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부패 다음은 '빈곤과의 전쟁'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빈곤문제 해결 나선 시진핑 체제

지난 11월 27일부터 베이징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중앙 빈곤 구제 개발 공작 회의(中央扶贫开发工作会议)'가 이틀 동안 개최되었다. 후야오방(胡耀邦) 탄생 100주년 기념식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빈곤 구제가 중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시진핑이 주창하는 '두 개의 백 년' 가운데 첫 번째 백 년에 전면적 소강 사회 건설을 이루려면 빈곤의 구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또 지역과 계층 간의 균형 성장을 위해서도 빈곤 구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7000만 중국인이 겪고 있는 빈곤 문제

중국은 현재 14개의 대면적(大面積) 극빈 지역이 있고, 12만8000여 개의 빈곤 촌락에 7000여만 명의 빈곤 인구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빈곤 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서는 지역은 구이저우(贵州省), 윈난(云南省), 허난(河南省),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후난(湖南省), 쓰촨(四川省) 등 주로 중서부 지역에 널리 분포해 있다. 대부분 연해 지역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덜 풍요로운 지역이다.

지난 18기 5중전회에서 중국은 이미 2020년까지 기준선 이하에 머물러 있는 농촌 빈곤 인구를 빈곤에서 완전히 탈출하게 하고 빈곤 현(縣)을 완전히 없앤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7000여만 명의 빈곤 인구를 빈곤선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매년 1170만 명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야 실현될 수 있다.

이번에 개최된 '중앙 빈곤 구제 개발 공작 회의'는 18기 5중전회 이후 개최된 첫 번째 중앙 공작 회의로 빈곤 구제가 향후 시진핑 집권 기간 중요한 정책 의제가 될 것임을 잘 보여줬다. 사실 빈곤 구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 사회 건설을 위해서 전 분야에서 결정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독려하는 상황에서 빈곤 구제가 갖는 정치적 의제로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중앙 공작 회의가 개최되기 전 일반적으로 빈곤 구제는 당 중앙이 직접 다루는 의제가 아니라 주로 국무원에서 다루던 의제였다.

중국 국무원에는 이미 지난 1986년부터 '국무원 빈곤 구제 개발 영도 소조(国务院扶贫开发领导小组)'가 설치 운영되어 왔다. 건립 초기에는 '국무원 빈곤 지역 경제 개발 영도 소조(国务院贫困地区经济开发领导小组)'로 출발했으며 지난 1993년 12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빈곤 구제를 경제 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접근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주관 부문이 국무원이기 때문에 주로 정책의 실행 차원에서 빈곤 구제에 접근했다. 현재 '국무원 빈곤 구제 개발 영도 소조'는 국무원 부총리 왕양(汪洋)이 조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당 중앙이 직접 빈곤 구제에 나서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앙 공작 회의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사실 당 중앙의 '빈곤 개발 공작 회의'는 자주 열리지는 않는다. 당 '중앙'의 이름을 걸고 개최되었던 중앙의 빈곤 관련 공작 회의는 지난 2011년이었다. 빈곤 구제 관련 회의가 '전국' 공작 회의에서 '중앙'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최된 것은 이번 '중앙 빈곤 구제 개발 공작 회의'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회의에는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 각 성급 당정 최고 책임자들이 동시에 참석했으며, 그 규모 또한 매년 개최되던 '중앙 농촌 공작 회의'를 뛰어 넘어 '중앙 경제 공작 회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규모 회의가 되었다. 이는 이미 '빈곤 구제'가 당 중앙의 중요한 정책 의제이며 당 중앙이 이를 전략적으로 매우 중시한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빈곤 문제를 성과주의로 접근하는 시진핑 체제

이번 '중앙 빈곤 구제 개발 공작 회의'는 앞으로 당 중앙이 빈곤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대상의 문제이다.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빈곤 인구의 정확한 개념 정립과 함께 빈곤 인구, 빈곤 정도, 빈곤 원인 등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을 기준으로 빈곤선을 설정할 것인지도 확정해야 한다.

둘째, 주체의 문제이다. 누가 빈곤 지역 혹은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이번 회의 결과는 중앙이 중심이 되고 각 성급(성, 직할시, 지치구) 단위가 책임을 지고 시(지급시)와 현이 실행하는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하게 업무를 나누고 책임선을 분명하게 하고 어떤 사람이 책임을 지고 평가 기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방법의 문제이다. 어떻게 빈곤 구제를 실행할 것인가라는 방법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 빈곤 지역과 빈곤 인구의 구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오개일비(五個一批)'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발전, 이주, 보상, 교육, 사회 보장 등 다섯 가지 방식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시진핑은 이번 회의를 통해서 빈곤 구제를 간부 평가 및 중용과 연계시키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당과 당원들에게 전달했다. 시진핑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빈곤 구제 결과를 간부 중용에 반영하고 빈곤 탈출 결과 보고와 감찰 제도를 만들어 연도별로 체크하고 이를 기반으로 감찰과 문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빈곤 구제에 성과가 없다면 내칠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러나 빈곤 구제는 특정 지역과 특정 인물의 성과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앙이 방향을 제시하고 각 급이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그 성과를 개별 인사 고과에 반영하여 문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라면 애초에 당 중앙이 거당적 차원에서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다시 빈곤 구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것은 빈곤으로 야기되는 사회 불안정 요인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또 시진핑이 제시한 '첫 번째 백 년'의 결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빈곤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빈곤 구제는 반드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 설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증적인 차원에서 수치적 성과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로드맵을 설정해서 추진하는 실행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문제를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개최된 당 중앙의 빈곤 관련 회의는 빈곤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고 그 해결 방안을 근본적으로 찾아가는 시발점이 되었어야 했다. 간부들의 승진이나 문책에 연동시키는 성과 중심적 접근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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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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