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다리 넷 달린 물고기! 증거는?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내 안의 물고기>

<프레시안>이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사이언스북스와 함께 특별한 연중 기획을 시작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한 권의 '과학' 고전을 뽑아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서평 대상으로 선정된 고전 50권은 "우리에게 맞춤한 우리 시대"의 과학 고전을 과학자, 과학 담당 기자, 과학 저술가, 도서평론가 등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2015년에 새롭게 선정한 것입니다.

진화란 멸종의 역사다. 멸종으로 생태계에 틈새(niche)가 생기면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여 그 자리를 차지한다.

육상이라는 새로운 터전이 생겼을 때 바다에 살던 척추동물이 육상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먼저 민물로 옮겨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민물과 육상을 오가며 양쪽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 후 슬며시 육상으로 삶의 터전을 완전히 바꾸고 말았을 것이다. 실제로 3억8500만 년 전 지구 암석에는 평범한 물고기 화석들이 흔히 나온다. 3억6500만 년 된 그린란드 암석에서는 어류로는 보이지 않는 척추동물 아칸토스테가 화석이 나온다. 이 화석에는 목, 귀, 그리고 네 다리가 있다. 양서류 화석이다.

이 이야기가 완성되려면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 형태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그 중간 형태를 찾을 것인가? 간단하다. 3억8500만 년 전과 3억6500만 년 전의 중간 시대, 그러니까 3억75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 끈기와 운이 바로 그것이다.

시카고 대학교의 해부학 교수인 닐 슈빈은 약 3억7500만 년 전의 데본기 암석에서 중간 화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북극의 엘스미어 섬에서 여기에 딱 맞는 노두(지표에 드러난 암석이나 광맥)를 찾았다. 그의 팀은 북극 지방에서 악전고투 끝에 살덩어리 같은 엽상형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 화석을 찾았다. 이 이상한 물고기는 크기가 큰 것은 274센티미터에 달했다. 닐 슈빈은 이 물고기에 틱타알릭(Tiktaalik)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스키모 말로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틱타알릭에는 물고기처럼 아가미와 비늘이 있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팔이 달려 있었다.

틱타알릭을 두고서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화석은 우리 조상들이 물을 막 떠날 무렵의 모습을 담고 있다"면서 "창조 과학자들의 주장에 강력한 반증을 찾았다"고 평했다.

▲ <내 안의 물고기>(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 ⓒ김영사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 단계가 발견되면서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했다는 가설은 이론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양서류로 옮겨가는 과정이 모두 해명된 것은 아니다. 땅에서 살기 위해서는 다리가 필요하다. 물고기 가운데 다리와 비슷한 엽상형(葉狀形)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가 최초의 양서류 조상의 후보에 올랐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리피디스티안과 1938년 살아있는 동물로 발견된 실러캔스(Coelacanth)가 그 주인공이다. 어쨌든 이들은 물에 살던 어류다.

어류에서 양서류로 옮겨가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화석은 그린란드에서도 발견되었다. 3억7500만 년 전 틱타알릭이 등장한 후 아칸토스테가와 익티오스테가가 그 뒤를 이었다.

익티오스테가는 잘 발달된 발을 가지고 있지만 물고기처럼 꼬리도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익티오스테가는 발 달린 물고기일까, 아니면 물고기를 닮은 양서류일까? 익티오스테가는 발이 있지만 물속에 잠겨서 부력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육상에서는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익티오스테가는 양서류라기보다는 발 달린 물고기였다. 설사 익티오스테가가 육상으로 진출했고 아가미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많은 물고기들처럼 공기를 꿀떡꿀떡 마시거나 피부를 통해 산소를 흡수하는 식으로 호흡했을 것이다.

익티오스테가가 발생한 시대는 데본기 말기로 대기 산소가 낮았다. 즉, 멸종이 일어났던 시절이다. 다시 말하지만 진화는 그렇게 일어난다. 생존 조건이 나쁠 때는 생물 종의 수는 줄어들지만 이때 새로운 몸의 설계가 일어난다. 산소가 낮은 시기는 진화에 적기였다.

양서류의 조상일 가능성이 익티오스테가보다 더 큰 동물은 페데르페스다. 페데르페스 역시 물에 살던 사지동물이다. 페데르페스처럼 물에 살던 사지동물에 허파가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준비 과정은 복잡했다. 부력이 있는 물을 벗어나 공기 중에서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손목, 발목, 등뼈 그리고 어깨띠와 골반이 변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비로소 최초의 육생 양서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허파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등뼈와 흉곽이 변해야 했으며 원시적인 허파를 완성하려면 복잡하고 표면적인 넓은 주머니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주머니 내부 표면 전체에 혈관이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순환계에도 변화가 일어나서 이곳으로 피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과정은 생명의 내부 구조를 전체적으로 바꿔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무수히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그걸 말해주듯이 물고기에서 양서류로 전이하는 중간 화석이 이미 5종이나 발견되었지만 소위 창조과학자들은 여전히 중간 화석과 잃어버린 고리 타령을 하고 있다.

틱타알릭은 어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틱타알릭은 우리 몸에도 남아 있다. 틱타알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였다. 틱타알릭이 작은 뼈 몇 개를 잃어버린 덕분이다.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그리고 사람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인체 골격의 모든 부분의 속성이 틱타알릭을 거쳐 물고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는 팔다리와 목 같은 해부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후각,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까지 포함된다. 이걸 두고서 닐 슈빈은 틱타알릭을 '내 안의 물고기(Your Inner Fish)'라고 표현했다.

나는 최근 30대 젊은이들과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Your Inner Fish)>(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를 함께 읽고 토론했다. 이 책에 대한 몇 친구의 느낌을 덧붙인다.

"책을 읽으면서 해부학을 통한 진화론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들었다. 인체의 주요 기관들이 어디에서 유래되고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갖추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과정들이 마치 레고 블록들을 쌓고, 또는 그 블록들을 빼고 넣으면서 현재의 완성된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는 듯 흥미로웠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 몸의 모든 기관들과 그것들이 작동하는 원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와 근원이 있었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종의 생존을 위해 생명은 자원의 최대 효율을 끌어내는 과정을 수십억 년 반복해 오고 있다." (함경석)

"프랑스 소설의 책 이름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내가 물고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새로움을 안겨다 주었다. 원숭이가 나의 조상이다에서 더 올라가 물고기로 진화를 설명해 줄 뿐 아니라 각각의 기관들을 비교, 대조하면서 그림과 함께 풀어주니 친절도 하고 재미도 지고 보는 내내 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이수지)

"사람 혹은 모든 동물의 생체 기관들이 물고기에서 시작된 한 가지 과정의 변주의 결과들이라니 극히 단순한 규칙인데 나의 세계관을 흔들 정도로 엄청난 이야기다. 우선 진화론 산책을 통해 개념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었던 종 간의 연결고리를 각 기관별로 조목조목 화석의 발견과 유전자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보여주는데, 내 머릿속에 경종이 울리는 감동을 주었다." (김은숙)

"한없이 나는 겸손해져야하고 내가 이루어져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몸의 기원을, 생명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경이를 표할 수밖에 없다."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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