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이제 김정은 코스프레까지 하나?"

[초록發光] 한반도 비핵화 끝장내자는 새누리당

미국의 정신은 'democracy(민주주의)'가 아니라 'gunocracy'라는 말이 있다. 굳이 우리말로 고치자면 '총주주의(銃主主義)' 정도 되겠다.

시민이 아닌 총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의미인데, 미국의 총기 보유 현황을 보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엔 개인 명의로 등록된 총이 3억 정을 헤아린다. 미국 인구가 3억 명이니 전 국민이 무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 명의가 아닌 기관이나 군대에 있을 총기까지 생각하면 미국인은 개개인이 하나의 군대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총기 사고도 잦아서 하루에도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대형 총기 사고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선 총기 규제 여론이 들끓지만,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 소지야말로 미국의 정신이라고 강변한다. 미국 독립 전쟁 시대부터 총기는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는 도구였고, 약자가 강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거기에 총기를 가지고 있으면 폭력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더해졌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00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연구 팀이 필라델피아에서 2.5년간 일어난 총기 사고를 분석해보니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총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4.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칼이나 주먹 등 다른 수단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도 4.2배나 높았다. 자기 방어를 위해 총을 꺼내는 순간 총에 맞아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더 상승했다. 게다가 총기 난사 사고의 경우 60%를 넘는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가 폭력을 억제한다는 것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이는 대부분의 무기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집에 칼이 있다고 도둑 안 드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 여당의 원내 대표라는 사람이 가장 폭력적인 무기인 핵을 가지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유철 의원이 조건부 핵무장을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국회 교섭 단체 대표 연설로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여파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 원유철 의원은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핵 억제력'이라는 건데, 원유철 의원은 '핵 억제력'이란 단어가 2003년 북한이 외무성 기자회견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처음 사용한 말이란 걸 알기나 하는 걸까?

원유철 의원 생각대로라면 자신이 북한의 논리에 동조하는 양상이니 자기모순이다. "평화의 핵"이란 표현도 기시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매번 강조하는 말이다. 이쯤 되니 새누리당과 조선노동당이 여권 연대를 하고 있다는 진보 정당들의 비아냥이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핵을 향한 불굴의 의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새누리당 중진인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당 원내 대책 회의에서 핵연료 재처리를 사드 배치와 연계해 처리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우라늄을 고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건 국제 사회에서도 수용하지 않는 것이 대세다. 쉽게 무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적 이용'이란 수사가 빠짐없이 등장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탈핵 움직임을 정면에서 거스르는 제안이다. 새누리당으로서야 무기가 아닌 에너지 부족 문제라고 얘기하고 싶겠지만, 이미 전력 소비량이 정점에 있고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화 가능성이 높은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다시 언급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정치의 원칙이자 우리의 희망이다. 또 핵무기를 넘어 핵 발전까지도 포함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원칙을 먼저 깬 건 북한이다. 어떤 변명으로도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이 원칙을 깼으니 우리도 깨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건 더 이해하기 어렵다. 이웃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나도 저질러도 된다는 식의 소리는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이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집권 여당의 핵심 인물들 입에서 나왔다는 게 북한 핵실험보다 더 충격적이다.

원자폭탄 개발에 원치 않은 공을 세웠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 후 철저한 반핵주의자로 살았다. "평화는 무력으로 유지될 수 없다.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유명한 말도 그런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이 '악(惡)'이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악'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이 그렇고, 이때랍시고 핵무장을 하자는 새누리당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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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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