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김종인 대표 측근들이 나섰습니다. 한 핵심 측근은 "이번에 보니 친노 패권주의라는 게 굉장히 뿌리가 깊고 원외에 아주 많다"고 말했고, 다른 측근은 "운동권과 강경파 친노 세력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위 결정에 대해 쏟아낸 이 말들을 듣다 보니, 절로 드는 게 있습니다. 바로 기시감입니다.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을 때 안철수 대표와 주변 의원들이 합창했습니다. 혁신안은 미흡하고 친노 패권주의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탈당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당무위와 중앙위에서 토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된 혁신안을 주관적 잣대를 앞세워 미흡하다고 내쳤고,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을 패권주의의 소산으로 내몰았습니다.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때 그 인사들의 주장과 지금 이 인사들의 주장이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음은 달라도 뜻은 같습니다. 이음동의어입니다. 나의 뜻과 다른 결정이 나면 그건 패권주의의 소산입니다. 자신은 피해자고요.
하지만 이런 논법이야말로 패권주의를 뛰어넘는 유아독존식 태도입니다. 다수의 의사결정을 패권주의의 소산으로 치부해버리는 사고는 '내 생각이 옳다'는 자의적 전제에 기초해 있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대표가 그랬죠? 엊그제 당무 거부에 들어가면서 "총선 이후 (대표직을) 던져버리고 내가 나오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으냐?"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비례 2번에 셀프 공천한데 대한 비판 여론에 이렇게 맞대응했습니다.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내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가 없다"고요.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자신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고, 대통령 후보 자리도 양보했다면서 그러는 동안 당신들은 뭘 했냐는 투로 다그쳤습니다.
김종인 대표는 혜안의 리더로, 안철수 의원은 헌신의 리더로 셀프 설정한 뒤 무한한 정당성을 셀프 부여하면서 '따르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내가 옳으니까 따르라고, 옳은 데 따르지 않는 건 음험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음험한 의도는 친노·운동권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강변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다른 듯 같은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를 발견합니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을 절대화합니다. 자신의 입장과 위치에 절대성을 부여함으로써 패권을 뛰어넘는 전제권력을 지향합니다. 이의와 반대에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합니다. 이건 분명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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