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독재 시기 보도 지침 사건을 다룬 연극 <보도 지침>(프로듀서 이성모)이 오는 26일부터 6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티켓 오픈은 9일부터다. 인터파크와 예스24에서 예매 가능하며, 전석 5만 원이다.
8일 엘에스엠컴퍼니는 <보도 지침>이 "기존 연극에서 보기 힘든 소재와 설정"을 담은 법정 드라마라며 "창작 연극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 지침>은 제5공화국의 언론 통제를 주요 소재로, 이를 폭로한 당시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 연극이다.
전두환이 이끈 신군부는 계엄령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1980년 12월 언론 기본법을 제정하고 문화공보부(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 산하에 홍보조정실을 만들었다. 이 기구는 매일 각 언론사에 '보도 지침'을 작성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통령비서실 산하 정무수석비서관실은 보도 지침을 정했다. 언론사는 보도 지침 내용대로 기사를 써야 했다.
이와 같은 강경한 언론 통제에 따라 대중은 당시 한국사 주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보도 지침은 기사의 내용은 물론, 신문의 경우 해당 기사를 어느 면에 배치할 것이며 제목은 어떤 것을 쓸 것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통제했다.
5공의 언론 통제는 1986년 9월, 몇몇 용기 있는 언론인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 전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10개월 동안 독재 정부가 내린 보도 지침을 한국일보사 자료철에서 복사해 월간 <말>에 넘겼다.
그리고 <말>은 1986년 9월 6일 특집호 '보도 지침―권력과 언론의 음모'를 발간했고, 같은 달 9일 <말>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성명서를 발표해 보도 지침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독재 정부는 김주언 기자와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김태홍 사무국장,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신홍범 실행위원을 구속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들은 1987년 6월 3일 집행 유예로 풀려났고, 1995년 12월 12일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연극 <보도 지침>은 이 사건을 무대로 올린다. 김주언 기자의 폭로 후 그가 재판정에 서기까지 과정을 다룬다. 아울러 역시 사건에 연루됐던 한승헌 변호사 등 실제 인물도 연극의 주요 배역으로 무대에 올렸다. 또 김종배 <시사통> 대표(전 <미디어오늘> 편집장) 등을 모델로 극중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기도 했다.
배우 송용진과 김준원이 김주언 기자를 그린 '김주혁 기자' 역으로 캐스팅됐다. 최대훈과 에녹이 '검사 최돈결'로, 김대현과 안재영이 월간 <독백>의 발행인 '김정배' 역을 맡는다. 이외에도 강기둥, 이승기, 김대곤, 박민정 등이 출연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