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더민주, 북한을 철썩같이 믿어"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새누리 지도부는 피켓 시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지연 전략)가 3일째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 민주당이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1야당답게 국민의 생명보호에 주춧돌이 되는 테러방지법을 즉각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김정은이 대남테러, 사이버테러에 대해 역량 결집 지시를 내렸으며, 청와대 타격까지 거론하는 중대 성명까지 발표한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억측으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켓 시위 나선 새누리당 지도부

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문에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전국민의 휴대폰과 계좌를 이 잡듯이 뒤져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괴담까지 유포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며 "테러 조직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금융거래정보 확인, 현장 조사․추적은 테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수집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원 원내대표는 "테러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통신감청, 금융거래정보 확인은 사법부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권한남용, 인권침해 여지는 없다"며 "통신 수단을 사용하는 테러 혐의자 중에 단 1명이라도 우리나라 국민이 포함되어 있으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통신감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더민주당은 반정부인사나 시민단체를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에는 '테러 위험 인물'이란 유엔에서 지정한 테러단체 조직원이거나 테러를 예비·음모·선전·선동하는 자를 뜻한다"며 "테러단체의 조직원·추종자의 테러 행위와 지원 활동에 한하여 적용되므로, 일반 시민단체에 적용될 여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국정원이 아닌 국민안전처에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민안전처는 이를 위한 조직․정보협력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테러정보의 수집․분석 등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가장 큰 문제는 '테러 위험 인물'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부분이다. "테러단체의 조직원·추종자의 테러 행위와 지원 활동에 한하여 적용"되는데, 테러단체의 조직원과 추종자를 지정하는 작업은 국정원이 한다. "유엔에서 지정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누가 테러 위험 인물인지 판단하는 권한도결국 국정원장에게 있다. 이때문에 이 법안이 국정원 강화법이라는 것은 여당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보 수집, 제재, 프라이버시 침해, 기타 추적 등에 대한 국정원의 권한이 특정된 게 아니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된 것도 문제다. 원 원내대표가 '영장주의'를 언급하며 국정원의 정보 수집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의 절차를 따른다고 했지만,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미 자체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 또한 해당 법의 절차는 이미 존재하므로 굳이 테러방지법에 해당 법의 조항을 따르겠다고 명시할 이유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법의 어떤 절차를 따르게 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모호한 셈이다.

비밀주의에 익숙한 국정원의 수장에게 사실상 '테러 위험 인물 지정권'이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증거 등을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판사의 영장심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로텐더홀에서 '우리 정부는 못 믿고 북한은 철썩같이 믿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느나라 정당입니까', '북한은 청와대 타격 협박하는데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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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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