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처럼 정밀 타격! 中 정보전 위력은?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비대칭 능력 확보 위한 중국의 정보전 강화

"전력이 우세한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인민해방군의 우량한 전통이다!"

중국군이 자주 사용하는 표어다. 인민해방군은 역사적으로 대만군(국민당의 국민혁명군 등), 일본군 그리고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미군과 전쟁을 치렀다. 열세의 상황에도 지지 않았다. 이 같은 전통을 미래전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중국군이 정보전('信息戰' 혹은 '信息作戰')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비(非)대칭 능력의 확보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이 미래 안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 무기 및 군사 기술 획득은 물론 다양한 노력을 통해 높은 전투력을 갖춰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선진 군사력에 대항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력 대(對) 전력' 방식보다는 선진 군사력의 첨단기술 및 정보 체계 의존 등에서 비롯될 약점 혹은 '급소(點穴)'를 공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점증하는 중국의 해외(海外) 이익 보호에 필수적인 것이다.

비대칭 능력 확보 위한 정보전 강화

중국군의 정보전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 등 중국군 연구자의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소개되고 있고, 그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중국 측 자료를 중심으로 중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보전 전략, 추진·기술 능력,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하기로 한다.

중국이 정보전에 대해 공개적이고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초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정보전 개념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정보화(信息化) 조건하의 국부전쟁” 전략에 따라 중국 특색의 정보전 개념 및 전략이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정보전 분야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선웨이광(沈偉光)은 정보전을 "광의의 개념은 군사 집단 간의 정보·통신 공간의 점령과 (동 공간의) 쟁취를 위한 전쟁, 그리고 협의의 개념은 전쟁 중 교전 쌍방 간의 정보·통신 영역에 대한 전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군의 교육용 교재에는 정보전을 "적대 관계에 있는 쌍방이 정보·통신 영역에서 상대방의 획득권, 통제권, 사용권을 쟁취하기 위해 전개하는 전쟁…"으로 보고 있다.

상기한 중국 측의 정의와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인 면이 강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보전 개념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지휘·통제 합동 독트린은 정보전을 "적국의 정보, 정보에 기초한 프로세스, 정보 체계 및 정보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상기한 모든 측면을) 방어함으로써 정보 우위 (information dominance)를 달성하려는 행동"으로 정의한다.

상기한 개념적 유사성 외에도 2000년대 중국에서 출간된 정보전 관련 서적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① 군수 및 통신 체계 교란을 중시하고 있다. ② 미국의 (군사 기술적) 위협을 인식하고 있고, 자국 군사력의 신뢰도, 생존도 및 안전 대책에 기술적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③ 특히, 미국의 정보전 독트린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중국군의 기술 수준에 부적합한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④ 걸프전(1991년) 등 현대전의 주요 교훈을 잘못 파악하고 있으며, 오도(誤導)된 결론을 맺고 있다. 그리고 ⑤ 중국의 효과적인 대응과 개발 능력에 대해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전술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공 방어 훈련 시 전차, 공군기, '空降(공중 낙하)'에 대한 공격, 그리고 핵, 화학 및 생물학 무기에 대한 방어를 '삼타삼방(三打三防)'으로 표현하였는데, 2000년대 이후 스텔스 기, 순항 미사일 및 무장(즉, 공격용) 헬기에 대한 공격, 정밀 타격(precision strike), 전자 교란 및 (적의) 감시·정찰에 대한 방어를 위주로 하는 '신삼타삼방(新三打三防)'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식 침술 요법과 일맥상통하는 정보전 능력

중국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는 정보전 능력은 소위 '자객의 무기'('殺手鐧')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급소(點穴)' 공격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국방 대학의 한 출판물은 '점혈 전쟁(點穴戰爭)'을 한의학의 침술에 비유하여 "전자공격의 중점을 (적의) 전자 시스템의 약점과 급소 부위에 두어 그 혈을 눌러 전체를 마비시킴으로써 최대의 작전 효과를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보전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은 크게 '경살상(硬殺傷/hard kill)'과 '연살상(軟殺傷/soft kill)'의 무기 체계가 있는데, '경살상' 무기는 설비의 물리적 파괴를 목표로 한 순항 미사일, 유도 폭탄, 원격 조정 무기로서 상당히 첨단 기술이나 재래식 무기 체계의 변형이다. 이에 비해 '연살상' 무기는 기능을 마비·교란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에는 다양한 전자 방해 능력, 컴퓨터 바이러스, 정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 및 비정향성 에너지 무기(예, EMP) 등이 포함된다.

위에서 논의한 중국군의 정보전 능력 및 수단은 전구급(theater-level)이냐 전역급(campaign-level)이냐에 따라 복잡성과 운용 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중에 소개하기로 한다.

그 간 중국군 내에는 정보전을 담당하는 여러 개의 부서가 존재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군 구조 개편 하에서는 '전략지원부대(SSF)'가 동 임무를 맡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중국군은 소위 일체화·단일화된 정보전 체계를 갖추게 된다. 우리로서는 동 추이를 면밀히 추적·분석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이용, 미국의 정보전 개념·능력을 충분히 습득하고 자체의 정보전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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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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