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테러 위기라더니 정작 사이버비서관은 '공석'

앞뒤 안 맞는 청와대의 '사이버 테러 위기론'

연일 사이버 테러 위기를 역설하고 있는 청와대이지만, 정작 사이버안보비서관 자리는 공석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연일 사이버 테러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데, 정작 사이버 테러 컨트롤타워의 담당 공무원은 존재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이버 테러 대응 등을 담당하는 신인섭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은 최근 사퇴를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자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후임자 인선도 하기 전, 급하게 사표를 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가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신설한 것은 지난 2015년 3월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신설 이유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가사이버 안보 체제 역량과 컨트롤타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20 사이버테러'와 '한수원 해킹 사건' 등 북한 소행의 사이버 공격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한 청와대가 급히 새로운 직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신 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근무했으나,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 사퇴했으며, 정확한 정확한 사퇴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이버 분야는 민간과 공공 분야의 구분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될 수있고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면 경제적으로 큰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 혼란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지난 2월말부터 3월초 사이에 주요 인사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유인 문자메시지를 보내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정부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엄중한 시기에 정작 사이버 테러 대응 담당 비서관은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를 나갔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인사 스마트폰 해킹 시점과 신 비서관의 사퇴 시점이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정원이 청와대 비서관의 무능을 들춰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전격 경질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사실이라면 청와대 인사에도 관여할 수 있는 국정원의 '파워'가 입증된 셈이다.

앞뒤가 안 맞는 청와대의 '사이버 테러 위기론'

국정원은 이날도 '사이버 테러 방지법' 여론몰이에 나섰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를 사칭해서 한 북한이 (우리 정부관계자) 300여 명에게 해킹 관련 이메일을 심었는데 그 중에 40명이 성공했다"며 "이 중에는 우리가 아는 핵심 군 관련 책임자들이 다 들어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사람들의 스마트폰 해킹까지 이뤄지면 거기에 있는 자료가 다 나가기 때문에 2차 피해가 굉장히 우려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은) 보수 성향의 언론사의 이름을 안 밝혔으나 월간지, 또 어느 무슨 뉴스, 이런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북한이 해킹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언론사에 대해서도 해킹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러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국정원의 보고를 사실로 전제하더라도, 정작 청와대에 '사이버 안보 비서관'이 공석인 상황은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가 '사이버 테러'를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게 아니라면 사이버안보비서관을 공석으로 둬도 될 정도로 국정원의 '사이버 테러 위기론'이 부풀려져 있다는 방증이다. 사이버 테러 방지법 처리를 위해 결국 청와대와 국정원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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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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