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체포 10일 정오로 연기...'인간 벽' 등장한 조계사

[현장] 경찰, 조계종 긴급 요청 수용...민주노총 9시 한상균 거취 결정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 집행 시한이 다시 10일로 미뤄졌다. 9일 한 위원장 체포를 위해 수천 명의 경찰이 조계사 경내에 들이닥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조계종 측이 "내일까지 시간을 달라"며 긴급 요청을 했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인 것.

경찰의 영장 집행이 10일로 연기되기 전까지,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종일 긴박감이 감돌았다.

애초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통보한 시한은 이날 오후 4시였다. 그러나 경찰은 오후 3시께 일찌감치 경내 안팎에 75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4시가 다가오자 경찰은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관음전 주변에 경력을 계속 추가 배치하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경찰의 체포 작전이 임박했음을 감지한 조계종 스님과 직원 100여 명은 경찰의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관음전 주변에서 '인간 벽'을 만들어 에워쌌다.

▲조계사 주변에 '인간 벽'을 만드는 스님과 신도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오후 4시가 되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 체포 작전 준비에 돌입했다. 한 위원장이 투신할 가능성을 고려해 관음전 주변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건물 안팎에서 경찰 진입을 막던 신도들을 현장 바깥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조계사 직원이 갈비뼈가 손상되는 등 부상자도 발생했다. 또 일부 신도들은 경찰의 출입 통제에 반발하며 고성을 지르는 등 경내는 온통 어수선했다.


신도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경찰은 오후 5시에 한 위원장 체포 작전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 위원장 투신에 대비해 경찰이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모습. ⓒ프레시안(손문상)
▲신도들을 관음전 바깥으로 끌어내는 경찰들. ⓒ프레시안(손문상)
▲경찰에게 항의하는 스님. ⓒ프레시안(최형락)


이렇게 경찰이 관음전 주위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진열을 정비하는 사이, 조계종 측은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회견에서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할 테니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조계종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이어 "체포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 아니라 또 다른 갈등 낳는 것"이라며 "더 이상 갈등은 종단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오후 5시 40분께 '조계종 총무원장님 기자회견에 따른 경찰 입장' 자료를 내고 "애초 영장을 집행할 방침이었으나, 자승 총무원장님의 회견 내용을 감안해 내일 정오까지 일단 집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날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 작전은 실행 직전 가까스로 중단됐다.

경찰은 그러나 "내일 정오까지 자진 출석하지 않거나 신병이 인도되지 않으면 무조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오후 9시 긴급 회의를 열고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온종일 전운에 휩싸였던 조계사는 현재 경력이 다수 빠지면서 한층 진정된 분위기다. 조계사 바깥에서 한 위원장 체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큰 충돌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 신도, 취재진이 뒤엉키며 어수선한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조계사 앞에 준비된 경찰 호송 차량.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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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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