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등장'에 새누리도 좌클릭…"무상급식"

[4.13 총선 격전지 10] ⑧ 경남 창원 성산…강기윤 vs. 노회찬 vs. 이재환

<프레시안>은 4.13 총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를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의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편집자.

지난 3월 31일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한 재래 시장. 노란 점퍼를 입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연설단에 올랐다. "반송 약국 약사님"과 "수성횟집 사장님", "대영 부동산 소장님"에게 인사를 건넨 노회찬 후보는 익숙한 솜씨로 마이크를 잡았다.

"왜 홍준표 도지사가 도민 반대에도 무상 급식을 중단시켰습니까? 일당 독재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시 국회의원 다섯 명 중에 다섯 명이 다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 급식 중단할 때 안 된다고 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습니까? 창원에서 야당 의원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상 급식' 이야기가 나오자 시장에서 장을 보던 몇몇 여성 유권자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노회찬 후보는 자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야권 단일 후보'임을 강조하며 "새누리를 이기고 민생을 살리겠다"고 홍보했다. 법안 1호로는 '정리 해고 제한법'을, 법안 2호로는 '홍준표 방지법', 무상 급식 법제화를 내건 그였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에 지키지 않는 것들만 모아놓은 이른바 '진박 10대 공약'도 눈에 띈다. '재벌 총수 일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일감 몰아주기 이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내건 노회찬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버린 민생 공약을 살리는 노회찬이야말로 진박"이라고 강조했다.

▲ 3월 31일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반송 시장에서 첫 선거 유세에 나섰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창원시 성산구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놓았다. 강기윤 의원은 성산구의 한 아파트촌 앞에 "학교 급식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의무 교육에 따른 의무 급식' 2월 무상 급식 정상화, 강기윤이 힘썼습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걸어 놨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해 말 새누리당 경남도의원 연찬회에서 '무상 급식 중단 사태'에 대해 "홍준표 도지사의 숭고한 뜻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기윤 의원의 '좌클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 홍보물에는 "근로자를 대변하는 새누리당의 대표 주자"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이날 성산구 가음정 사거리 유세장에서 만난 강기윤 의원은 "성산구에 운동권과 노조 세력이 많은데, 진짜 서민을 대변해야지 무조건 반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노회찬 후보를 견제했다. '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은 노동자에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강 의원은 "노동 개혁이라는 말이 노동자를 억압한다는 느낌이 있으니 (노동자들이) 그게 싫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노사 관계 선진화법'이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정치 1번지, 창원 성산…독특한 인구 구성

새누리당 의원도 '좌클릭'한 이유는 창원 성산이 경상남도에서 유일한 '진보 정치 1번지'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성산구는 국가 산업 단지가 위치한 특성상 제조업 노동자들이 많고, 민주노총의 조직세도 강한 곳이다. 17대,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배출한 곳도 이곳이다.

최희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직국장은 "창원은 울산과 비슷한 도시다. 산업 단지가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 평균 소득이 높고,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면서 "조직 노동자와 고학력 중산층인 화이트칼라가 많아서 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973년 박정희 정부가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을 쓰면서 산업 단지를 만든 이후로, 외지인들이 대거 노동 인구로 유입된 것도 성산구의 특징이다.

성산구의 유권자 인구 구성도 흥미롭다. 노인 인구가 경남도 평균보다 절반 이하이고, 20~40대 인구가 많다. 40대 인구가 26.9%로 가장 많고, 만 19세를 포함한 20대와 50대 인구가 21.4%로 공동 2위다. 30대가 18.2%로 3위이고, 60대 이상은 12.1%에 그친다. 경상남도 전체 인구가 60대 이상(24.7%), 40대(21.8%), 50대(20.7%), 30대(17.9%), 20대(14.8%) 순으로 구성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경상남도와 창원시 성산구의 유권자 비율. (2015년 4월 말 기준인 창원시 인구는 공공 데이터 포털에서 재가공했다. 2015년 말 기준인 경상남도 인구는 통계청 자료에서 재가공했다. 창원시 20대 인구에는 만 19세가 포함되고, 경상남도 인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이런 지역 특성 탓에 창원 성산에서는 여당 후보는 한 명이지만, 야권 후보는 여럿이었다.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49.8%를 받아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37.8%), 열린우리당 박무용 후보(12.38%)를 이겼다. 18대 총선에서도 권영길 의원은 48.19%를 받아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44.66%), 통합민주당 구명회 후보(4.97%), 평화통일가정당 황성배 후보(2.16%) 등 무려 3명을 제쳤다.

