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퇴 간부조차 서열 따져…왜?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은퇴 간부에 대한 예우와 서열의 정치

지난 설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의 당과 국가 주요 지도자들은 은퇴한 원로 간부들을 직접 혹은 관련 책임자를 보내 위로 방문했다. 중국에서 중요 명절이나 국가 대사를 앞두고 은퇴한 전직 고위 관료들을 위로 방문하는 것은 이미 중요한 정치일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현직에 있는 고위 당정 지도자들이 은퇴한 지도자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주요 현안에 대해 서로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국민 통합과 화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설 전날에 예외 없이 현임 주요 당정 지도자들이 은퇴한 간부들을 찾아 나섰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언론에서 이 동정을 보도할 때 은퇴 간부라 할지라도 반드시 관행화된 서열에 따라 호명 순서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현직 지도자들이 문안 인사차 찾는 원로 은퇴 간부들은 중공중앙, 전국인대, 국무원, 전국정협과 중앙군사위원회 영도 직무에서 은퇴한 원로 간부를 가리킨다. 따라서 은퇴 간부들 서열 또한 기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부문 순서, 재임 시기, 은퇴 직전 최종 직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복합적으로 정해진다.

서열, 중국 정치를 읽는 핵심 키워드

중국에서 서열이 중요한 이유는 의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제18기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하고 기자 간담회를 위해 장내에 들어서는 순서가 바로 당내 서열에 따라 이루어진다. 서열에 따라 역할이 주어지고, 서열에 따라 지위가 결정되는 이른바 서열의 정치가 중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치 퍼포먼스이다.

예컨대 정치국 상무위원이 나란히 설 경우 총서기를 중심으로 왼쪽은 당내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 오른쪽은 당내 서열 3위인 전국인대 위원장이 서고 나머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일곱 명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 관행화된 서열이 흐트러지는 경우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은 지도자들의 관행화된 서열은 은퇴 지도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전직 총서기가 두 명이나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포함한 전·현직 당정 지도자들의 서열은 현직 못지않게 꼭 챙겨야 하는 중요한 정치 사무이기 때문이다.

이번 현직 지도자들의 은퇴 간부 위로 방문에 언급된 은퇴 고위 간부들 가운데 역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은 장쩌민(江澤民, 제15기 중앙위원회 총서기), 후진타오(胡錦濤, 제17기 중앙위원회 총서기), 리펑(李鵬, 제9기 전국인대 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전 국무원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제9기 전국정협 주석), 우방궈(吳邦國, 제11기 전국인대 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전 국무원 총리), 자칭린(賈慶林, 제11기 전국정협 주석), 송핑(宋平, 제13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리란칭(李嵐清, 제15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원 부총리), 쩡칭홍(曾慶紅, 제16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가부주석), 우관정(吳官正, 제16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리창춘(李長春, 제17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뤄간(羅幹, 제16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허궈창(賀國強, 제17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15명이다.

이들의 서열은 기수별로 은퇴 연한에 따라 서열이 매겨졌다. 예컨대 총서기를 제외하고 같은 기수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일지라도 당 중앙, 전국인대, 국무원, 전국정협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다. 리펑, 주룽지, 리루이환 순서와 우방궈, 원자바오, 자칭린 순서는 은퇴 전 당내 서열이 은퇴 후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 중앙, 전국인대, 국무원 등 부문별 최고 직위를 역임하지 못한 기타 정치국 상무위원은 기수에 따라 서열이 정해졌다. 또한 동일 기수 내 서열은 부문별 서열, 예컨대 당 중앙, 전국인대, 국무원, 전국정협, 군사위원회 순으로 순서가 매겨졌다. 단 하나 예외는 리창춘과 뤄간의 서열이다. 기수에 따르면 뤄간의 서열이 리창춘보다 앞서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관행화된 서열 정치에서 예외적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앙정치국 위원을 역임한 은퇴 간부의 서열은 기수별, 부문별, 직위별 순서에 따라 서열화 되었다. 예컨대, 톈지윈(田紀雲,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츠하오톈(遲浩田, 제15기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춘윈(薑春雲,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첸치천(錢其琛, 제15기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왕러취안(王樂泉, 제17기 중앙정치국위원), 왕자오궈(王兆國,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후이량위(回良玉, 제17기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류치(劉淇, 제17기 중앙정치국 위원, 베이징시 서기), 우이(吳儀, 제16기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차오강촨(曹剛川, 제16기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위원), 쩡페이옌(曾培炎, 제16기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왕강(王剛,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왕한빈(王漢斌, 제8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허용(何勇, 제17기 중앙서기처 시기), 왕빙첸(王丙乾, 제8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쩌우자화(鄒家華,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왕광잉(王光英, 제7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부허(布赫,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톄무얼·다와마이티(鐵木爾·達瓦買提,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펑페이윈(彭珮雲,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저우광자오(周光召, 제6기 전국정협 주석), 차오즈(曹志, 제7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리톄잉(李鐵映,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스마이·아이마이티(司馬義·艾買提,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허루리(何魯麗,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딩스순(丁石孫,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쉬자루(許嘉璐,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장정화(蔣正華, 제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구슈롄(顧秀蓮,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러디(熱地,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성화런(盛華仁, 제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루용샹(路甬祥,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우윈치무거(烏雲其木格,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화젠민(華建敏,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천즈리(陳至立,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저우톄농(周鐵農,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스마이·톄리와얼디(司馬義·鐵力瓦爾地,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장수성(蔣樹聲,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상궈웨이(桑國衛, 제11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탕자쉬안(唐家璿, 국무위원), 량광례(梁光烈, 국무위원),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샤오양(肖揚, 최고인민법원장), 한주빈(韓杼濱,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자춘왕(賈春旺,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등이다.

