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칼퇴근법" 등 설맞이 공약 내놨지만…

새누리, 정부 사업 재포장…더민주, 구체적인 재원 방안 없어

설 연휴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앞다퉈 총선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부가 애초에 시행할 예정인 사업 등을 '총선 공약'인 것처럼 재포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복지'에 초점을 맞췄으나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4일 설을 맞이해 의료비·가계 금융·노후 부담 완화 등 8개 총선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복지부 등에서 이미 국회에 냈지만 19대 국회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안, 당정 협의에서 이미 결정돼 올해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한 정책, 이미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으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고급차를 빼고 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계획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에 담긴 내용이다. 복지부가 원래 하려던 사업을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포장한 셈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치매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2만여 명에게 위치 추적 단말기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력 단절 주부에게 국민연금 추가 납부를 허용하겠다는 공약도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영돼 있다.

가계 금융 부담 완화 공약도 마찬가지다.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지난해 당정이 시행하기로 합의한 내용이다.

연체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을 약속한 '신용대출 119 프로그램'도 이미 금융위원회가 시행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은 관련 법(서민금융진흥원 설립법)이 국회에 이미 제출된 상태다.

더민주 "칼퇴근법 도입하겠다"

더불어민주당도 5일 청년, 노인, 여성, 중·장년층 등 서민층을 겨냥한 '민생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하고 지키지 않은 보육 100% 국가 책임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동 공약으로는 '쉬운 해고'를 제한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자발적 퇴직자에게도 실업 급여를 지급하고 그 기간도 최대 1년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휴일을 포함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법제화하는 "칼퇴근법"을 국회에 통과시키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여성 공약으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전체의 30%까지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육아 휴직 급여도 현재의 월 통상 임금의 40%(상한 100만 원, 하한 50만 원)에서 100%(상한 150만 원, 하한 7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청년 공약으로는 서울시가 도입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제지했던 '구직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국의 구직 중인 저소득층 청년 5만여 명에게 6개월간 한 달에 60만 원씩을 지급하는 방안이 예시됐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재정 소요분과 재원 조달 방안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부자 감세'를 원상 회복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증세를 검토한다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총선 공약을 발표한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감세를 원상 회복만 해도 우리가 얘기한 이 많은 복지 공약을 거의 지킬 수 있다"면서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을 원상 회복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까지 아직 총선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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