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5일까지 선거구 획정 요청"…지역구 246석 유지案 제시

농어촌 줄고 수도권 7석 늘어날듯…여야 모두 부정적 반응, 심의 난항 예상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의석비율을 유지하되 일부 자치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의 기준을 제시하고, 오는 5일까지 획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야간 선거구획정 협상이 오랜기간 공전을 거듭하며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심사기일 지정을 통한 직권상정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0시 발표한 '선거구 담화문'에서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오늘 0시부터 효력을 상실하면서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됐다"면서 "100여일 남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구 자체가 없어졌으니 선거운동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침해받는 우리 국민과 예비후보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장은 특히 "현역 국회의원은 의정보고 활동 등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면서 "이는 예비후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는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면서 "그런데 여야는 선거제도에 따른 의석의 득실 계산에만 몰입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를 넘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선거구 획정 기준으로 우선 현행 의원정수 300명과 의석 비율(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토록 하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일은 획정위 논의 당시보다 두 달 늦춘 2015년 10월 31일로 지정했다.

자치 시·군·구의 분할은 현행 공직선거법대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되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일부 예외를 인정하도록 요구했다.

예외로는 △5개 이상 자치 시·군·구를 포함하지 않으면 1개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경우 △인구 하한에 미달해 인접 지역구와 합쳐야 하는데 어느 지역구와 합하더라도 인구 상한을 초과해 자치 시·군·구 일부 분할을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했다.

첫 번째는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가, 두 번째는 지난 총선에서 분할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인천 서·강화, 부산 북·강서을, 경북 포항남·울릉과 서울 중구 등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도권 지역구 증가 억제를 위해 수도권 분구 대상 선거구의 경우 자치 시·군·구 일부를 분할해서 인근 선거구에 붙이는 방식으로 조정해 분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강구하되, 이런 예외가 3개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정 의장은 이후 획정위가 이런 기준을 적용해 만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로 넘기면 담당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로 보내 이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심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행위가 심의·의결할 경우 본회의로 넘기겠지만, 여야 합의가 또다시 불발될 경우 정 의장은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8일을 심사기일로 지정해 직권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포함한 경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공직선거법 개정안만 통과시키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터여서 향후 심의 과정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구 대상은? 강서·연수·수원·남양주 등 확정적…강남·군포·춘천은 제외 가능성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오전 0시를 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시한 올해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 기준은 강원 춘천과 수도권 3개 지역구를 쪼개는 게 핵심이다.

정 의장이 내놓은 첫 번째 조건, 즉 5개 이상 자치구·시·군에 걸치지 않으면 선거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인접 구·시·군의 분할을 허용한다는 조건에 들어맞는 사례는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다.

이 지역은 인구 하한에 미달한 만큼 춘천 북부 지역을 떼어와 5개 구·시·군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인구 하한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강원도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속초·고성·양양이 살아남는 반면 홍천·횡성은 평창·영월과 합쳐져야 한다. 평창·영월이 떨어져 나간 태백·정선은 동해·삼척과 붙어 결과적으로 강원도의 의석은 1개 줄어든다.

철원·화천·양구에 춘천을 붙여 갑·을로 나눌 경우 인제를 홍천·횡성에 붙이면 강원도 의석은 줄어들지 않는다.

경북 울진·봉화·영덕·영양은 인구 하한을 넘겨 5개 구·시·군으로 만들 필요가 없으며,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은 임실이나 장수를 떼어내고 완주를 붙이면 역시 4개 구·시·군으로 선거구가 유지될 수 있다.

정 의장은 헌법재판소 결정대로 최대·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다 보면 수도권 의석 증가와 농·어촌 의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구 가운데 최대 3곳까지 구·시·군 분할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애초 10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수도권에서 7석만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그만큼 농·어촌 의석 감소폭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애초 분구가 예상됐던 해당 지역구에서 우위를 보여 온 정당이나 그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이던 후보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개연성이 크다.

정 의장은 이런 민감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지역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서울 강남과 경기 광주, 군포가 거론된다.

강남은 2석에서 3석으로, 광주와 군포는 각각 1석에서 2석으로 분구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를 백지화한 채 일부 지역을 찢어 인접 지역구와 붙였을 때 인구 상한을 넘기지 않으면 수도권의 의석 증가폭이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서울 강서와 인천 연수, 경기 수원, 용인, 남양주, 화성, 김포 등 수도권은 7곳에서만 분구가 이뤄진다.

수도권에서 얻은 여유분 3석은 영남, 호남, 충청 등 권역별로 배분될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급적 농어촌 지역구 감소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게 양당의 유불리가 있다"며 "이를 고려하다 보니 영남 1개, 호남 1개, 충청 1개 이렇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제시한 3가지 조건 가운데 나머지 1개는 인구 하한에 미달해 인접 지역구와 합쳐야 하는데, 어디와 합쳐도 인구 상한을 넘게 되는 경우 인접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인천 서·강화, 부산 해운대·기장과 북·강서, 경북 포항·울릉이 이런 예외 조항에 해당해 합쳐진 뒤 갑·을 지역구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해운대·기장의 경우 인구 증가에 따라 해운대갑·을과 기장으로 분구될 예정이어서 대신 이 자리에는 서울 중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인접한 성동구와 합쳐져 중·성동 갑과 중·성동 을이 되는 것이다. 또 광주 동구도 북구와 합쳐져 동·북갑과 동·북을이 될 수 있다고 국회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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