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면 톱 변협 의견서는 '짝퉁'

대한변협 하창우 회장, 테러 방지법 의견서 절차 미비 시인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하창우 회장이 새누리당에 테러 방지법 찬성 의견서를 전달한 데 대해 29일 유감을 표하고 사과를 했다. 하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테러 방지법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회원들의 중지를 모으지 못한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변협의 정치적 중립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하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한다. 의견서 전달 절차와 방식에 신중을 기울여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대한변협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수신인으로 해 테러 방지법의 모든 조항에 대해 '전부 찬성' 의견을 전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문제는 대한변협이 의견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법제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점이다. 특정 정당(새누리당)의 요청에 대한변협이 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조선>, 정당성 결여된 의견서 1면 톱에 배치해 野 주장 반박

앞서 <조선일보>는 대한변협의 '전부 찬성' 의견서를 26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이 신문은 "(대한변협은) 국내 개업 변호사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유일한 법정 변호사 단체"라며 권위를 부여한 후 "변협은 통상 국회나 정부에서 법률을 발의하면 법무부나 국회 등의 요청을 받아 의견을 내 왔다. 그러나 최근 그런 요청이 없어도 변협 차원에서 쟁점 법안이나 의미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국회에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보도했다.

마치 대한변협이 스스로 의견서를 국회에 보내온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는 사실 관계가 잘못된 보도다.

26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내가 직접 하창우 회장한테 전화해서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수신인도 내 앞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즉 새누리당의 요청에 응한 의견서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데다, 법제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의견서인데도 마치 정당한 절차를 거친 대한변협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된 셈이다. <조선일보>는 정당성이 결여된 문제의 의견서와 관련한 분석 기사를 내보내 "테러 방지법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하 회장이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에, 대한변협이 이 의견서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의견서의 정당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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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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