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김을동 '무늬만 여자', 우리 삶 알까?"

[2030 '센 언니'들의 정치 수다②]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유권자의 절반도 여성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치의 계절'이 되면 여성은? 사라진다.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에서도 법으로 정해진 여성 할당제는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어느 당은 여성 몫의 비례대표 후보 홀수 자리에 남성을 배치하고도 '당당'하다. 어느 후보의 딸이 얼마나 예쁜지가 화제가 될 뿐이다. '앞으로 정치 하려면 예쁜 딸은 필수'라는 농담의 절반은 진실일지 모른다.

이슈에서는 더 그렇다. 누가 '여성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인지에 대한 논란은 뜨거워도, 결혼과 출산·육아라는 여성의 '몫'에 대한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누구도 진짜 여성의 고민을 듣고 말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이 4.13 총선을 앞두고 무서운 언니들을 한 자리에 모신 이유다. 여성 가운데서도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육아라는 인생의 격변기에 놓여져 있는 2030 여성 8명이 삶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 과격하고, 때로 진지하고, 때로 한숨이 깊었던 '처음 만난'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 시대 여성이 체험하고 있는 '헬조선'의 실상과 그와 괴리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4시간 넘도록 진행된 방담을 총 4회에 걸쳐 싣는다.

△ 송혜교 : 29살.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조카가 두 명 있다.
△ 최화정 : 32살. 연구직이다. 쓸데없이 가방 끈이 길다. 올해 가을에 결혼 예정이다.
△ 전지현 : 31살. 사무직이다. 결혼 안 했고, 아직 예정도 없다.
△ 김연아 : 36살. 16개월 아들이 있다. 결혼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최근에 직장을 구해 '워킹맘'이 됐다.
△ 김태희 : 27살. 제품 디자이너다. 직업 특성상 주변에 여성이 많다. 정규직으로 일하다, 지금 회사로 옮기면서 계약직이 됐다.
△ 황정음 : 34살.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40개월이 된 딸이 있다. 일 때문에 다소 늦게 참석했다.

그 외에 프레시안 여성 기자 2명이 참여했다. 30세 싱글의 '프레시안 기자 1'와 36세로 34개월 아이를 둔 '프레시안 기자2'가 방담에 함께 했다.
1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전업주부, 직접 해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데?"

▲출산률이 너무 낮아 심각한 문제라고들 말하지만, 진짜 대책은 별로 없다. ⓒ연합뉴스
김연아
:
저는 아이 낳기 전날 새벽까지 일했거든요.

모두 : 헉. 독하다.

김연아 : 일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조리원에서 노트북 들고 일했어요. 아이 낳고 남들이 3개월 만에 복직하기에, 나도 그래야지 그러고는 80일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죠. 애는 친정 엄마한테 맡기고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에 면접을 봤어요. 나름 '진보적'이라는 곳이었거든요. 면접관이 "월급이 너무 적은데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괜찮다. 지금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아름답게 포장했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 남편이 돈을 되게 잘 버시나봐요. 남편 월급에 만족하시냐"고….

모두 : 아니, 그런 질문을 왜 해! 무식하게 진짜. 폭력적이야!

최화정 : 애들 학원비 벌려고 온 거 아니냐고 하는 것과 똑같네.

김연아 : 그래서 제가 "하하, 용돈 벌기 위해 온 건 아니고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분들이 질문하신 분을 제지하더고요. 일을 하는 게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 때문도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나도 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1년 넘게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절실히 느꼈는데, 전업주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못 참고 뛰쳐나온 거구요. (웃음)

최화정 : 맞아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만약 그 일을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하게 되면 한 달에 200만 원을 줘야하는 일인걸요.

