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 삼성이 한국 회사인 줄 몰라”

찰스 헤이 영국 대사 “내 임기 안에 통일 됐으면…"

한국과 영국은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132년째다. 서방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교를 맺은 국가이지만, 다행히 두 나라 간에 큰 갈등은 없었다. 과거 제국 열강에 의해 침탈당했던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자리한 주한 영국대사관의 훌륭한 '입지 조건' 정도다.

2015년 현재도 두 나라 관계는 평온하다. 주한 영국 대사관은 덕수궁 돌담길 복원 문제도 서울시와 MOU를 맺고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도 이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17일 중견 지역 언론인의 모임인 세종포럼과의 간담회에서 헤이 영국 대사는 양국 간 교역 확대,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헤이 대사는 남북 간 통일 문제에 대해 "저도 다른 사람에게 종종 언제 한국의 통일이 이뤄질 것 같냐고 질문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5~10년 사이라고 대답한다"며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50년 이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 대사는 "대사로 재임하고 있는 동안에 통일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그의 임기는 2년 반 남았다.

영국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다. 헤이 대사는 "평양에 있는 영국 대사관과 거의 매일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며 "평양에 주재하는 분들은 여기처럼 거기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양국 간 수교를 늘리는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전자제품과 자동차, 특히 두 분야에서 무역 교류가 늘고 있다. 다만, 무역 수지는 영국이 흑자를 보고 있다. 영국의 고급 브랜드 소비가 늘고 있고, 흑해에서 나오는 석유 수입 때문이다. 주한 영국 대사관에 따르면,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 명동 매장은 전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2014년 기준으로 서울은 벤틀리의 전 세계 5대 시장 중 하나다.

삼성, LG 등 한국 전자기기와 현대차의 영국 시장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헤이 대사는 "그런데 삼성 모바일폰을 쓰고 있는 길 가는 시민에게 물어보면 삼성이 어느 나라 회사인지는 모른다"며 "한국 브랜드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헤이 대사는 최근 '먹튀 논란'이 일었던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문제를 놓고서는 "한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테스코가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한국 정부에서 할 일"이라며 "삼성이 영국에서 이익을 많이 창출했을 때 한국으로 보낸다고 해서 영국에선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국제 비즈니스 환경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글로벌 회사들이 적당한 시기에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고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헤이 대사는 양국 간 문화 교류도 강조했다. 한국으로 부임 받을 당시 자녀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지만, '강남 스타일을 부른 싸이의 나라에 간다'고 하니까 "좋아하더라"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한 영국 대사관이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 및 행사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주한 영국 대사관은 영국 국가 홍보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레이트 페스티벌(GREAT Festival, 10월 2~3일, 서울 신촌 문화의 거리)을 진행할 예정인데, 여기에 영국 왕실 근위병 군악대 '콜드스트림가드(Band of the Coldstream Guard)'의 행진 및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왕실 군악대는 오는 28일 내한해 10월 8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신촌 등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16/17년도 쉐브닝 장학생을 현재 모집 중(11월 3일까지)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성에서 운영하고 있는 쉐브닝 장학금은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1년)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 및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신청은 링크에서 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주한 영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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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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