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책사 "中, 미국-월家 에너지 카르텔 깬다"

[유라시아 견문] 일대일로의 사상 ② : 천인합일(下)

이병한 박사의 후안강 칭화대학교 교수 인터뷰의 마지막 회입니다. (☞관련 기사 : 일대일로의 사상 ① : 지리 혁명과 공영주의(上) "2020년 세계 최강대국은 바로 중국", 지리 혁명과 공영주의(下) "미국, 금융 조작-기생 국가", 일대일로의 사상 ② : 천인합일(上) 중국 취대 위협 요소는 '증시' 아닌 '탄소')

이병한 : 녹색 산업 혁명의 골자가 궁금합니다.

후안강 : 세계적으로 녹색 에너지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그 가운데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1996~2008년 사이, 세계 풍력 발전소의 용량이 20배나 증가했습니다. 매년 158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요. 더불어 40만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녹색 에너지 혁명의 주도국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 점입니다. 2009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풍력 발전량에서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습니다. 중국은 또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광 전지판 생산에서도 세계 1위입니다.

인공림 조성에서도 으뜸입니다.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2004~2008년 사이에 전국의 삼림 면적이 10년(1994~1998년) 전에 견주어 24억 세제곱미터가 증가했습니다. 이 확장된 인공 삼림에서 매해 45억 톤의 산소가 배출됩니다. 임업으로 4500만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고요.

핵 발전(원자력 발전)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핵발전소의 발전 총량을 7000만 킬로와트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이로써 매년 4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가집니다. 신산업 혁명과 신과학 혁명의 최전선에 중국이 서 있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 녹색 산업 혁명의 참여자이자 발동자이고, 혁신자이자 지도자일 것입니다.

이병한 : 내몽골, 신장, 운남 등을 돌아다니며 거대한 풍력 발전소 단지를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다만 일본의 3.11(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래 핵 발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진 것 같은데요?

후안강 : 적어도 2050년까지는 불가피합니다. 녹색 에너지, 청정 에너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이행기에 14억 인민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핵발전소 이외의 현실적 대안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이병한 : 장기적으로는 어떻습니까?

후안강 : '기후 적응형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혹은 '기후 지능형 사회'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 적응형 사회란 주택이나 인프라 건설에서부터 에너지 절약 방법을 강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덜 하는 녹색 경제 모델을 뜻합니다. 저탄소 상품을 개발하고, 저탄소 에너지를 강구하고, 저탄소 소비 방식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의 관계를 분리시켜 가는 것입니다.

덴마크를 참조해 볼 만합니다. 덴마크는 1990~2006년 사이에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2.3%였던 반면에 탄소 배출 누계는 오히려 5%씩 감소시켜 왔습니다. 현재 덴마크의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은 전체 전력량의 25%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덴마크는 인구 500만 명의 지극히 작은 나라이지요.

지구적인 효과 또한 미미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실행하면 다릅니다. 중국 안에는 덴마크 규모의 도시가 100개가 넘습니다. 중국에서 전면적으로 또 전국적으로 덴마크 모델을 도입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중국은 그러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으며, 그럴만한 능력과 의사 또한 있습니다. 당장 202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와 청정 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총발전량에서의 비중 또한 17%에서 30%까지 증가할 것입니다. 2020년에서 2050년까지는 더 빠른 속도로 전환해 갈 것이고요.

이병한 : 능력과 의사라 함은 중국 당국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후안강 : 중국의 에너지 거버넌스 또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에 바탕을 둡니다. 미국처럼 소수의 에너지 기업들이 정책의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반면 국가가 보유한 정책적 수단은 다양합니다. 녹색 체제를 혁신하고 녹색 거버넌스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일단 준 강제적으로 녹색 주택 건설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단위 면적당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건설 방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을 통해서는 녹색 신용 대출, 녹색 융자, 녹색 담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생산, 제작, 유통 등 전 분야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에 대해서 지원을 감소시켜 갈 것입니다. 탄소세를 선도적으로 신설하여 매년 1.2만~1.4만억 위안을 거두어들일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부터 시작하여 GDP의 3~4% 규모로 신장시킬 예정입니다.

이병한 : 하더라도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이 7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요?

후안강 : 낙관이 아닙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미 '에너지와 기후 위원회'를 조직하여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감소를 주도하는 지도 체제의 일원화를 이루었습니다. 관련 정부 부서 사이의 협조를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의 합작을 심화하는 종합적인 감독 기구입니다. 이곳에서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전국 각지에서의 탄소 배출과 온실 기체 통계를 집약하고 예측하고 관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정비해갈 것입니다.

