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시너지 있나?

[시사통] 1월 26일 이슈 독털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을 평가하는 잣대는 누가 뭐래도 시너지 효과입니다. 1 더하기 1이 2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점이 관심사인데요.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당의 전략은 호남과 중도를 쌍끌이로 하는 그물 전략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국민회의는 호남만을 포인트 지점으로 설정한 낚시 전략이었죠. 따라서 통합 시너지 범위는 우선적으로 호남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더하기'가 이루어지는 지점이 그곳이니까요.

두 당의 통합이 호남에서의 확고부동한 지지로 이어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분명 발생합니다. 호남에서의 약진 그 자체가 소득일 뿐만 아니라 호남 약진이 더민주의 고전과 국민의당의 선전 대비 효과를 불러와 중도층의 더 많은 지지를 유도할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현재로선 낙관하기 힘듭니다. '더하기' 요인은 미미한 반면 '빼기' 요인은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통합 선언 이전 호남에서의 국민회의 지지율은 5.4%였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그 수치는 전주에 비해 4.5%p 빠졌습니다. 국민회의의 5.4% 지지율은 국민의당에서 빠져나간 지지율을 벌충하는 수준 정도의 의미밖에 지니지 못합니다. 지지율 추세를 완전히 굳혀버리는 강력한 요인은 아닙니다.

교란 요인은 큽니다. 천정배 의원의 경우 호남에서의 이른바 개혁 공천을 공언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는 기성 호남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호남 공천과 호남 당선의 결과가 국민의당 당권의 향배를 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큰 갈래로는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간의 다툼이, 작은 갈래로는 안철수-김한길-천정배 의원 간의 다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호남은 이들에게 정치적 도약대가 아니라 늪이 됩니다. 공천 다툼이란 구태가 발생하면 호남 우선 전략에 깔려있는 지역정당화 가능성이 현실화돼 중도층의 이반을 자극할 수 있고, 중도층의 이반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정치적 선택의 제일 가치로 여기는 호남 민심에 회의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쌍끌이가 아니라 이중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막연히 점치는 게 아닙니다. 두 당이 어제 내놓은 통합 합의문에 이런 가능성과 우려에 대비한 흔적이 역력히 묻어 있습니다. 합의문에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현역 호남 정치인을 겨냥한 문구로 읽기에 충분합니다.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한다'는 표현도 있는데 이는 호남 공천과정에서 불거질 다툼을 대비한 문구로 읽기에 충분합니다.

통합 선언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도 거쳐야 할 관문은 많습니다. 공천 규칙과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현역 호남 정치인의 불복과 무소속 출마에 전력을 다해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관문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더민주와의 본게임입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호남에서만은 연대가 아닌 쟁패가 불가피하다는 걸 잘 아는 더민주가 호남의 정서에 부응하는 후보를 다수 포진시킬 게 자명합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천 규칙과 절차 못잖게 인물 경쟁력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공천 절차의 투명성, 공천 관리의 지도력, 공천 결과의 경쟁력을 두루 갖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국민의당은 과연 준비돼 있을까요? 신생연합정당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수평적 연합 리더십 체제를 조기에 정리하고 질서있는 공천 관리, 총선 준비에 돌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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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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