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미중보다 중일 충돌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이 한 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센카쿠/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관련하여, 지난 몇 년간 국내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래도 소위 '전문가'라고 연락을 주었는데 참 난감하다. 질문은 간단한데, 답은 그리 쉽지 않다. 중국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스타일'이 다르다

군사적 측면에 국한하여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과 일본은 군사적 전통, 군사력 건설에 있어서의 기본 개념, 태세 및 수준이 매우 다른 국가이다. 무기 및 기술 수준 측면에서는 일본이 분명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핵, 핵잠수함, 항모 등의 원거리 투사능력이 부재하여 미국을 통한 군사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군사력의 독자적 운용이 가능한 국가로 전체적인 무기 체계의 낙후성 문제를 안고 있으나, 단기 제한전에 집중 능력을 갖고 있다. 최근 첨단 무기를 동원한 실전 훈련도 하고 있고, 특히 항적(航跡) 추적 어뢰(wake-homing torpedo)는 미국 해군을 포함 역내 어느 해군도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없는 무기 체계로 알려져 있다.

둘째, 냉전 종식으로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소멸한 후, 양국은 안보 환경이 크게 변한 것에 대응하여 군사 태세의 방향 전환을 겪게 되었다. 중국은 과거 북-북서 중시의 군사 태세에서 동남부, 도서 및 해양을 중시하게 되었고, 일본은 과거 북방 중시에서 서남부(즉, 중국과 한반도)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셋째, 국내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민족주의, 영토 주권, 그리고 경제 자원 확보와 연계되어 있다. 중국은 1992년 영해법 공포, 2010년대 공세적 대외 행태, 그리고 2013년 방공 식별 구역(ADIZ) 선포, 발효를 통해 동중국해가 자국의 영토임을 강조하고, 소위 '분쟁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탈(脫)전후 체제'를 추구한다고 평가되는데, '대항적 민족주의'(즉,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사회 경제적 위기감, 그리고 전후(戰後) 세대인 정치 지도자의 등장과 같은 국내적 요인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한 주변국(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대립,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해 구조화된 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역내 양대 강대국 간의 충돌과 대립은 분명 동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중국해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타이완)의 수역이 중첩되는 해역으로, 동 섬이 어느 국가에 귀속되느냐에 따라 경제 수역의 경계가 달라진다. 또한 인근 해역의 석유 매장 가능성 및 해양자원 확보, 한국의 해상 수송로(SLOC) 유지, 독도에 대한 일본 측의 주장 등과 연동되어 있어 한국으로서는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다.

가까운 미래에 동 분쟁으로 인한 중일 간의 전면적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낮으나 무력 시위 및 대립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영토, 영해 분쟁과 마찬가지로, 양국 관계의 악화에 의한 결과로서 나타나거나 혹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양국 관계의 경색 추이, 양국의 상륙/반(反)상륙 훈련 횟수의 증가, 민족주의 성향 및 국내 정치적 이용가치의 증가를 감안할 때, 양국의 제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동중국해에서의 무력 충돌 시나리오

센카쿠/댜오위다오와 인근 해역에서의 무력 충돌은 다음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가능하다.

하나는 기습 공격을 통한 도서(島嶼) 점령이다. 1974년 1월 시사(西沙)군도 점령 사례가 이에 속한다. '자국 도서'의 탈환 이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안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그 간의 군사적 약소국(베트남, 필리핀)과는 다르다. 그러나 "우세한 적과 싸워 이기는 중국군의 우량 전통"이 강조될 것이다.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도서 전투(island battle, 예를 들어 과달카날 전투)에 대한 미군의 공포감도 중요한 변수이다. 다만, 동 사태로 인한 역내외 외교적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시나리오는 류큐(琉球) 열도 남단에 대한 해상 통제 방안이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국내외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동 상황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발생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 사태는 분명히 계산된 전략 하에 실행될 것이다. 오키나와(沖繩) 남단 해역은 역사적으로 일본 영토가 아니었으며 독립 세력이 존재했었다. 또 주일 미군이 류큐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동 해역은 상시 방어가 어렵다. 중국군의 경우, 2010년대 말 이후부터 정보 작전(IO) 능력 및 해군, 공군의 원거리 작전이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도서 점령에 대한 역내외 국가들의 반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유리한 점도 있다. 반면에 일본 입장에서 동 지역의 전장화(戰場化)는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 심지어 오키나와의 독립 요구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이다.

동중국해에서의 무력 분쟁 발생 시, 역내 파장과 한국에 대한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역내 주요국 간의 분쟁에 대한 주변국의 역할 혹은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영토, 영해 분쟁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고, 대체로 대화와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을 '권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입장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일본은 '두 얼굴을 가진 국가'(역사 문제와 안보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즉 이어도, 독도와 같은 이슈 및 서남해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한, 다른 상황에 대해서는 선언적 차원과 대외적으로 '무(無)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으며, 사실 '무정책'도 분명한 입장이다. 이 또한 우리 외교가 단순 방정식이 아닌 고차 방정식에 당면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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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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