프레시안 : 저도 전업주부는 못하겠더라고요. 아이가 어려 말도 못 하니까, 저는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 없잖아요. '내가 정말 고립된 섬에 있구나' 싶은 생각?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애 하나 낳고 유별나다"고 하지만, 옛날에는 엄마 혼자 아이를 보지는 않았죠. 대가족으로 살기도 했고, 또 마을 공동체도 있고. 근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화장실도 잠든 아이 안고 가야한다니까! (웃음)

송혜교 : 어쩜 좋아! 여자 화장실에는 아기 기저귀 교체하는 시설이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는 왜 없죠?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는데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나중에는 시어머니가 풍이 와서 엄마가 그 수발을 다 들어야 했어요. 기저귀 교체부터 모든 일을 했죠. 지금 엄마 몸이 너무 안 좋아요. 비행기도 30분 이상 타면 안 돼요. 어디 30분 이상 앉아 있지를 못하거든요. 하지만 우리 아빠는 그렇지 않죠. 지금 엄마가 아픈 게 육체노동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화가 너무 나요.

언니 첫 애 산후조리를 도와주면서 엄마 몸이 더 안 좋아졌어요. 그때를 생각해 봐도 아빠는 진짜 '도와주는' 수준이에요. 아빠가 아기 기저귀 가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잖아요. 잘 못 하니 자연스럽게 일이 분배되지 않는 거죠. 집안일도 남자는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자기 일이라고 생각 안 하죠. 그게 너무 싫어요.

"남자들은 집안 일 조금 도와주고 왜 그렇게 칭찬 받고 싶어 하지?"

프레시안 : 요즘 젊은 남자들은 예전 남자들보다는 도와주는 편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남자들이 '도와준다'고 인식한다는 거에요. 물론, 우리 애들의 애들 세대가 나오면 달라질지 모르지만요. 인식의 차이인 듯해요. 머리로는 알죠. 자기가 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본능적으로는 내 일이 아니라고 느낀달까?

최화정 : 그러니 남자들은 한 번 집안일을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칭찬 받고 싶어 하죠. 제 친구는 자기가 매일 하는 것을 남편이 일주일에 한 번 하고서 왜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모르겠다고 해요.

송혜교 : 회사에서도 우리 남성 상사는 자기가 설거지 하는 걸 티 내요. 칭찬해달라는 거죠. 저는 못 들은 척 싹 무시하는데, 나이 많은 여성분들은 또 다르던데요. "어이구, 우쭈쭈" 이러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죠. 그것도 가끔 못마땅해요. 왜 저런 걸 받아주고 들어주지?

최화정 : 집에서 남편을 조련하던 스킬을 그대로 사용하는 거 아닐까요? (웃음)

전지현 : 우리 이모는 이제 남편한테 일을 시키는 것도 열 받는 대요. 우리 이모부가 사실 집안일을 잘 하거든요. 다만 누가 시켜야지만 하죠. 먼저 알아서는 절대 안 하고. 시킬 때마다 울화가 치민대요. 우리 세대는 맞벌이도 많잖아요. 밖에서 일하는 건 같으니까 그래도 젊은 남자들은 집안일을 나도 해야한다는 인식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송혜교 : 인식의 문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20대잖아요. 친구 세 명이 모였는데 그중 두 명이 결혼했어요. 결혼한 친구네 집에서 명절 전에 모였는데, 그 친구가 "왜 명절에는 시댁에 먼저 가야 하냐"고 하더라고요. 이해가 안 되요.

모두 : 맞아, 맞아!

송혜교 : 그런데 그걸 바꾸려면 또 힘들어요. 왜 굳이 바꾸려고 하느냐는 지적을 받죠. 제 지인 중에는 동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명절 때 각각 서로의 집으로 가더라고요. 그게 맞는 게 아닌가?

프레시안 : 둘이 설사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부모님들 생각은 다르죠. 주변에서 가만히 안 두죠.(웃음)

송혜교 : 제도가 먼저 있어야 바뀌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생활동반자법도 그렇고, 기본소득법도 그렇고, 차별금지법도 그렇고…. 적어도 생활동반자법이 있고, 동거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결혼이라는 제도의 혜택 때문에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지는 않겠죠. 지금은 혜택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는 이도 많이 있어요.

"출산율 진짜 고민이면 '5시 퇴근제' 도입하자"

프레시안 : 워킹맘들이 겪는 어려움도 사실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죠. 말로는 출산율이 문제라고 하면서 고작 내놓는 게 근무시간 탄력제 정도잖아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여자만 탄력 근무하라고 하지 말고, 전체 사회의 노동시간을 확 줄이면 아이 키우면서 일하기가 훨씬 쉽죠. 남자도 일찍 퇴근해서 육아도 도와줘야지, 왜 여자만 일찍 퇴근해서 여자만 애를 보래?

