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놓고 벌이는 기싸움, 기후 변화 새 질서는?

[원광대 '한중 관계 브리핑'] 중국, 신(新)기후 변화 체제 협상 주도하나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중대한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이다. 수많은 국제 회의 중 하나에 불과한 이번 회의에 '인류의 생존'이라는 추상적이고 거창한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수면 아래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도서국(島嶼國)이나 국토의 많은 부분이 열대우림으로 덮여있는 남미 국가와 같이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가 아니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이러한 인식 차이는 얼마 전 미국의 민간 조사 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 센터가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브라질, 칠레,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은 응답자의 70% 이상이 '기후 변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대기오염 문제로 자국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경우 40개국 중 가장 낮은 18%만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은 48% 정도가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新)기후 변화 체제 구축을 위한 파리 총회

이번 총회는 얼마 전 테러로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는 가운데 강행된다.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리 총회는 2020년 이후 국제 사회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후 변화 체제를 합의하는 자리이다. 총회의 합의에 따라 확립된 신기후 변화 체제는 향후 국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기후 변화 대응 체제는 지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에 근거하고 있다. 교토 의정서는 2005년 전 세계 141개국의 비준에 의해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의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형태(Protocol)로 명문화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선진국의 온실 기체 감축 의무는 크게 1차 감축 기간(2008~2012년)과 2차 감축 기간(2013~2020년)으로 나뉜다. 2차 감축 기간이 2020년에 끝남에 따라 이후 개별 국가의 온실 기체 감축 의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파리 총회의 핵심 쟁점이다.

그간 교토 의정서 체제 하에서 선진국 중심의 온실 기체 감축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세계 온실 기체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한국 등 개발도상국이 감축 의무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개발도상국의 참여 없이는 온실 기체를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2020년 이후 신기후 변화 체제는 종전의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닌 모든 당사국에 적용되는 국제적 합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신기후 변화 체제 확립에 핵심적 역할 할까?

중국은 교토 의정서 체제에서 개발도상국의 입지를 유지하며 온실 기체 감축 의무에 제외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배출 1위국으로서 국제 사회로부터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왔다. 중국은 이번 파리 총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동안 물밑 작업을 해 왔다.

▲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기준치 수십 배를 초과하는 초미세먼지를 동반한 짙은 스모그에 휩싸인 모습. 약 1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베이징의 초고층 건축물(330미터) 궈마오빌딩(國貿大厦·정중앙)이 윤곽만 어렴풋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6월 이미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65%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감축 목표를 유엔(UN)에 제출했다. 온실 기체 배출 세계 2위인 미국이 내놓은 감축 목표 26~28%, 유럽연합(EU)의 26%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이다.

중국은 이러한 목표 이행을 위해 현재 몇몇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소 배출권 거래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 계획을 제13차 5개년 발전 계획(13.5 규획)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중국 정부가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 간 조화를 강조하던 것에서 경제 발전보다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겠다고 정책 기조를 바꾼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편, 중국은 지난 9월 미국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공조 체제를 확립하기도 하였다. 또 200억 위안(약 3조 6000억 원)을 출자하여 '중국 기후 변화 남남 협력 기금(中国气候变化南南合作基金)'을 조성했다.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동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시키기 위하여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던 기후 기금이 절반도 채 걷히지 않은 것에 대한 중국의 일침이다.

파리 총회에서 중국의 목표는 꽤 뚜렷해 보인다. '중국 기후 변화 대응 정책과 행동 2015년 보고(中国应对气候变化的政策与行动2015年度报告)'에서 "공동 그러나 차별적 책임" 원칙, 공평 원칙, 능력 고려 원칙을 준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역사적 책임, 국가 상황, 발전 수준 및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온실 기체 감축을 위한 각 국가의 자발적 기여 방안을 '공평'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온실 기체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만, 선진국에게 현재의 기후 변화를 일으킨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년간 선진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의 온실 기체가 오늘날의 기후 변화를 야기했고, 그에 따른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동시에 자국의 온실 기체 감축에 따른 손실에 대해 선진화된 기술 이전 및 기후 기금 등으로 보상받겠다는 생각이다.

파리 총회에서 논의될 많은 쟁점들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총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관철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신기후 변화 체제 대응을 위한 한-중 협력

앞서 설문 조사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한-중 양국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금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가 없어서 그러할 것이다. 2020년까지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WTO라는 국제 무역 질서가 전 세계의 통상 환경을 변화시켰듯, 파리 총회에서 합의되는 기후 변화 체제는 머지않아 전 세계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신기후 변화 체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전환에서부터 기술 개발 및 금융 지원 등에서의 협력을 통해 양국은 신기후 변화 체제를 공동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의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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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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