19대 총선에서는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됐다. 강기윤 의원의 득표율은 49.04%였는데,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43.8%)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7.1%) 득표율의 합은 50.9%였다. 야권이 단일화를 했다면 승패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정의당-국민의당 삼파전 될 듯

▲ 유권자의 소리를 열심히 듣겠다는 의미에서 분장을 하고 3월 31일 창원시 성산구 반송 시장에 나온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 ⓒ프레시안(김윤나영)
20대 총선을 앞두고 성산구 후보로는 세 명이 등록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후보,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다. 노회찬 후보는 무소속 손석형 후보와 1차 단일화를 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2차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 35세인 이재환 후보는 "저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창원에서 나온 흙수저 출신의 토박이"라며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청년이 많은 성산구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환 후보는 "주민들이 기존 정당을 바꿔야 한다, '묻지 마' 야권 단일화는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제가 출마를 포기하면 청년 입장을 대변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환 후보는 '청년 고용 의무 5% 할당제', '청년 구직 수당 지원',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도입',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임을 알리기 위해) 담뱃값 2500원으로 원상 회복' 등의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강기윤 측 "예전엔 노동자들이 새누리 명함 찢었지만…"

삼파전이라고는 하지만, 노회찬 후보의 높은 인지도는 초선인 강기윤 의원에게는 껄끄럽다. <부산일보>가 '한국 사회 여론 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3월 23일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강기윤 의원의 지지율은 40.9%로 노회찬 후보(27.6%)와 더민주 허성무 후보(15.9%)를 합친 지지율(43.5%)보다 낮게 나왔다. 이재환 후보는 4.2%를 받았고, 무응답은 11.4%였다. (창원 성산 유권자 762명 대상 조사.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 선거 여론조사 공정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위기의식 탓인지, 강기윤 의원은 자신이 창원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노회찬 후보를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는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후보의 더불어민주당과 한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야권 단일화가 성산 구민에게 무슨 실익을 가져오는지 모르겠다. 야합 정치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관련 기사 : 노회찬, 더민주-정의당 단일 후보로 확정)

강기윤 의원 보좌진도 "예전에는 새누리당 명함을 주면 여기 노동자들이 받지도 않고 찢어버렸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면서 "단일화되면 박빙이겠지만, 지금은 삼자 구도이지 않느냐"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회찬 후보가 토박이가 아니라는 점도 강기윤 의원에게는 유리하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3월 31일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 사거리에서 퇴근 인사에 나섰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노회찬 후보 측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노회찬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창원 산업 단지에 입주한 제조업, 기계업, 자동차 부품업 등이 '성숙 산업'이 돼가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실직에 대한 불안이 높다"면서 "정부가 홍준표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내세워 '창원 산단 구조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여기에 노동자와 시민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산업 단지에 남편을 두고 있다는 이숙이(55) 씨는 "노회찬이 대통령감"이라며 "세상 천지에 없는 서민이 없는 사람 찍어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 지역에서 38년간 살아온 최낙운(63) 씨는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안정시키려면 여당이어야 한다"면서 "나도 서민층이지만, 이 동네 출신 강기윤 의원이 어려운 사람을 대변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반송 시장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명자(가명.76) 씨도 "(강기윤 의원이 지난 4년간 재래시장에) 자꾸 오니까 정들어가지고 1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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