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고, 못 믿고, 무조건 믿으니 위기다"

[토론회] 독립신문 창간 120주년 -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돌아보다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120년 전인 1896년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을 기리기 위해서다. <독립신문>은 "신문이 없어서는 세상이 컴컴하야 견딜 수 없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만큼(<독립신문), 1898.4.12. 론셜) 독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김영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책임연구원).

120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언론들은 과연 어떠한가? '독립신문 창간 120주년-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돌아보다' 토론회에서 우리 언론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국회입법조사처, 프레시안, 머니투데이 더300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언론학회가 후원했다.

현재 한국 언론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 박용규 상지대학교 교수는 "첫째, 안 읽고, 둘째, 언론 보도에 대해 못 믿고, 셋째, 종합편성채널이나 팟캐스트 보도에 대해 노년층이나 일부 젊은 층은 무조건 믿는다.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위기를 낳은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언론은 개화기에 처음 등장한 이후 식민지 시기,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며 탄압과 저항의 역사를 써왔다"며 "문제는 1987년 언론에 대한 통제가 완화됐는데, 언론 자유를 외쳤지만 정작 언론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해온 역사가 없고, 이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언론도 '87년 체제'를 넘어서지 못한 셈이라는 말이다.

최근 들어 경제적 변동과 기술의 발전의 가속화로 이제 언론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언론의 위기를 단 번에 뛰어넘을 묘책은 없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박 교수는 언론의 다양성을 실현하면서도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언론사 조직의 개혁과 역량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기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윤리의식을 강화하여 뉴스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킨다 수용자들의 합리적인 비판적인 뉴스 이용 능력을 향상시킨다 등을 제시했다.


김사승 숭실대학교 교수는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 정책은 주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언론과 정치, 정부의 관계에서 정책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언론과 소비세력(독자)의 관계에서 정책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며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영희 서울대 책임연구원은 <독립신문> 이후 120년간 한국 언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립신문>의 창간 정신을 되돌아보면서 언론들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언론의 본질과 존재 이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 공공성과 공정성을 개선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기조 발제에서 정 의장 "헤겔의 변증법을 인용해 보면, 보수가 정(正)이라면 진보는 반(反)이며, 이제는 '건강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공존하는 합(合)의 시대"라면서 "'합(合)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언론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은 "언론이 무너지면서 정치도 무너지고 있다"며 "1957년 제1회 신문의 날 표어는 '약자의 반려'였다. 언론은 약자의 편에 서서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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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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