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교과서 '본색'…"좌우 균형 허울, 교학사처럼!"

김무성 "올바른 역사 교육해야 우리 미래가 보장되지 않겠나"

"'좌우 균형 있는 기술'을 하겠다고들 하는데 이것이 '교과서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라'는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끄러울 때마다 좌우 균형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에 끌려왔습니다. 과거사위가 그랬고 현재 노동 개혁을 막고 있는 노사정위가 그렇습니다. 이런 사회적 합의주의에 매몰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15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이렇게 말하자 의원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의원총회를 시작하며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민통합을 위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 자리"라고 이날 회의를 소집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을 총지휘하게 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균형 저술'을 강조하며 국정 교과서에 대한 '친일·독재 미화' 우려에 맞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날 박수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속내는 달랐다 '균형'은 포장일 뿐, 진심은 '내 입맛에 맞는 역사 교과서' 만들기. 의원총회 초청 강연자로 나서 "우리를 꽁꽁 묶고 있는 기계적 중립론에서 빨리 벗어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전 사무총장에게 새누리당 의원들은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대한민국 부정 세력이 우리 역사 긍정한 교학사 반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입맛'에 맞는 교과서. 그 교과서가 2013년 '역사 왜곡' '부실 교과서' 파동을 일으켰던 교학사 교과서라는 것도 이들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전 사무총장은 이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은 상대적으로 우리 역사를 긍정하는 사관으로 쓰였던 교학사를 극렬히 반대했다. 동문회와 학부모회, 그리고 여러 좌파 언론을 동원해 채택도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설명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40번가량 언급하고도, 독립운동가 안창호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교과서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친일 인물을 대거 미화 또는 옹호한 교과서이자 기본적인 사실 오류, 맞춤법 오류가 대량 발견된 교과서이기도 하다.

전 사무총장은 그럼에도 이러한 교학사 교과서를 '역사 긍정 교과서'로 비약하며,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를 '건국일이 없는 이상한 교과서' '북한을 대변하는 교과서' '산업화 그늘에는 열을 올리고 민주화 그늘은 외면하는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현재의 교과서들이 "산업화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은 있으나 노동자를 착취했고 도시 빈민을 초래했고 인간 소외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짚었다는 이유다.

전 사무총장은 또 현재 교과서들이 과거 민주화 운동을 서술하면서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무결하다고 가르치지만,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위대한 게 아니라 의사 결정의 하나의 방식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관련 긴급 정책 의원총회에서 전희경 자유경제연구원 사무총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反민주 세력 낙인 찍힐까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이날 개최된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에 초청된 강연자는 전 사무총장, 그리고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다. 두 사람 모두 새누리당이 최근 꾸린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을동)에서 외부 인사로 인선된 인물들이다.

또 특위에는 '전교조 명단 무단 공개' 이후 패소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도 참여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전교조 공개' 조전혁 "교과서 유통망도 좌파 장악")

전 사무총장과 조 상임대표는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의 "전투 의지(조진형 상임대표)"가 부족하다고 때마다 주장하며 의원들의 '결기'를 부추겼다.

전 사무총장은 "소수의 역사학자가 카르텔을 형성해 만든 역사 교과서가 '민주화는 좋은 것이다'란 명분을 만들었다"면서 "(이를 비판하면) 반민주주의 세력으로 낙인 찍힐까 봐 그간 침묵한 것이야말로 정치적이고 비극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는 학자 등)이 저항하는 것은 숭고한 사상과 이념의 발로에서가 아니라 40여 년 간 독점해 온 밥줄을 허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숭고한 학자의 양심, 시민운동의 발로로 (국정화 반대 움직임이) 미화되는 것을 두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관련 기사 : 연세대 이어 고려대도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조 상임대표도 뒤 이어 "새누리당이 집권 정당이 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된 것은 국민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실제 현재 역사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분들 발언을 보면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그 발언 하나하나를 저희가 유권자 운동과 연계시켜 역사 교과서 전쟁에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영웅…국민통합 교육해야 우리 미래 보장"

두 사람의 강연을 들으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독 감화를 크게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많은 의원들이 강연 도중 고개를 '끄덕끄덕'이거나 중간중간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급기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강연을 마친 후 단상에 나와 "여러분 저는 오늘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영웅을 발견했다"면서 "존경의 박수를 보내달라. 마음에 큰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분열과 다툼에서 벗어난, 올바르게 역사를 조명하고 국민 통합을 할 수 있는 역사 교육을 미래 세대에게 해야 우리 미래가 보장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한편, 당초 이날 의총에 초청됐던 강규형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 교수는 "학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기 좀 그렇다"는 이유로 강연을 거절했다고 조 상임대표가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며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규탄 결의문과 함께,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에 총력을 다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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