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의 카페? 변절하든가 망하든가!

[초록發光] 돈을 벌려면 에너지를 써라?

최근 나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가장 많이 망하기도 한다는 카페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년을 환경, 기후 변화, 에너지만 고민하던 활동가이자 연구원인 내가, 커피를 사기만 했지 팔아본 적도 없던 내가, 장사의 영역으로 넘어오니 에너지 문제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것이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는 주차장이 넓어서 차를 가지고 오기 편해야하고, 낮은 건물이라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 상점 안은 인버터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있어 비효율적이지만 냉난방기를 시야에서 가려준다. 마지막으로 설치는 되어 있지만 잘 쓰이지는 않는 비데가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어야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괜찮은 곳이라고 인지한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처음 배운 장사의 영역에서 에너지를 대하는 자세다.

적정 온도를 이야기하고, 인버터 냉난방기의 비효율성을 이야기해왔던 내가 이런 첫 경험을 통해 내면의 갈등이 시작될 즈음 또 다른 충격을 받게 됐다. 왜냐하면 상업용 전기제품의 전력 소비는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스무디나 주스를 만드는 블렌더는 상업용이 1.3킬로와트 정도는 넘어줘야 쓸 만하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업용 커피머신은 4킬로와트가 상시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일반 가정의 계약 전력이 3킬로와트인 것을 감안하면 커피 머신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영업용 제품에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용처럼 눈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마음먹고 한 걸음 한 걸음 장사의 영역으로 들어설수록 나는 에너지나 기후 변화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무엇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 걸까? 의식 없는 사업자의 문제인걸까? 그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문제인걸까? 아니면 이것을 방치한 제도의 문제인 걸까?

아직은 먼 이야기, 탈핵과 에너지 전환

암묵적으로 우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도록 강요받고 강요하는 것은 한국의 중앙 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맹점일 것이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시스템, 그래서 내가 장사를 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수입과 지출로 나가는 에너지 비용으로만 대변되는 시스템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수익만 나면 그만인 것이 된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여름철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것으로 에너지의 과소비를 막고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에너지 컨설턴트들이 육성되고 이들은 전반적인 에너지 컨설팅뿐 아니라 여름철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영업점을 단속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벌금이나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한 방식밖에 없는 것일까?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사고 5주기다. 근 5년 동안 탈핵과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대해 많이 떠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신, 재생 에너지를 통한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떠들던 그곳에 시민들은 얼마나 있었는 고민해본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금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떠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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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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