정의당에서 '5시 퇴근' 정책을 이번에 내놓았던데, 그 정도만 되도 좋죠. 사실 6시에 퇴근해도, 어린이집에 가서 애 데리고 집에 또 가서, 저녁 하고 밥 먹으려고 앉으면 9시가 다 되어 가요. 그때까지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움직여도 말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이 다 알아서 하면서 애만 더 낳아라?

최화정 : 출산율을 우리가 왜 굳이 높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마른 상태로 살고 싶은데 계속 먹으라고 하면 폭력이에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건 국가에서 내 아이가 필요하다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국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해요. 이를테면 모두가 퇴근 5시에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겠죠. 그리고 여성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일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해야죠. 여성을 엄마로서 인정해주는 게 필요해요. 패러다임을 바뀌어야 하죠. 일 계속하게 해준다고 다가 아니에요.

송혜교 : 출산율을 높이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지금 우리 정부나 국회의원들은 그런 장기적인 관점이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이 없는 사람들 같아요. 왜 아이를 안 낳는지 여성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아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는 거죠. 오히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국가를 위해서 우리보고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죠. 그분들은 이미 국가를 위해 한평생 헌신한 사람들인데도….

최화정 : 입법하는 사람이 전부 남자인 것도 문제에요. 물리적으로 국회에 여성이 많아져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해결될 수 있어요. 자기에게 체감되지 않는 이슈니까요.

송혜교 : 국회의원 수의 절반을 뚝 잘라서 여성으로 채우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국회의원의 절반을 여성이 맡아 하면, 여성의 문제가 해결될까? ⓒ연합뉴스


"국회 의원 절반은 여성으로 채우면 달라질까?"

프레시안 : 지금 국회에 있는 여성의원들도 그렇고 대통령도 여성이지만, 꼭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여성의 문제를 잘 아는 건 아니에요.

김태희 : 보통 여자의 적은 여자죠. (웃음) 그런 분들은 애 키우는 것을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나도 해봤는데, 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다'라고 말할지도 몰라요.

전지현 : 사실 지금 국회에 있는 사람들은 다 할아버지들이잖아요. 그 분들이 지금의 여성이 느끼는 육아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을까요? 전혀 못 할 걸요. 그 분들 부인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젊은 엄마들이 힘들다고 하면 '나도 다 해봤는데, 니들은 왜 그러니?' 생각하겠죠.

김태희 : 그런 게 여자를 더 힘들게 하는 거 같아요.

송혜교 : 어렸을 때는 국회에 여성이 절반은 들어가야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그때만 해도 여성이라 차별받는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부모님 밑에서 언니랑 둘이서 자랐고, 여자라서 교육을 못 받는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사회에 들어와서 사회적 이슈를 접하게 되니 반은 여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교집합에는 성소수자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죠.

최화정 : 다양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국회 의원 중에 사법고시 출신이 줄어야 사회가 발전하죠.

김연아 : 기본적으로 여성이 많아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여성이 어떤 여성이냐도 중요하죠. 두 가지가 동시에 돼야 해요. 생물학적 여성만 중요한 게 아니고, 여성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여성이어야죠.

최화정 : 맞아요. 나경원이 의원됐다고 장애인 인권이 신장되는 건 아니잖아요.
김연아 : 얼마 전에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나경원 의원을 불러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여성 경력 단절 대책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나경원 의원이 대답을 잘 못 하더라고요.

최화정 : 본인은 경력이 단절 돼 본적이 없으니까.

김연아 : 강연 주제가 그거였는데도 그랬어요.

프레시안 : 주제가 그건데 왜 대답을 못해! (일동 웃음)

김연아 : 그냥 자기가 미리 준비한 본인의 홍보영상만 보여주고 가는 식이었어요. 이게 현실이죠. 여성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거죠.

