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그 후' 마포…'젊은 부자' 표심은?

[4.13 총선 격전지 10] ⑤서울 마포…노웅래vs. 안대희-강승규 단일화는 '글쎄'

<프레시안>은 4.13 총선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가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의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편집자)

서울 서부권의 중심지이자 대학가가 많은 '젊은 도시' 마포. 마포만큼 '스윙 보터'의 정의를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지역도 없다. 주요 선거 때마다 초접전지였던 마포는 여야 모두에 반드시 접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서울에서 이기는 당은 마포에서도 이겼고, 서울에서 이기는 당이 곧 총선에서 승리했다. 마포는 총선 승리의 바로미터(잣대)이자, 부동층의 민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풍향계다.

지난 몇 차례 총선 결과들만 놓고 보자. 16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총 273석 중 112석을 확보했던 한나라당이, 마포갑과 마포을 양쪽에서 새천년민주당(지역구 96석 확보)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4년 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몰아쳤던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노웅래(마포갑)·정청래(마포을) 후보가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뉴타운 바람이 선거 정국을 휘감았던 18대 때는 결과가 뒤바뀌었다. 마포갑에서는 한나라당 강승규 후보가, 을에서는 한나라당 강용석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4년 뒤 19대 총선. 노웅래·정청래 후보가 두 선거구를 재탈환하며 민주통합당 수도권 승리의 한 장면을 만들었다. 당시 노웅래 후보(54.25%)와 새누리당 신영섭(42.83)의 득표율 차이는 11.42%포인트였다.

이렇게 여야가 일진일퇴의 대결을 벌여 온 마포의 18대 대선(2012)은 박빙의 승부 끝 야당 승이었다. 투표자 수 24만3000명 중 10만7000명(득표율 44%)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3만4000(55%)명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전통적으로 야당 세가 강한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새누리당으로서도 '노려볼 만한 서울 지역구' 인 곳이다. 후보가 아닌 정당에 대한 이 지역의 지지율 조사에선 대체로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약 10~13%포인트 차이로 앞서곤 했다.

▲ 안대희 전 대법관과 강승규 전 의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마포구갑 공천 면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마포갑을 경선 지역으로 선정하지 않고 안 전 대법관을 단수로 공천했다. 강 전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 ⓒ연합뉴스
與野 일진일퇴 마포…안대희-강승규 단일화는 '글쎄'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다양한 변수가 더 등장했다. 마포갑의 경우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의 향방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또 뉴타운 개발이 끝난 후 새로 이곳에 정착한 고소득 신규 유권자들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미지수다. 타 지역과 비교해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20~40대 유권자 표심의 향배도 물론 중요하다.

마포갑은 현역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대법관 출신의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 등이 경합 중이다. 새누리당이 마포갑을 당내 경선 지역으로 선정하지 않고 안 전 대법관을 단수 추천한 결과, 이 지역에서 여당 후보로 지난 시간 준비해 온 강승규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뛰고 있다. 국민의당 홍성문 후보와 복지국가당의 이상이 후보까지 총 5명의 후보가 선거전을 치르는 중이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8일 보도한 엠브레인 조사에서는 노웅래 의원이 41.9%의 지지율을 얻어 안대희(27.5%), 강승규(10.5%) 후보를 앞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홍성문 후보의 지지율은 4.4%였다. 안대희-강승규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승패의 큰 변수인 셈이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권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안 후보나 무소속의 강 후보나 양쪽 모두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안대희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를 두고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내심 강 후보가 지난 시간 얻어 온 지역 지지세가 서서히 새누리당 후보에게로 기울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비박계 학살' 공천 이후 새누리당에서도 이 같은 '여-여' 경합 선거구가 여럿 생겼다. 이런 지역들에서의 '적(赤)-백(白)' 기 싸움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29일 "무소속을 찍는 것은 결국 야당을 찍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승규 후보는 바로 이튿날인 30일 "그렇게 체면을 버리고 대놓고 윽박지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라고 맞받았다.

강 후보는 이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조진형(인천 부평갑) 후보와 함께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안대희 후보 쪽으로의 여권 단일화 가능성은 상당히 작아 보인다.

