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장관 후보자, 위안부 협상에 '말 꼬이네'

"정부가 위안부 기록 등재" → "민간 단체가 추진"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는 7일 위안부 문제 관련 졸속 합의와 관련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일본이 국가 예산으로 기금을 출연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깊고 오래돼서 현실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도 상처가 치유되기에는 오랜 시간을 끌어왔다"며 "할머니들이 어떤 형태로든 마음의 위로를 받고 명예와 존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들이 연로해 시간적 제약이 있고, 상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 한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일본측에서 사과와 반성을 했고 군이 관여했다는 점을 표명했다"며 "국가 예산으로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것처럼 홍보했던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사업과 관련해 강 후보자는"지금 민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열심히 하고 있고 정상적으로 기간에 맞춰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걸 추진한다"라며 "여가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었다.

정부 추진 사업인 것처럼 말했다가, 한일 합의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밝힌 후, 여가부가 이를 슬그머니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윤 장관이 합의문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강 후보자는 모순된 답변을 내놓았다.

강 후보자는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해결되도록 한다는 것은, 정부가 정대협 등 위안부 관련 민간 단체에 압력을 넣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협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말이 꼬이고 있는 셈이다. 강 후보자의 발언 신뢰성도 땅에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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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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