최화정 : 여성 정치인으로서 올라가려면 이 사람이 여성으로 살면서 어떻게 투쟁했느냐가 나타나야 해요. 예외적 존재로 국회 의원이 된 사람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경원 의원은 매우 예외적인 존재죠.

김연아 : 그리고 한국에서 남성 정치인들은 여성 정치인을 얼굴 마담이라고 생각해요.

최화정 : 자기가 여성성을 드러내면 남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불편한 존재가 되고 그러면 그들이 자기를 얼굴마담으로 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러니 여성성을 드러내지 못하죠.

송혜 : 예전에 김을동 의원이 그런 말 했잖아요. 여자면 좀 모자라 보이고 똑똑해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사실 전 김을동 의원은 본인이 인식은 못하고 있을지 몰라도, 여성이 그런 존재로서 차별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온 발언인 거죠. 본인이 인식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요.

최화정 : 그런데 김을동 의원 며느리가 대표적인 슈퍼우먼 아닌가요? 헌신적이고?

프레시안 : 헌신적이래요? 어디에요? 아이 봐주는 베이비시터 쓰고 저녁에 잠깐 애 보면 누구나 헌신적일 수 있지 않나? (웃음)

송혜교 : 페미니즘은 부잣집 여성에는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프레시안 : 사실 베이비시터나 가사 도우미를 쓴다고 하면, 아예 일을 안 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죠. 월급이 아주 많지 않다면. 사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불안감도 있지만요.

전지현 : 아는 사람 중에 도우미에게 아이 맡겨 키운 사람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불안하지 않냐"고요. 그때 그 사람 말이 "아기를 남에게 맡기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잘 크겠지 이러면서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못 다닌대요. 지금은 그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데, 자기 엄마가 일하는 걸 좋아한대요. 친구 엄마 대부분은 직장을 안 다니는데 자기 엄마는 회사를 가는 게 자랑스럽다고.

"면접 때 '1년 간 아기 안 가진다 약속할 수 있냐' 묻는 회사도 있더라"

프레시안 : 오늘 오신 분들은 다 일을 하고 계시지만, 요즘 20대가 취업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같이 경쟁하면 남성이 더 유리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점수가 같으면 남자 뽑는다는 얘기도 많고요.

전지현 : 사실 저도 언론사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매번 떨어졌어요. 언론사 시험 준비할 때 저희끼리 그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쟨 남자니까 될 거야." 일반 대기업은 몇 백 명을 뽑으니 상관없지만, 언론사는 10명 안팎을 뽑으니까 아무래도 성비를 일부로 맞추는 것 같았어요.

송혜교 : 남자가 술도 더 잘 먹고 그래서 그런가?

최화정 : 신입사원을 뽑으면 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많잖아요. 그걸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리죠. 그동안 이 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 사이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휴직하지 않고.

송혜교 : 결국 여성을 기업이 마음껏 뽑을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그런 거네요.

최화정 : 회사에서 여자 직원에게 줘야 하는 유급휴가, 출산으로 인한 휴직 등을 전부 회사가 감당하게 하니 문제죠. 회사는 사기업이잖아요. 자선단체가 아니에요. 돈을 똑같이 들여서 조금밖에 못 뽑아낼 여자를 뽑겠어요?

김태희 : 그래서 오후 5시 퇴근을 일괄 적용해야 한다니까! (일동 웃음)

김연아 : 얼마 전 언론사에서 일하는 편집기자 선배를 만났어요. 열심히 일하고 평판도 좋은 선배인데, 경기도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오려고 해도 그게 매번 미끌어진대요. 누가 됐나 보면 꼭 남자더래요. 번번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전지현 : 우리 회사는 성비가 여성이 많으니 육아휴직 같은 건 엄청 자유롭게 사용해요. 근데 그래도 애 없는 기혼 여성은 부서 이동할 때 다들 약간 꺼려 하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좀 난감하니까요. 애 있는 기혼여성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요. 애 없는 기혼 여성은 '곧 애를 낳겠지' 다들 생각하는 거죠.

