개이다. 독일 사례는 연금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사회가 규정하는 연기금의 역할에 따라 사회 서비스에 연금 재정 투자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투자는 재활 이후 장애를 입은 사람이 근로 활동을 지속하여 발생하는 보험료 수입 증가 효과가 재활 기간에 연기금에서 투입한 비용을 훨씬 넘어선다는 추정에 의해 정당화된다.

한국은 2009년 전국적으로 총 4693개의 입원 재활 병상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는데, 6개 권역별 재활 병원 도입 이후에도 재활 시설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그나마 기타 사회적, 심리적, 직업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재활 시설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 결과 한국 장애인의 사회 복귀율은 낮다. 그러나 장애인이 기능을 회복하여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재활 서비스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장애를 입으면 재활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되는 현 상태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에 기존에 민간을 통해서는 제대로 제공되지 못한 재활 서비스를 공공 중심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는데 광역별 거점 병원을 설립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 재활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데 최대 1조53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 사회 서비스 투자의 정당성 : 사회적 수익과 세대간 연대

단순하게 보면, 국민연금 기금의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서 금융 부문 투자를 통한 재무적 수익을 추구할 것인가, 사회적 투자를 통해 차선의 재무적 수익과 함께 사회적 수익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공적 연기금이란 무엇이기에 전통적인 투자가 추구하는 재무적 수익 이외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수익을 추구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의 정당성은 국민연금 기금의 성격과 목적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 기금 투자의 사회적 효과, 특히 사회적 수익 추구는 국민연금이 '사보험'이 아닌 '사회 보험'으로서 갖고 있는 사회성과 관련된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들이 안정적인 사회 보장을 받기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서 기금 운용은 이러한 사회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즉, 사회 보장 기금도 사회 보장 제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운영 역시 공공 복지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이 노후 보장을 위해 사회 연대 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기금이기에 사회 전체에 대한 기여 역시 중요하다. 공공 복지 증진과 사회 발전 목적의 투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책무의 중요한 일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의 존재가 사회적 책무를 본질로 한다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전체 사회 성원의 삶의 안정성과 보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존립 기반이자 본질로 사회 연대를 받아들인다면,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서비스 시설 투자 역시 유력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투자의 사회적 수익은 기금 운용의 사회적 의의를 뒷받침한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적 투자는 세대 간 고른 편익 제공에 기여하여 현 국민연금 제도가 제공하는 혜택의 심각한 불균형을 덜어낼 수 있다. 금융 상품 중심의 국민연금 기금 투자는 수익 최대화가 결국 가입자 복지 증진의 최선의 방안이라고 정당화되곤 한다. 그 수익의 수혜자는 제한적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혜택(급여) 역시 노인 세대의 3분의 1, 향후에도 약 절반에게만 주어진다. 현재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모여 기금을 이루고 그 운용으로부터 금융 수익이 나오고 있는데 이 수익이 노인 세대의 3분의 1에게만 배분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대 간 연대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금 수익의 일부를 아동, 근로 연령대 인구, 국민연금 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 등 국민 전체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사회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사회 서비스 시설 투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중요한 국민연금에게 적합성을 갖는다. 사회 서비스 시설투자는 인프라 투자의 일부로 장기 투자로 적합한 투자이며, 인플레에 대한 안정성 면에서도 이점을 갖는다.

논쟁 : 국민연금 기금 공공 사회 서비스 투자 제안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이제 국민연금 기금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을 보자. 첫째, 사회 서비스의 공공성 증진은 정부 책임이므로 일반 재정을 재원으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는 '투자'로서 투입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투자는 채권 투자 또는 민자 투자 등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서 정부의 일반 재정 투입을 완전히 대신하지 않는다. 즉, 해당 부문에 대한 일반 재정 투입 부담을 여러 가지로 시간적으로 분산시킬 따름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채권 투자, 민자 투자 방식으로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투자될 때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에 일정한 수익을 장기간에 걸쳐 제공한다. 사회 서비스 시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단기간에 일반 예산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기에 국민연금 기금 투자는 정부의 일반 예산 투입 부담을 분산시키는 대안이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여 국공립 사회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실현 가능하도록 분산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시설이 국공립 사회 서비스 시설이 될 때 서비스 질과 종사자들의 고용에 대해 가지는 국가의 책임은 더 커진다. 특히 사회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의 서비스시설 운영 및 관리 책임은 증가한다. 요컨대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는 국가의 사회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연기금이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견인하는 것이다.

