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영입'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후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2선으로 후퇴할 준비를 하고,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선대위 인선을 이미 대부분 마무리한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18일 선대위 인선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내일 정도 선대위를 구성하려고 한다"며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겪는 내부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로 선대위가 구성돼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선대위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며 "내가 무슨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앞으로 선대위가 발족하는 과정 등에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안철수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 등 야권 내의 경쟁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친노 정당'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데 대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선대위 구성에서 친노 그룹에 속한 이들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한편으로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은 이미 김 위원장에게 선대위 구성에 대한 복안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에 기자간담회를 예고했다고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선대위 기구와 인선 등을 발표하려 했는데, 아직 조율이 덜 돼서 연기된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인터뷰 내용이나 당 안팎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해 보면, 선대위는 △다선 중진인 박병석·우윤근 의원을 포함해 △당내 인사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며 △여기에 청년·여성 등 부문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과 △표창원·이수혁·양향자 등 최근 당에 영입된 인사들이 더해져 △총 10명 안팎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이것저것 현실적인 요구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청년도 배려해야 하고, 여성도 배려하고 신구의 조화도 갖춰야 한다", "열 명을 넘을 수도 있지만 숫자는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막연하게 정당에, 선대위에 소속된 외부인사는 책임성이 없기 때문에 외부라고 해서 반드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문재인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선대위를 빨리 가동할수록 사퇴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며 선대위가 가동되면 문 대표가 곧 사퇴할 것으로 본다고 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당의 컨퍼런스 행사에서도 "이제 흔들리는 민주당을 새롭게 변모해서 새로운 임원진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할 것 같다"며 "이런 과정을 만들기 위해 대단한 용단을 내 주신 문 대표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공천 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문 대표의) 허수아비 비슷하게 갈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 사정은 나도 웬만큼 안다"며 "당이 그동안 공천을 위해 여러가지 룰을 설정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검토하겠다. 꼭 룰대로만 할수도 없고, 일부 현실적으로 안 맞는 룰을 정했으면 그에 대한 변화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의 통합에 대해서는 "되지도 않은 통합을 하려다 정력만 낭비하게 된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지만, 야권의 총선 선거연대 전망에 대해서는 "연대라는 건 각 지역에서 출마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 정책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는 국민이 요구하기 때문에 누가 말을 안 하더라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를 한 번 만나, 친노 패권주의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 한다"며 "(박 전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 쉽게 탈당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박 전 원내대표에게 "'야권통합위원장' 같은 것이라도 맡아서 하면 괜찮지 않겠냐"고 권했다면서 "박 의원은 내가 무조건 선대위 하라고 하겠다"고 공개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철수 의원이 신당 대표로 박 전 원내대표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도는 데 대해, 박 전 원내대표에게 "그런 데 홀리면 정치인생이 별로 좋지 않다"고 공개 조언하며 "안철수 대통령 만드는 데 기여하려면 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박 의원도 '안철수 당'이라면 안 간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컨퍼런스'라는 행사를 열었다. 도종환 신임 대변인은 행사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 10만에 이르는 신입 당원들과, 새롭게 당에 영입된 신규 인사들을 환영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문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당원들이 많이 참석했고, 문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행사에서 문 대표는 "우리 손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사람이 먼저인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서 제목이다. 또 문 대표는 "온라인 입당이 가능토록 법안을 발의해주신 최민희 의원, 법안 통과를 주도한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 시스템을 구축한 홍종학 당 디지털소통본부장 본부장 등 여러분이 노력해 주셨다. 수고 많았다"고 세 의원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이틀만에 4만 명이 넘는 온라인 당원이 가입했고 며칠 전 10만 명을 돌파했다. 탈당 등으로 덩이 어수선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이렇게 폭발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우리 당으로서는, 또 저로서는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또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탈당한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을 승인하고, 문 대표까지 참석한 환영식을 열었다. 이 전 의원은 6.4 선거 당시 광주시장 후보에 입후보했으나, 안철수 당시 공동대표의 측근인 윤장현 현 광주시장이 전략공천을 받자 이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그가 광주시장 출마 당시 의원직을 사퇴해 공석이 된 광주 광산갑 지역구에서는 7.30 재보선을 통해 권은희 의원이 당선됐고, 권 의원은 현재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 전 의원의 복당에 당 지도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환영을 보내 눈길을 끈다. 4월 총선에서는 이 전 의원과 권 의원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 전 의원의 복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모든 정책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민들께 총선 정책으로 내놓는 작업을 하실 만한 분이 없어 고심했는데, 이 전 의원의 복당으로 그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 전 의원의 복당이 우리 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환영해 마지않는다"고 추켜세웠다. 도종환 당 대변인도 "호남의 희망이 다시 돌아왔다"며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고 정치적 연명의 길을 찾아 탈당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60년 전통의 제1야당으로 복당을 결심한 이 전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논평을 냈다.
김종인 "안철수, 이해관계 때문에 탈당한 대표 케이스" 맹비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해 "안 의원이 대통령 될 목적을 위해 당을 만들었는데 '사당화가 아니'라는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신당의 전망에 대해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데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당을 만들어 지금까지 왔으면 할 말이 없는데, 합당은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 의원에 대해 "조직에 들어와 같이 경쟁해서 이기냐 지느냐는 자기 능력에 달린 것인데, '여기 있다가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나가고 있다. 안철수가 (그) 대표적 케이스"라며 "그분의 목표는 대권 출마인데 더민주에서 그게 가능하냐 회의를 가져서 나간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릴레이가 이어지는 데 대해 "자기들 이해관계 때문에 떠나는 것"이라고 비난하던 중에 나온 말이었다. 그는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 "안철수를 존중하고 그 사람이 대통령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떠난 사람이 한 두 사람 있을지 의심된다"고 몰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모두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그는 "본인들이 의사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총리까지 지낸 분이 특정인(안철수 의원)의 대통령 소망을 이룩하는 데에 가서 특별히 할 일이 있겠는가"라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 전 총리는) 자신이 실천할 뚜렷한 목표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따라 움직이지, 살살 꼬셔다가 자리 하나 준다는 식에 응할 인격자가 아니다"라며 "더민주에 온다면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다만 정 전 위원장의 선대위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총리까지 지낸 분이 무슨 선대위"라고 말해 다른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상가에서 문재인 대표와 마주쳤지만, 취재진을 의식한 듯 별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빈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정계 복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어디로 갈 것이냐를 생각하는 게 너무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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