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놔두고 어뷰징 막겠다고?"

[인터넷 규제, 길을 잃다] 군소 매체만 때려잡겠다는 정부

정부,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연일 '포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것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기사와 어뷰징의 온상이 됐다는 게 이유다. 여러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제3자 명예훼손 심의 신청 허용, 정부·기업에 대한 오피셜 댓글 도입 등이 최근 몇 달 새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 관련 여러 지적이 제기된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러한 조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진보매체'를 지향하며 '보수의 진원지'로 불리는 대구 지역에서 버틴 지 올해로 12년째다. 역사 문제, 4대강 문제, 대구 지역 언론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화된 분야만 집중적으로 취재하다 보니 기자 수가 많지 않다. 창간 이후 기자 수가 3명을 넘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력 언론이다. 그간 수많은 단독 기사를 생산해냈다.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는 기획도 여럿 진행했다.

대표적인 게 1년 가까이 진행했던 '기자들의 고백'이다. 40명의 지역언론 기자 및 편집국장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부당한 관행과 흔들리는 언론 독립성을 비판했다. 이는 대구지역만이 아니라 중앙 주요언론에서도 인용 보도했다.

ⓒ평화뉴스 홈페이지

전체 인터넷신문의 85%는 폐업 처리

그런 <평화뉴스>에 제동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22일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은 기존의 발행인을 포함한 3명의 취재‧편집 인력을 5명으로 늘려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또 취재‧편집인력 명부만 제출하도록 했던 것을 상시고용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의 인터넷신문사에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등록 요건을 충족할 것을 주문했다.

정리하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4대 보험을 납입하는 상시 고용 취재‧편집 인력을 발행인을 포함해 5명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러 지적이 제기된다. 유지웅 <평화뉴스> 발행인 겸 편집국장은 "21세기에 국가가 언론의 기자 수를 따져서 언론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통탄스럽다"라며 "인터넷언론, 즉 대안언론은 특정 영역을 취재하기 때문에 굳이 5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 입맛대로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평화뉴스>는 기업 광고나 정부‧지자체 광고가 거의 없다. 독자 후원금으로 겨우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도 기자 2명 임금에도 못 미친다. 유지웅 편집국장은 1년째 거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지웅 편집국장은 "기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나면 최소 한 달에 700만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무실 월세, 최소한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한 달에 거의 1000만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독자 힘으로 꾸려지는 대안언론은 버티기 어려워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는 <평화신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인터넷신문 1776곳 중에서 연 매출액 1억 원 미만 인터넷신문은 1511개로 전체 85.1%에 해당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정부 시행령이 진행되면 전체 인터넷신문의 85%는 폐업 처리된다는 이야기다.

2014년 말 등록된 인터넷신문 5950개. 산술적으로 따져서 이 중 5000여 개가 퇴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큰 도둑 내버려 두고 작은 도둑 잡겠다는 정부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채용 인력을 5명으로 늘리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기사내용의 정확성 제고, 기사 품질을 제고 등을 담은 규제영향분석서를 공고했다. 여기에는 △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 과도한 경쟁,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 (개선) △ 기사 어뷰징(abusing) 등의 폐해 △ 인터넷신문 난립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 등이 담겨있다.

요는 포털을 도배하는 선정성 기사를 생산하고 어뷰징을 벌이는 인터넷신문을 줄이려는 방안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많다. 정작 선정성 기사를 쓰고 어뷰징하는 언론은 중앙 주요 언론들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 편집국장은 "잘못된 광고 문제, 취재 관행, 여론 형성 등 인터넷신문의 문제는 분명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인터넷신문만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존 종이신문과 방송이 훨씬 더 큰 문제라는 것.

유 편집국장은 "이런 환경 속에서 왜 인터넷신문만 머릿수로 등록기준을 강화해야 하는가"라며 "정말 이런 기준이 필요하다면 인터넷은 5명, 주간신문은 20명, 지역 일간신문은 50명, 전국일간신문 취재‧편집기자 100명 등으로 모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작 큰 도둑은 내버려두고 작은 도둑만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대형언론사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 기사, 이슈 기사 등을 '온라인뉴스팀', '인터넷뉴스팀' 등의 바이라인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 경제신문의 경우, 이들 팀을 10명 정도로 구성해 놓고 기자 개인당 하루 10개 이상의 기사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에 구체적인 어뷰징 지침 문서도 존재한다. <조선닷컴>의 '검색 아르바이트 매뉴얼'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조선닷컴>은 '어뷰징' 경쟁지로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MBN>, <매일경제>를 지목하기도 했다.
▲ 21일 가수 박재범 누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대형언론에서는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네이버 검색 갈무리

"인터넷신문 때려잡는다고 어뷰징 문제 해결 안 된다"

<평화뉴스> 같은 군소 매체의 경우, 네이버 등에 기사제휴는 고사하고 검색제휴도 안 되어 있는 점도 지적대상이다. <평화뉴스>와 비슷한 규모의 인터넷신문 <PPSS>의 이승환 대표 겸 편집국장은 "군소 언론들이 포털에 들어가기란 무척 어렵다"며 "3인 규모의 인터넷신문 상당수는 기사제휴는 고사하고 검색제휴조차 맺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편집국장은 "그러므로 군소 매체의 어뷰징, 선정성 기사 등이 포털에 끼어들 틈은 없다"며 "포털을 선정적으로 만드는 주범은 검섹제휴, 기사제휴를 맺고 있는 대형언론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편집국장은 "그런 대형언론사를 제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군소매체만 건드리는 것은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식으로 인터넷신문을 때려잡는다고 지금의 어뷰징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행령으로 인터넷신문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어뷰징 등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지웅 <평화뉴스> 편집국장은 "인터넷신문 기자를 5명으로 강화할 경우, 사이비 매체 기자들은 자기네 제호를 포기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다른 군소 매체 기자와 손을 잡을 것"이라며 "결국,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언론사의 이름으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언련 "여론 통제 수단될 가능성 농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문체부가 마녀사냥 방식으로 인터넷신문을 위축시키면서 기존 대형 언론사의 입지를 높여주고, 정부의 비판적인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사를 바꿔먹는 '유사 언론 행위', '사이비 언론 행위'는 힘없는 소규모 언론보다 주류 언론이 더 통 크게 벌이고 있다"며 "당장 17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종편 MBN도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프로그램을 방송‧편성했으며, 심지어 뉴스까지 돈을 받고 만들어 줬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체부가 내놓은 방책은 인터넷 언론의 폐해를 바로잡는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1인 미디어 시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언론 등록제 강화라는 것은 언론통제만을 공고히 하고, 언론 길들이기만 심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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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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