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생각 없어서 참사 당했다?"

[토론회] 4.16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앞으로 가야할 길

2014년 4월 16일 오전, 기울어지는 세월호 앞에서 해양 구조세력이 보여준 것은 무능이었다. "선체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지 않았고, 배 안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사유(思惟)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결과는 수백 명의 죽음이었다. 구조 세력의 '가만히 있음'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충진 한성대학교 교수는 "선원과 해경으로 대표되는 강자들이, 사회적 약자인 승객을 향해 독점적인 권력을 부당 행사한 행위"라며, '야만성'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세월호 2주기를 한 달여 앞둔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앞으로 가야할 길' 전문가 토론회에서다.

그는 "당시 구조에 대한 권한을 가진 해경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승객들에게 '대한민국 해경인 내가 구조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거나 다름없다"며 "이는 소극적 파업이 아니"라고 했다.

선원과 해경이 야만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군사 독재부터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이 '능력 있는 자가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힘을 가진 강자들이 힘을 잃은 약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같은 발제에 대해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공감을 표했다.

유 위원장은 "이 사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데 대해 관대한데, 이 관대함이 나아가 약자들에게 폭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연거푸 새어 나오는 세월호 희생자 모욕 발언들을 거론했다. 지난 10일 포항공과대학교의 홍모 교수는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당한 데 대해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서 선박 관리자의 지시를 아무 생각 없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연세대학교의 한 교수는 "세월호 사고 때 개념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방송을 따르지 않고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월 개최된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당시에는 증인으로 참석한 해경 박모 경장이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유 위원장은 "교수나 해경, 그 외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특히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구조 방기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알기에 의도적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 앞에서 한없이 야만스러운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왜 세금을 내고 국민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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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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