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어렵다? 책임 안 지니 더 아늑하다!"

[기자의 눈] 새정치연합이 정신 못 차리는 '진짜 이유'

정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한 인사의 말이다. 익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바란다. 야당 현역 의원들의 자리 보전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각 상임위별로 온갖 자리에 야당 의원들 몫이 따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야당의 한 의원은 상임위 소관 기관 산하 위원회의 위원 선임 인사권을 자기 몫으로 행사한다. 말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자리에 말도 안 되는 비전문가 낙하산들이 들어와서 '누구 야당 의원 측근'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전횡을 한다. 그 위원회가 10명이면 3명 정도를 야당 의원들이 좌지우지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편한가. 야당 생활 어렵다고? 그렇지 않다. 권력에 절반 이상의 지분을 떼 주고 남은 찌꺼기들이 얼마나 맛있겠나. 그렇게 야당 의원들은 야당이 주는 안락함에 푹 빠져 있다. 책임 질 일이 없으니 더욱 아늑하다."

지금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인턴 출신 황 모 씨 취업 청탁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여당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일들이 야당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벌써 야당 생활 8년째다. 여당이 되는 법을 잊은 것인가?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이 국회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자신의 시집을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의원은 "사무실에서 출판사의 카드단말기로 책을 구입한 기관이 딱 한 곳 있었는데 이도 이미 오래 전에 반환조치 되었다"고 했다. 이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일반 상식 수준에서는 도저히 용인되지 않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매년 정치자금 모금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야당 의원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들이 드나드는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놓았다는 것을 누가 예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최근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2016년 변호사시험 자격을 얻지 못하자 로스쿨 원장을 직접 찾아갔다. 부정(父情)은 이해하나, 본인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음을 잊었나보다.

이석현 의원은 1일 "정부가 발의한 종교인 과세법안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재벌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감세해주는 정부가 신앙인이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친 돈까지 세금을 물린다면 저승에 가서 무슨 낯으로 그분들을 뵐 것인가"라며 "복음과 자비를 전파하는 신앙의 영역까지 세금을 매겨야 할 정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취약한 것인가. 재정 부족은 재벌 증세와 탈세 방지로 메꾸고 종교인 과세는 각종 세원 포착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검토할 문제다. 이 법안은 본회의 상정을 유보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사람은 없다. "저승에서 하나님과 부처님을 뵐 낯"을 챙기기 위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을 수많은 성실 납세자, 유권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과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는가?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의원 교체 희망이 54.2%인 반면 현역 의원 연임 희망은 25.8%에 불과했다고 한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 현역 교체 희망은 63.6%나 됐다. (지난달 3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조사(46.1%)와 모바일활용 웹조사(53.9%)를 병행해 조사. 응답률은 2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

2007년 대선 전까지 야당이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별칭이 '웰빙 야당'이었다. 그 말이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것 같다.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들은 '웰빙'에 젖어 있다. 그리고 유령 같은 호남 민심을 들먹이며, 끊임없이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하려 하고, 공천권 싸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당의 두 대선 주자는 '어게인 2012년'의 대권 놀음에 빠져 있다. 혹시 두 주자가 모를까봐 이야기하는데,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연합은 패했다. 이런 상태라면, 아무래도 야당 지지자들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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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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