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고령화 사회 고민, 정년 연장이 해결책?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고령화 극복, 정년 연장이 근본 해결책 아냐

한국은 이미 초고속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06년 '세계인구포럼'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교수는 한국이 300년 뒤 역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또 2050년에는 노인이 노인을 책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중의 초고령사회 대안책, 정년 연장

이에 최근 박근혜 정부는 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실시에 대한 여론 몰이에 나섰다. 한국은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60세 정년이 의무화 된다.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는 2017년부터 실시된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부처 합동 기자 회견에서 제1차 노동 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임금피크제 실시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점차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는 향후 정년제도의 폐지와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이행하는 과도기적인 임금체계 개편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감소를 완화시키는 완충장치로써 검토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최근 중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인웨이민(尹蔚民) 중국인력자원사회보장부(人力资源社会保障部) 부장은 취업사회보장성과보고(就业和社会保障成就作报告)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정년이 가장 빠른 국가이며, 향후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현재 법정 정년 연령은 남성 만 60세, 여성 만 50세, 여성 간부직은 만 55세이다. 이외 갱내(坑內), 고온(高溫), 고공(高空) 작업 등 특수 분야 직종의 정년은 이보다 빠른 남성 만 55세, 여성 만 45세이다. 많은 국가의 정년 평균이 65세, 67세인 것에 비하면 중국의 정년은 매우 빠른 편에 속한다.

중국의 정년제도는 신중국 건설 이후 50년대 초에 확정된 것으로 당시 기대 수명 50세가 반영된 것이다. 그 후 60년이 넘게 지났고, 인구의 기대 수명이 70세로 연장되어 정년제도에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령화에 따른 연금 수급 비상

중국이 정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온 가장 핵심적 이유는 연금(양로금, 养老金) 감소다. 중국은 '국가 선진국이 되기 전에 먼저 고령사회가 된다'(未富先老)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 수급 인구는 늘어나게 돼 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2억1000만 명으로 총인구의 15.5%에 이른다. 이는 2020년에는 19.3%, 2050년에는 38.6%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1인당 월평균 연금은 2005년 700위안이던 것이 2015년 2000위안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중국은 이미 2010년에 16억 4800만 위안의 연금 적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매년 적자 비율이 높아져 2033년에 이르러 68만 2000만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연금의 고갈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의 추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도 2044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60년에는 모두 소진 될 위기에 처해있다.

정년 연장은 연금 고갈을 늦출 임시방편?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내년부터 60세 정년제가 실시되고, 중국은 2017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매년 조금씩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연금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년 연장 정책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물론 고령화와 연금 고갈 문제는 비단 한국과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에 따라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여러 선진국에서도 연금 감소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실시되는 정년 연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것이 현재 초고속 노령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노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는 저출산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최하위이고,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던 중국도 급속한 출산율 감소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제한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정년을 아무리 연장해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하는 이상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출산율을 높이려면 지금 젊은 세대들이 직면해 있는 3포, 즉 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없애야 한다. 걱정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성 없는 보육정책으로 오늘도 이른바 '워킹맘'들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 맞선을 주선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몰라 헤매고 있는, 정책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정년 연장의 취지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가? 우리나라의 대다수 기업의 정년이 58세이지만, 실제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로 정년을 채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50세가 넘으면 직장에서 눈치를 보면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퇴직을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연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60세 정년 의무화와 함께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퇴직 인력의 활용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 외에도 퇴직 후의 장·노년층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중국에는 '중국노과학기술자협회'(中国老科学技术工作者协会)가 있는데, 이 협회는 1979년 충칭시(重庆市) 퇴직기술자들이 만든 협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협회는 중국의 과학기술자의 노령화에 따라 전문적인 기술과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력풀 역할을 한다. 협회 회원들은 교육, 기술 개발 및 자문, 정책 제안 등 퇴직 전 본인의 전문 분야에 따라 각 분야에서 기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협회는 성, 시, 현 급으로 조직이 확산되어 있고 회원도 60만 명 이상이다. 시 단위에서 시작된 조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다름 아닌 퇴직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하고 그들의 제안을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초고속 노령화 극복을 위해 한국이나 중국 모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노년층의 일자리 창출이 곧 청년층의 실업이라는 적대적 생각보다는 함께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의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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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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