중앙에 결집된 역량은 연구와 개발 지원으로도 이어집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녹색 기술의 사용을 권장합니다. 국내 및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녹색 기업들이 세계의 녹색 시장을 견인해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렇게 축적해간 공공 지식을 지구적 규모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발전 도상국에 전수하는 등 책임 대국으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후 안정이란 지구적 공공재입니다. 그 공적 책무를 중국은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병한 : 기후 거버넌스와 일대일로는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후안강 : 기후 거버넌스의 지지부진은 '죄수의 딜레마'를 반영합니다. 세계 200여 개 국가들이 자국은 덜 감소하고, 타국은 더 감소할 것을 원합니다. 그 결과 각국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이러한 딜레마가 지속된다면 주요 피해자는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기후 거버넌스의 실질화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20세기의 에너지 거버넌스에는 영미 주도의 국제 정치에 월가의 금융 공학이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지정학과 독점 자본이 결부되어 있었습니다. 이 왜곡된 거버넌스를 교정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가령 앞으로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을 중국과 인도, 유럽에 에너지 부국인 러시아와 중동 국가를 포함한 유라시아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처럼 러시아나 중동 국가들과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상극이 아니라 상생을 도모할 방법이 여럿입니다. '유라시아 에너지 안전보장회의' 등 새로운 국제 기구의 설립도 적극 고려해볼 만합니다.

중국은 이미 상하이협력기구(SCO) 같은 안보 기구,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같은 금융 기구 등 다양한 국제 기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에너지 분야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대일로에 자리한 에너지 수출국과 수입국이 윈윈할 수 있는 공동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 후안강 칭화 대학교 교수. ⓒ이병한

東方治理學(동방치리학)

인터뷰를 마치고 두 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후안강과 그 제자들이 함께 집필한 수리 정책과 에너지 정책에 관한 두툼한 보고서였다. 門外漢(문외한)인 나로서는 머리말만 훑었다. 2050년 녹색 중국의 청사진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질 능력이 부족하다. 녹색 거버넌스, 기후 적응형 사회, 생태 문명 건설 등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감별하고 판별하기 힘들다.

보고서를 함께 작성했다는 두 명의 제자와 저녁 식사를 했다. 1978년생과 1980년생, 내 또래였다. 개혁 개방 직후에 태어난 소장학자들이다. 이들은 후안강의 지도 아래 국가의 대사에 관해 박사 논문을 쓰고 국정 연구소에서 대계를 세우고 대전략을 마련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東方治理學'(동방치리학)의 확립이라고 한다. 중국의 거버넌스를 독자적 학문 분과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학문의 자립, 사상의 독립만큼이나 학술 재생산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민주화' 이후 학문의 종속성은 더 심화되고 재생산 기능은 더 약화된 한국의 대학원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헌데 이 친구들, 술이 몇 순배 도니 한술 더 뜬다. '국가를 위해 학문하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낯간지러운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먹물'의 자조가 자자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기상이고 士氣(사기)이다. 아니나 다를까 둘 다 공산당원이었다.

중국공산당의 역설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8600만, 지구에서 가장 큰 정치 조직이자, 가장 막강한 정치 집단이다. 아마도 가장 유능한 정당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만년 여당,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누린다. 그러하기에 세계의 어느 정당도 추진하기 힘든 메가 프로젝트를 장기간 추진할 수 있는 예외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이 점이 중국이 가진 가장 큰 리스크이자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할 것이다. 녹색 거버넌스는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일종의 혁명이다.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이나 환경 단체 같은 비정부기구만으로는 쉬이 가능하지 않을 성 싶다.

중국의 자연과 지리가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의 바탕이 되었다는 '아시아적 생산 양식'론을 곰곰 되새겨본다. '동양적 전제'가 생태 문명 건설에는 도리어 득이 될지도 모른다는 역설도 궁리해본다. 인간의 욕망을 일정하게 누르는 절제와 억제, 통제와 강제가 요청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성장보다는 성숙을, 해방보다는 해탈을 더 독려해야 할 것 같다. 과연 중국공산당이 그들만이 보유한 그 막대한 권력을 도덕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양날의 검을 선한 목적으로 휘두를 수 있을 것인가. 내 앞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의 후안강, 장래의 책사들을 지켜보며 나는 재차 半信半疑(반신반의), 긴가민가했다.

▲ 칭화 대학교 국정연구원 세미나 실. ⓒ이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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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물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www.byeong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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