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보수 집권 100년' 토대를 만들었다"

[이 주의 조합원] 이영환 조합원

"종편(종합편성채널)의 탄생은 수구보수세력의 오랜 연구 결과에서 나온, 어쩌면 거대한 시나리오에서 탄생했다는 느낌이다."

이영환 조합원은 프레시안 기자 출신이다. <전교조신문>, <언론노보>, <미디어오늘>, <프레시안>까지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다가, 현재는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보좌관이다. 기자 때도 언론 쪽을 주로 취재했고, 청와대와 당에서도 계속 언론 관련 일을 해왔다.

이 조합원에게 '이 주의 조합원' 코너를 빌어 인터뷰를 먼저 제안했다.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더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언론에 대한 갑갑증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프레시안> 같은 작은 독립언론은 우후죽순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 조합원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이 보수 세력의 치밀한 시나리오였다고 말한다.

"맨 처음 신문을 망가뜨렸다. 대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광고를 틀어쥐고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했다. 한겨레, 경향 등이 당시 기자들 임금도 못 줄 정도로 어려워졌다. 그 다음 지상파 방송은 노조를 철저히 깨는 쪽으로 접근했다. 2년간 끌었던 방송 파업 과정에서 많은 해직 언론인들이 생겼고, 아직도 현업으로 못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기존 언론을 망가뜨리고 신뢰를 잃게 만든 뒤 종편을 탄생시켰다."


▲ 이영환 조합원(오른쪽에서 두번째)ⓒ프레시안


돌이켜보면 2009년 7월 미디어법 통과는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조합원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인 최문순 의원 보좌관이었고, 그때를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2008년 당시 최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문방위 의원들은 두 달 동안 반대 농성을 벌였다. 언론, 시민사회도 결합해 온힘을 다해 싸웠다. 그렇게 1년을 버티다 2009년에 결국 날치기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당시 목숨 걸고 싸우긴 했지만, 내심 종편이 부실한 재정과 전문인력 등의 문제로 망할 수도 있다는 안이한 상황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생기면 결코 망하는 게 쉽지 않다.

4년이 지난 현재 종편이 우리 사회 여론의 흐름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정말 엄청난 일을 해냈다. 신문, 방송, 통신 분야를 철저히 장악해 '기득권 100년 집권'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 조합원은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마지막 남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 등 인터넷 쪽을 건드리고 있다고 말한다. 세무조사, 뉴스서비스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 행사, 검찰을 통한 감청 등이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최근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의 경우 언론사로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도 인터넷 여론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 중 하나다.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도대체 무얼 했냐고 이 조합원에게 따져 물었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 개혁은 '언론사 세무조사'였다. 말을 듣지 않는 언론의 팔을 비튼 셈이다. 당시 세무조사는 기득권 언론사, '밤의 황제'인 언론 사주들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계와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서 멈췄다. 말을 잘 듣도록 관리만 했다가 정권 말기에 '되치기'를 당하고 레임덕을 가속화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보다 다양한 방식을 구사했다. 첫번째가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를 떼어내 구도를 깨는 분리 정책을 취했다. 더불어 기득권을 희석시키고 권언 유착 구조를 깨기 위해 출입기자실 문호를 넓혔다. 또 신문법을 제정하고, 방송법을 개정해 언론의 공공성을 높이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도를 바꾸지 못했다. 신문기금 등 신문사들이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부족했다. 또 방송위원회, KBS, MBC, EBS 등의 근간인 이사회 구성, 다시 말해 방송 지배구조를 보다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만약 당시 참여정부가 열린우리당과 합심해 KBS와 MBC(방문진)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와 야당 추천 이사 수를 조정했다면 현재의 참담한 언론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왜 못했을까? 솔직히 우리도 선거 공신들에게 나눠줄 '자리'가 필요해서 아니었나."

다시 '오늘'로 돌아와 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망가진 언론 환경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첫 발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대선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참여정부보다 더 유능한 언론 정책으로 지금의 틀을 바꿔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답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이 조합원은 강조했다.

"언론이 망가지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치하의 대한민국이 그걸 여실히 보여주지 않나. 당장 다음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바로 잡지 못하더라도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언론 정책의 중요성, 시급성을 아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여야에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그저 그들의 '스타성'에 기댄 득표 전략이었을 뿐이다. 언론 정책은 매번 다른 이슈에 밀리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할 문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론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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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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