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포석과 최경환의 계산

[시사통] 2월 1일 이슈독털

경제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최경환 의원이 엊그제(1월 30일) 대구에 갔습니다. 대구 북갑 출마를 선언한 '진박' 하춘수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새누리당의 빨간 점퍼를 입고 나타난 최경환 의원은 10분가량 이어진 축사에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았다"고 욕했고, '진박'을 향해서는 박근혜 도우미라고 칭찬했습니다. 참석자들이 '박근혜'를 연호하자 "3년 전보다 박근혜를 외치는 목소리가 작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런 장면은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듯합니다. 오늘은 윤상직과 곽상도, 내일은 윤두현, 모레는 정종섭과 추경호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최경환 의원의 이런 행보에 '박심'이 담겼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랬다죠? "(최경환 의원과) 생각의 기본 틀이 같다"고, "(최경환 의원의 행보가 TK에서) 공감을 얻지 않겠느냐"고요.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아바타'가 돼 TK에서 선거운동을 대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바타' 최경환을 앞세워 얻으려고 하는 게 뭔지는 대충 알려져 있습니다. '진박'으로 대구를 물갈이해 집권 후반기의 정치 돌격대를 형성하고 퇴임 이후의 정치 보위부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박'의 '진', 즉 '진실'은 그런 점에서 '충성'의 동의어인 셈입니다.

물론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만은 아닐 겁니다. 최경환 의원의 개인적 야심도 작용하고 있겠죠. 박근혜의 아바타 노릇이 TK에서의 소맹주 자리를 보장한다는 계산에 따라 알아서 견마지로를 다 하는 것일 겁니다. 여기에 여의도에서 도는 소문,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 이후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고려하면 최경환 의원의 계산은 '기본 마진 플러스 알파'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논외로 하겠습니다.

박근혜의 포석과 최경환의 계산은 궁합이 잘 맞는 듯 보입니다. 환상의 조합 같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러니한 면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진실'을 가르는 기준은 '자기 정치' 여부입니다.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딴소리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럼 최경환 의원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경환의 계산이 TK의 소맹주가 되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면 그 또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의 자기 정치를 단죄하기 위해 최경환의 자기 정치를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고 여길 겁니다. 박 대통령이 보기에 유승민 의원은 딴소리를 했지만 최경환 의원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국정 방향에 토를 달았지만, 최경환 의원은 자신의 국정을 앞장서 집행했습니다. 고로 최경환의 자기 정치는 엄밀히 말하면 대리 정치입니다. 박 대통령은 최경환의 자기 정치를 배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위탁으로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힘이 드셀 때에 한정되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힘이 빠질 때가 되면, 나아가 박 대통령이 퇴임을 하게 되면 어찌 될까요? 그때 국정 또는 정책은 희미해지고 정치의 색깔은 더욱 짙어집니다. 박근혜와 최경환, 두 사람의 공유점은 옅어지고 동업의 불안정성은 증대됩니다. 과연 이때도 최경환의 자기 정치는 대리 정치 또는 위탁 정치로 머물러 있을까요? 과연 이때도 박 대통령은 최경환의 충성 정치를 압박할 힘을 갖고 있을까요?

박근혜의 포석과 최경환의 계산이 빚어내는 환상의 조합은 시한부 현상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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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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