한편, 마포을에서는 "정청래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한 손혜원 더민주 홍보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성동 전 의원이 맞붙고 있다. 손 후보로선 정 의원의 지역구를 수성해야 하고, 김 의원은 4년 전 패배 설욕에 나선 상황이다. 이 외에도 더민주의 손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벌였던 정명수 정책위 부의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서 있다. 또 국민의당 김철 전 대통령 비서실 정무보좌관, 정의당 배준호 청년선대본부장, 노동당 하윤정 여성위원회 대의원도 뛰고 있다.

▲ '행정자치부가 반상회를 통해 국정 역사 교과서 지지 여론을 조성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기자회견 장면. 사진은 지난해 10월 모습이다. 노 의원은 2013년 신세계 이마트의 대규모의 불법 파견과 부당 노동행위 의혹 등을 파헤쳐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뉴타운' 새 주민, 표심 어디로 기울까

마포갑의 경우 단일화 외에도 신규 인구의 표심이 큰 변수다. 마포 공덕동과 북아현동 등 뉴타운 지역에는 지난 4년 동안 약 2만 세대가 새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만 세대면 '초접전'이란 마포 선거전의 특성상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숫자다. 그리고 이들 신규 유입 인구는 래미안이나 자이 같은 고가의 아파트 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다. 전통적 야당 강세지였던 마포에 지난 4년간 커다란 지각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함께 주목할 점은 이런 신규 인구의 유입에도 마포 전체 인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 통계를 보면, 2월 말 기준 마포 지역 거주자는 약 38만 명이다. 외려 4년 전인 2012년보다 3000명이 줄었다. 뉴타운 입주로 세대수가 늘어났음에도 인구는 되레 줄어든 것이다. 이는 뉴타운 구역으로의 신규 인구 유입과 함께 토박이 인구의 유출 또한 동시에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아울러 4인 가족이 2~3인 가족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인구 구성 변화를 이점으로 보고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가보니 강남에서 오셨거나 부모님은 강남에 사는 젊은 부부들이 많더라"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텃밭' 강남의 선거 표심이 뉴타운을 바람을 타고 마포로 이주해 온 새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발현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마포와의 연고라고는 중학교 졸업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는 안 후보로선 괜찮은 조건이다.

반대로 마포에서 3선을 노리고 있는 토박이 노웅래 의원의 입장에선 종전과는 사뭇 다른 선거구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노 의원은 대표적인 '2세대 정치인'이다. 재작년 별세한 그의 부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은 마포에서 5선을 했었고 1,2기 마포구청장도 지냈다. 대를 이어 '마포 정치인'으로 살아 온 노 의원이 "떴다방처럼 분양 끝나면 철수하는 뜨내기 정치인에게 마포를 맡길 수는 없다(24일 후보 등록 당시)"며 발끈한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다만 이런 인구 이동이 연령대별 인구 구성을 크게 흔들어놓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마포의 변화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다고만 볼 수는 없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 사이 마포의 20대 인구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2년 15.15%, 2016년 15.2%) 30대는 20.3%에서 18.7%로 1.6%포인트 줄었고, 40대 50대 60대는 약간씩 늘어났다. 40대는 16.4%에서 17.1%로 0.7%포인트, 50대는 13.6%에서 13.9%로, 60대는 7%에서 8.1%로 늘었다. 마포는 여전히 '젊은 동네'인 것이다. 최근 들어 '젊은층=야당 지지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는 있지만, 어쨌든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인 수준인 노년층의 비중이 작다는 점은 노웅래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뉴타운 열풍은 과거 한나라당이 치밀하게 설계한 '욕망'의 바람이었다. 이에 힘 입어 한때 강승규·강용석 두 한나라당 과거 후보에게 이 지역 표심이 쏠렸다. 비록 적은 표차(18대 총선 결과: 강승규 48.05 노웅래 45.38. 표차 1680 / 강용석 45.94 정청래 37.88. 표차 6397)의 신승이긴 했으나 이를 한 순간의 허깨비였다고 볼 수는 없다. 19대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난 4년 사이 이 지역으로 한나라당의 뉴타운 정책 소비자들이 대거 수혈됐다. 같은 이유로 이삿짐을 싸야 했던 토박이들 중 일부도 여전히 같은 생활권에 있다. '뉴타운 그 후 마포'에서 이들의 표심은 각각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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