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보다 더 무서운 구글 자율 주행차

미 교통부 장관 "사고낸 구글차, 인간보다 낫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에 당황해 '버그'를 잇달아 일으키며 지난 13일 이 9단에 불계패를 당했다. 하지만 구글의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프로그램이 도로 주행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버그를 일으키면 그 결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지난달 14일 구글의 자율 주행차가 미국에서 도로 주행 중 구글이 과실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고를 일으킨 이후 안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구글 자율 주행차는 지난 2009년 이후 330만 킬로미터 이상의 시험 주행을 하며 17건의 사고를 겪었지만, 구글 측이 즉각 과실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구글 자율 주행차 사고를 계기로 강력한 법적 규제를 위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오는 7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에서도 15일 자율 주행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구글이 과실을 인정한 사고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구글 본사 인근에서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옆 차선 버스의 뒷문에 추돌한 사고였다. 공교롭게 이 사고는 NHTSA가 "구글 자율 주행차 내부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단순한 부품이 아닌 운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 특별 서신을 구글에 보낸 지 나흘만에 일어난 것이다.

▲ 지난 2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사고를 낸 구글차. ⓒAP=연합뉴스

당혹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자, 앤서니 폭스 교통부 장관은 구글을 두둔하고 나섰다. 폭스 장관은 1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일으킨 사고는 놀란 일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평가할 때 '완벽'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구글차가 사고를 일으킨 당일만 보더라도 인간이 일으킨 사고가 얼마나 되는지 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들보다는 구글차가 사고를 일으키는 비율이 훨씬 적다는 주장이다.

BBC에 따르면, 폭스 장관은 미국 전역에 자율 주행차를 보급하는 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조 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자율 주행차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큰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구글차가 일으킨 사고는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구글차는 불과 시속 5킬로미터로 달리면서, 시속 20킬로 미터의 저속으로 달리던 버스와 추돌한 사고였기 때문이다.

만일 구글차와 버스가 일반적인 속도로 주행하다가 오판에 따르는 사고로 이어졌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다. 구글차는 버스가 감속 또는 정지해줄 것이라는 1차 판단으로 차선을 바꾸었으나 버스가 그대로 달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신속하게 시정하지 못했다. 1차 판단이 틀렸을 때 이를 시정할 2차 판단이 저속 주행 중에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의 우선순위를 누구에 둘 것이냐는 철학적·윤리적 문제 등 인공지능 자율 주행 프로그램에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인 문제들이 즐비하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탑승자가 중상을 입을 또 다른 사고 상황에 처한다면 그대로 보행자를 치고 가야 하는가, 폭설이 내리거나 신호등이 고장 난 상황에서 자율 주행차가 교통경찰관의 수신호를 알아볼 수 있는가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자율 주행차 개발 책임자인 크리스 엄슨은 자율 주행차에 핸들이나 브레이크 등 인간을 위한 기능이 불필요하다면서 이런 차량을 정부가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자율 주행 중 사람들이 변덕스럽게 손을 대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이 아예 운전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만든 자율 주행차를 도로에서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정비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인공지능을 '운전자'로 인정하는 입장을 정한 NHTSA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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