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밀 운영 중인 '국정화 TF' 가보니…

청와대 일일보고…야당 교문위원 현장 긴급 방문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공식 조직 체계에 없는 비선 조직으로, 국정화 발표 전인 9월부터 청와대에 일일보고하는 등 밑작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일 "교육부가 지난 9월 말부터 국정화 추진 작업을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 건물에 TF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TF 구성 운영계획(안)'을 공개했다.

이 TF팀은 단장 1명,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장은 오석환 충북대학교 사무국장, 기획팀장은 김연석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역사교육지원팀장이 맡고 있다. 오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정식 파견 발령도 받지 않은 채 TF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국정화 TF 운영계획안.

문건 내 '담당업무' 항목에는 팀별 소관업무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기획팀은 '집필진 구성 및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 구성' 등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기로 한 업무와 '교과서 분석 및 대응논리 개발' 등 업무를 맡았다.

상황관리팀 업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다. BH, 즉 청와대가 국정 전환 작업을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보팀 업무 내용에는 온라인 동향 파악뿐 아니라, '기획 기사 언론 섭외, 기고 칼럼자 섭외' 등이 명시돼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8일 국감 때까지도 국정화와 관련돼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건 내용이 사실일 경우 정부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나는 셈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굳게 닫혀있는 국립국제교육원 건물. ⓒ프레시안(서어리)

ⓒ프레시안(서어리)

"청와대 수석, 차관도 다녀갔다는 제보 있어"

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TF 구성원들이 일요일에도 근무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TF 업무 공간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을 방문했다. 도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오후 8시께 도착해 내부 직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건물 내 직원들은 문을 걸어 잠근 채 불을 끄고 침묵을 지켰다.

현장에 있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국회 교문위원 신분을 밝힌 뒤 국정화 TF 운영에 대한 제보 내용을 확인하고자 왔다고 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 직원들은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사라졌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대로 건물 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 수석도 다녀갔고, 어제는 차관도 왔다 간 것으로 들었다"며 "현재 건물 안에는 직제 안에 있는 21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후 9시경에는 1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출동해 야당 의원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 10시경에는 정청래, 박홍근,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다른 야당 의원들도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25일 국정화 TF 운영 제보를 받고 국제교육원에 방문한 국회 교문위원들이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행정예고 기간 중 국정화 작업? 행정절차법 위반 소지"


현장에 있는 야당 의원들은 오후 10시 반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리에 국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도 의원은 "지금은 행정예고 기간인데도, 이미 (정부가) 9월 말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렇게 사무실을 마련해서 몰래 비밀스럽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 위반 소지도 문제 삼았다. 도 의원은 "행정절차법에는 (행정예고 기간에) 국민 여론을 충분히 듣고 공청회도 하고 난 뒤에 확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현재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실질적인 일을 집행하는 건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김태년 의원은 "계속 떳떳하다면 문을 열고 그런 작업하지 않았다든지 얘기를 할 것"이라며 " 보시다시피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불까지 꺼놓고 있다. 떳떳하지 않은 작업을 한 걸로 보인다"며 즉각 해명을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장관, 기조실장 등에게 수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새벽 1시 10분께 최소 인력만을 남겨둔 채 귀가했다. 도 의원은 "교육부 대변인이 밝힌 입장만을 전해들었는데, 이팀이 내부 인력이 부족해서 필요한 TF고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거라고 한다"며 "그렇다면 내일 오전에 다시 와서 사무실에 들어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내부의 불은 모두 꺼졌으나 불 꺼진 방 안에서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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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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