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뉴미디어 장악' 시동 걸었다"

[이 주의 조합원]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제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형제복지원 생존자 한종선 씨와 누나, 동생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종선이가 작년 연말 국회에 와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단식 농성을 하면서 들은 한 마디 때문이었어요. 종선이가 그러더라구요. '누나가 국회의원 돼서 우리 같은 사람 도와주면 좋겠다'고. 마치 전태일 열사가 혼자 노동법 공부하면서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하고 똑같지요.

종선이랑 그 동료들이 농성은 숱하게 해도 단식은 안 했어요. 복지원에 있으면서 워낙 맞고 굶주려서 굶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제가 그걸 너무 잘 아니까 농성 현장에 매일 찾아가서 살펴봤어요. 그때 종선이에게 들은 한 마디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지요."

추혜선 조합원은 4.13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나섰다. 인터뷰를 한 22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20년 넘게 언론 운동을 해 온 그에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자 다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 추혜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추혜선
1994년 광주 KBS 노조에서 언론운동을 시작한 그는 시민단체 간사 월급으로 생활이 어려워 밑반찬 만드는 부업을 한때 할 정도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한다.

'밑바닥'을 아는 그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을 거친 언론정책전문가이기도 하다. 비례대표 후보로서 그의 주요 의제도 '언론'이다.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게 언론의 존재 이유와 사명입니다. 그런데 마치 자석처럼 언론과 권력이 자꾸 유착하려는 또 다른 '힘'이 사회의 소통 채널이라는 언론의 속성 때문에 존재합니다. 이를 시민과 언론 내부 구성원이 감시하고,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막아내야 하죠.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부분이 너무 미비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내부 자성의 활동 공간이었던 건강한 노조들이 이명박 정권 때부터 와해됐어요.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을 통해 MBC가 무너졌는데, 지금 이걸 다른 모든 언론이 벤치마킹하고 있어요."

추 조합원은 특히 2009년 미디어 악법을 통해 탄생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나비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당시 종편의 탄생은 보수언론인 조중동에게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주는데 그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종편 4개를 언론 생태계에 집어 넣음으로써 생태계 자체를 갈등과 포식구조로 바꾸는 효과가 있었어요. 종편을 통한 제도권 언론의 경쟁 심화로 방송 만이 아니라 저 끝에 있는 잡지 시장까지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은 모든 언론이 생존의 문제로 머리털이 곤두 서있는 상태죠. 예전에는 소유 구조나 거버넌스의 문제를 해결해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면 언론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전혀 아니더라구요. 이명박 정권 이후 모든 미디어의 자본 의존도를 높여서 자본과 광고를 통한 언론 통제와 장악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예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는 '쉬운 해고' 문제가 언론에서 어떻게 보여지나요. 정부 광고를 통해 엄청나게 미화되고 있어요. 언론사들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정부 광고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비판적인 보도도 줄어듭니다.

또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한 문제제기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지금 교양 프로그램 중 다수가 대기업의 협찬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프로그램 내용 곳곳에 자본의 이해가 들어가 있어요. 신문도 광고성 기획기사가 나갑니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서 약자들의 모습과 이해관계가 사라지고 자본과 권력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남았습니다."

추 조합원은 박근혜 정부는 더 나아가 뉴미디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5인 미만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제가 첫 출발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언론에서 바른 말을 하는 매체나 1인 미디어를 잡겠다는 의도라고 보여집니다. 곧 아프리카 TV나 팟캐스트도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거라고 봅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 관심법안이라는 테러방지법도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영역을 깊숙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총선 전에는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으니까 추진하지 않겠지만, 총선이 끝나면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진행될 것입니다. 보수 정권의 재집권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니까요. 지나친 음모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이명박 정권 이후 진행된 언론 장악은 항상 예상보다 앞서 나갔어요."


문제는 이런 보수 정권의 언론 장악 의지에 맞서는 '힘'은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언론은 버려진 이슈입니다. 왜? 선출직 의원 입장에서 언론과 맞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장 'MBC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을 공개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MBC가 선거법 위반 의혹 보도를 냈습니다. 언론 입장에서 '털려면 얼마든지 털 수 있으니까' 의원들 입장에선 살 떨리는 일인 셈이죠."

또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언론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도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허술한 법과 정책에 대한 책임은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도 있어요. 그때는 '우리가 집권하면 (방송이) 우리 것인데'라는 인식이 파다했어요. 그래서 분명히 의지만 있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를 총대를 메고 밀고 가는 입법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 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는 정의당이 책임감 있게 나서고 다른 야당도 견인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추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언론 문제에 대해 깨인 프레시안 조합원들에게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프레시안에 대한 진심을 담은 응원의 한마디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프레시안 기자들은 정말 '남' 같지가 않았죠. 같이 생존을 고민했고, 같이 싸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고민 끝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이 정말 언론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가 됐으면 합니다. 다른 나라에 없는 진보적인 언론의 독자 생존 모델로서 협동조합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래요. 프레시안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합원으로 이런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합원 배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오는 4월 13일 프레시안 조합원 출신의 국회의원이 또 한명 배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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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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