둘째,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가 전체 수익률을 떨어뜨려 미래 보험료 부담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낮은 수익률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 사회 투자 반대론의 주요 논거이다. 이는 사회 투자 수익률이 낮다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채권 투자 방식으로 사회 투자를 하는 경우, 이러한 사회 투자의 수익률은 이미 투자하는 국채 수익률에 맞춰진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은 발행 국채의 4분의 1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또한 민자 투자 방식에서도 최저수익 확보는 가능하다. 이에 더해 자산 배분에서 점점 위험 허용치를 높이고 있는 국민연금 운용에서 높은 안정성과 차선의 수익을 결합한 형태의 운용 필요성은 높다.

더욱이 앞서 여러 사회 서비스 영역에 대한 투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재활, 돌봄 부담 경감, 고용 증가, 나아가 출산률 증가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지속성 기반을 강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는 출산률, 경제 활동 참여율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요소의 개선은 투자 수익률 개선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의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들, 예를 들면 더 나은 질의 보육 서비스, 노인 돌봄 서비스, 장애인의 재활 가능성 제고하는 등 사회의 질을 높이는 것은 결국 출산률을 높이고,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여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사회 서비스 투자가 국민연금에 발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수익은 금융 시장의 등락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단기 재무적 수익과 달리 장기적이고, 근본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에 대해 사회적 필요가 아닌 정치적 이유에 의해 투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 위험은 사회 투자의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 커진다. 주거 부문 투자와 같이 대규모 대지 매입 등으로 부동산 시장과 연결된 영역들에 대한 연기금 투자 역시 정치적 위험이 있다. 그러나 금융 부문 투자는 정치적 위험이 없고, 사회 투자는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이분법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금융 부문 투자와 사회 투자 양자 모두 정치적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제어하는 의사 결정 구조가 중요하다. 오히려 금융 시장 투자에 관한 의사 결정은 전문가 중심으로 폐쇄적인데 반해, 사회 투자 대상은 사회적 수요와 가입자 선호를 반영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공개적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 투자 대상을 이미 언급된, 공공 보육, 공공 재활, 공공 노인 요양 서비스, 공공 의료 인프라 등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서비스 영역으로 제한한다면 정치적 위험은 더욱 줄어든다.

남은 이야기

국민연금 기금과 같은 대규모 공적 연기금은 과연 어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 한국에서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연기금 투자를 하자는 제안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이다. 물론 이는 사회 보장 기금으로서 국민연금 기금의 정체성과 관련된, 기금운용 방향으로서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또한 실행 과정에서는 공공이 위탁에 위탁을 거듭하여 공공성이 약화되는 사회 서비스 공급 구조에 대한 제어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재의 사회 서비스 구조에서는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의 효과가 반감된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언급한 수준에서 보육, 노인 돌봄, 재활 부문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를 한다는 것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을 완전하게 전환시키는 것은 아님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와 증가 속도에 비해, 앞서 언급한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장기 요양, 보육, 재활 부문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한꺼번에 투자하여도 그 규모는 전체 국민연금 기금 규모의 5%에도 못 미친다. 즉, 금융 시장 위주의 국민연금 기금 운용 기조가 유지되는 속에서도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는 가능하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의 공공 사회 서비스 인프라 투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이유인 동시에, 사회 서비스 투자를 일부 수행하는 경우에도 국민연금 기금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할 것임을 의미한다. 사회 보장 기금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지급 준비금 역할을 할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적 역할 및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며,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논쟁이 요구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Think Tank 기능과 다양한 지식관련 경제사업을 수행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