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내분 종식, '박근혜'에 달렸다

[시사통] 12월 15일 이슈독털

박근혜 대통령이 소금을 뿌렸습니다. 상처 난 야당의 가슴에 빨간약을 발라준 게 아니라 소금을 뿌렸습니다. 어제(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말했습니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내분 사태를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염장을 지르는 말입니다.

박 대통령도 정당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그것도 모진 풍파 겪으며 정당생활을 이어갔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역지사지의 여지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거꾸로 야멸차게 나왔습니다. 신사협정에 따른 내정 불간섭 원칙은 휴짓조각처럼 구겨버리고,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뿌렸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참 무서운 사람입니다. 일말의 여지를 주지 않고 끝까지 밟아버리려고 합니다. 야당의 존립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강호의 도'를 물리고 '정글의 법칙'을 내세워 야당의 지지기반을 쓸어버리려고 합니다. 물론 동기는 독주 기반 강화입니다. 야당의 견제를 신경 쓰지 않고 국정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고, 레임덕 없는 대통령의 신화를 쓰고자 하는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취할 방책은 따로 없습니다. '강 대 강'으로 맞서는 것, 이것 말고 다른 방책은 없습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새정치연합이 지금 중도 외연 확장을 운위하는 건 뻘쭘합니다. 중도 외연 확장은 '51대 49'의 게임에서나 통하는 승리 방정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판이 아닙니다. 내일 당장 총선을 치른다고 가정할 경우, 새정치연합이 풀어야 할 최대 문제는 투표율 하락입니다. 내분 사태에 실망한 지지층의 투표 불참을 막아야 합니다.

지지층이 내분 사태에 실망하는 이유는 내분 그 자체보다는 내분으로 인해 확인되는 다른 문제 때문입니다. 바로 존재감의 상실입니다.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적전분열에 기막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면 명확해집니다. 새정치연합의 내분 사태를 바라보는 두 시각, 즉 박 대통령의 시각과 야당 지지층의 시각은 정반대입니다. 박 대통령은 '집안싸움 때문에 국정 협조가 안 된다'고 욕하는 것이고, 야당 지지층은 '집안싸움 때문에 국정 견제가 안 된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의 '강 대 강' 대처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심판의 장이고, 이 장에서 야당의 위치는 응당 국민 앞자리여야 합니다. 헌데, 야당이 대통령과 국민 가운데에서 좌우로 매타작을 당해버리면 총선 구도가 왜곡됩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심판의 물길을 틀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건 적전분열을 넘어 이적행위에 해당합니다. 새정치연합의 '강 대 강' 대처는 의무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그게 새정치연합의 살 길이자 내분 사태를 끝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혁신은 야당다운 선명성을 되찾는 것이고, 선명성을 단련시키는 공간은 대여전선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 대 강' 대처는 새정치연합의 살길입니다. 아울러 내분 사태는 야당 정통성에 대한 지지층의 추인을 받아야만 끝낼 수 있고, 그 추인의 잣대는 대여투쟁의 강도와 일관성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 대 강' 대처의 주도권 확보는 내분을 끝내는 길입니다.

새정치연합 내분 사태의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 더 정확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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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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