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회장이 모두 '철창행'인 곳은?

[전진한의 알권리] 비리로 얼룩진 농협중앙회, 직선제 필요하다

서울 시내를 조금만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간판이 있다. 농업과 농민을 위해 설립되었지만 서울시민에게도 금융기관으로 익숙한 곳이다. 멋진 인테리어로 사무실마다 활발히 영업하고 있지만 그 상부조직은 일반 시민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초대회장부터 3대 회장까지 비리로 모두 구속되었으며, 현 회장도 거액의 부당 대출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 중이다. 회장의 월급은 12억6000만 원(지역재단 추산, 당사자들은 7억4000만 원이라고 주장함)이며 임직원 중 억대 연봉자 2334명(전체 직원의 12.2%)이다.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8838만 원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려진다.

농협중앙회 이야기다. 반면 농협의 주체인 농민들의 삶은 처참하다. 최저생계비 이하 농가의 비중이 23.7%(2011년 기준)로 심각하고, 연간 농산물 판매액이 1000만 원(월 83만 원)도 안 되는 농가의 비중이 64%(2014년)이나 된다. 유사한 집단의 한 조직은 신의 직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한 곳은 점점 힘든 환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역사는 조금만 살펴봐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농협중앙회의 과거 모습을 살펴보자. 농협은 역대 농협중앙회장인 한호선·원철희·정대근 씨는 모두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되었다.

민선 초대 한호선 회장(1988년 3월~1994년 3월)은 농협 예산을 전용해 4억8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1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1994년 3월 중도 하차했다. 2대 원철희 회장(1994년 3월~1999년 3월)은 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3억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3대 정대근 회장(1999년 3월~2007년 11월)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 마트 부지매각과정에서 3억 원의 뇌물을,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50여 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도합 1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고 있다. 한 조직의 수장들이 연이어 이렇게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그 유례를 찾기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농협중앙 회장은 대의원이 선출하는데 대의원은 회원의 직접투표로 선출하되, 대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권의 수는 조합원 수가 2000명 미만인 조합 및 품목조합연합회는 1표, 2000~3000명은 2표, 3000명 이상은 3표로 정해진다.

현재는 1142개 조합 가운데 선출된 291명의 대의원이 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들이 2016년 1월에 농협중앙회 회장선거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해 1142개 조합의 의사가 반영된 회장 선거가 아니라 일부 조합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전체 농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층의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본부(상임대표 박진도) 사무국장은 "농협회장이라는 자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리이고 지역농협사업에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농협회장 선출은 일부 조합의 의견을 묻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1142개 조합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이 아니라 291개 조합만 대변하고 있어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FTA 등으로 농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고, 각 지역 조합이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 제도인 간접 선거 방식이 지속되면 과거 회장 사례처럼 또 다른 비리가 일어날 확률이 높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농업 과제들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 해 국회 김승남, 신정훈 의원 등도 최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장직선제로 바꾸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톨릭농민회, 국민농업포럼 등 3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좋은농협만들기본부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법안 농협법 개정 캠페인을 벌이고, 입법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서민경제와 농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있지만 비리로 서서히 민심을 잃어가고 있는 농협중앙회. 농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직선제를 통해 신뢰회복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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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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