동급 부문 서열은 최근 담당 직무에 따른 연도순 서열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예컨대 부문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직무 담당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전국인대 부위원장의 경우 동일 기간 동일 직무라 할지라도 중국공산당원이 아닌 민주당파 출신은 후순위에 배치되었다. 각종 군중 사회단체 직무를 맡은 경우 동일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파 직무를 역임한 사람보다 더 후순위에 배치되었다. 10기 전국인대 부위원장 이후 다시 9기 전국인대 부위원장이 배치된 것은 바로 부녀연합회 주석을 맡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 직무 국무위원의 경우에도 외교부가 먼저 언급되고 국방부 직무 경험자가 나중에 언급되었다. 사정 기관의 장도 동일 기간, 동일 직무를 맡고 있어도 최고인민법원장이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보다 앞서 배치되었다.

전국정협 부주석의 서열 역시 부문별로는 전국인대, 국무원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정협 부주석 내부 서열은 기수별로 순서가 정해졌다. 예컨대 예쉬안핑(葉選平,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양루다이(楊汝岱,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런젠신(任建新,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송젠(宋健,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첸정잉(錢正英,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순푸링(孫孚淩,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완궈취안(萬國權,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후치리(胡啟立,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천진화(陳錦華,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자오난치(趙南起,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마오즈용(毛致用,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왕종위(王忠禹,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리구이셴(李貴鮮,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장스칭(張思卿,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뤄하오차이(羅豪才, 제9기 전국정협 부주석), 장커후이(張克輝,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하오젠슈(郝建秀,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쉬쾅디(徐匡迪,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장화이시(張懷西,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리멍(李蒙, 제10기 전국정협 부주석), 랴오후이(廖暉,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바이리천(白立忱,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천구이위안(陳奎元,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아부라이티·아부두러시티(阿不來提·阿不都熱西提,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리자오줘(李兆焯,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황멍푸(黃孟複,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장메이잉(張梅穎,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장롱밍(張榕明,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첸윈루(錢運錄,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순자정(孫家正, 문화부장), 리진화(李金華,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정완통(鄭萬通,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덩푸팡(鄧樸方,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리우웨이(厲無畏,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천종싱(陳宗興,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왕즈전(王志珍, 제11기 전국정협 부주석) 등의 순서로 서열화 되었다.

중국에서 의전은 정치 그 자체다

여기서도 전국정협 부주석 출신 은퇴간부 서열의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 기수 전국정협 부주석의 경우 중국공산당원 출신이 민주당파 출신보다 먼저 언급되고 있다. 또한 같은 공산당 출신일지라도 소수민족보다는 한족 출신 고위 간부가 앞 서열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전국정협 부주석의 경우 각종 군중사회단체의 주석 출신은 민주당파 출신보다 더 후순위에 배치되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중국에서 간부 서열이 중요한 이유는 의전 때문이다. 사회주의에서 의전은 정치 그 자체이다. 중국정치는 점차 예측 가능한 정치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제도화 수준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퇴직 고위 간부가 증가하면서 현직 고위 간부가 아닌 은퇴한 고위 간부를 관리해야 하는 또 다른 정치 사무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이것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정치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당 중앙 선전부가 거의 모든 매체를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퇴직한 고위 간부의 서열 순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정치 문제이다. 이번에 설을 맞아 언급된 현직 당정 고위 간부들의 은퇴 간부 위로 방문에 대한 언론 보도는 그 자체가 바로 퇴직 간부들의 서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은퇴 정치의 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은퇴 간부 대부분의 명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은퇴 간부들의 서열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중국에서 관행의 정치가 정말로 관행화되는 사례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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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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