김연아 : 그런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게 있어요. 저도 사회생활하면서 체득한 게 있잖아요. 제가 계획임신을 했거든요. 경력단절 될까봐. 그래서 석사 학위 논문 쓸 때 임신 상태였어요. 아기를 낳고도 바로 작업을 했어요. 역시 경력단절이 될까 봐요. 지금 둘째를 가질 계획인데, 내년에 제가 중요한 시험이 있거든요. 그 전에 아기를 낳으려고요. 그래야 시험 보고 바로 또 취업할 수 있으니까요.

프레시안 : 그냥 둘째를 낳지 마세요. 왜 또 낳으려고 해! (일동 웃음)

송혜교 : 예전에 꿈만 꿀 때는 경력단절이 웬 말인가 했어요. 애를 키우면서 생기는 풍성한 경험이 나 스스로를 크게 하고 그렇게 성장한 나를 회사도 뽑아 주리라 생각했어요.

김연아 :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일동 웃음)

최화정 : 결혼한 제 친구가 이직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 팀장이라는 사람이 친구의 남편이 공무원인 것을 알고는 대놓고 "남편이 서울에서 같이 사냐, 아니면 세종시에 따로 사냐"고 질문을 하더래요.

모두 : 그건 왜?

최화정 : 남편하고 오래 붙어 있으면 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물어본 거죠. 곧 애를 가질 건가 싶어서.

송혜교 : 엑, 사생활 침해예요. 침해!

최화정 : 순간적으로 "부부 금슬이 좋다"고 말을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했대요.

김연아 : 제 친구도 그랬어요. 결혼하고 직장 옮길 때 질문이 그거였어요. "아기 언제 가질 거냐?" 그리고는 "1년 동안 아기 안 갖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했대요.

송혜교 : 어머머.

전지현 : 그런데 회사를 다녀보면 또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빠지는 인력의 공백을 남은 사람들이 채워야 하니까요.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어요.

송혜 : 그래도 우리 노동자들은 다같이 이해해주면 안 되나요?

전지현 : 우리 팀에 누가 새로 왔는데 3개월 만에 아이를 낳는다며 나가봐요. 그 때문에 당장 나는 오늘도 야근, 내일도 야근인데? 쉽지 않아요.

▲여성은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합뉴스


"여성들이 많은 회사, 육아휴직도 자유롭더라"

김태희 : 그런데 그게 모두 여자라면 또 괜찮아요. 모두 여자라면 '나도 언젠가는 아이를 낳을 거니까' 이러고 넘어가요. 그리고 모두가 여자라면 아이가 아파서 집에 간다고 해도 흔쾌히 보내주죠. 앞으로 자기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까.

모두 : 맞아요. 맞아.

김태희 : 저희 회사는 여성이 대다수거든요. 얼마 전 어떤 분이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아기를 가졌어요. 다들 속으로는 '좀 곤란하게 됐네' 생각할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모두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여자가 많으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결국,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해야 달라지는 거네요!

송혜교 : 그런데 이력서 말이에요. 이건 인권위 차원에 결혼 여부, 자녀 유무를 적도록 못 하게 금지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면접에서 물어보려나? 면접에서도 그런 걸 물어보면 신고하게 하고, 엄청난 포상을 주면 되지 않나?

김연아 : 취업은 안 되고 그 포상금 모아서 팔자를 고쳐? (일동 웃음)

김태희 : 제가 들은 얘긴데요. 어떤 여자가 자꾸 아이가 유산돼서 일을 그만 뒀어요. 결국 아이를 가져 낳고 어느 정도 키운 뒤에 재취업을 하려 했대요. 그런데 그 회사에서 "왜 이전 직장을 그만뒀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더니, "그럼 여기서 또 다시 유산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래요. 그 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다고….

프레시안 :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남자겠죠?

김태희 : 여자. 여자였어요. 자기는 그런 거 다 극복하고 자기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모두 : 어머 너무해!

김연아 : 너만 유산했느냐, 너만 고생했냐 이런 정서가 깔려있는 거네요.

최화정 :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환해서는 지금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송혜교 :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사내에서 여성이 성 관련 문제제기를 못 하게 막는 경우도 많아요. 여성이 여성의 문제를 막는 거죠. 예민하게 그런다고. 그러면 문제제기한 여성만 완전 바보 되고 끝나죠.

3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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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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