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신경숙, 표절 맞다" "문학 권력은…"

"신경숙 표절에 독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해"

신경숙 씨의 표절 의혹을 두고 창비와 함께 주요 '문학 권력'으로 지목된 문학동네가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표절을 짚어내지 못했다"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창비와 뚜렷이 다른 노선을 밟기로 한 모양새다.

다만 문학동네 등 거대 문학 출판사를 "문학 권력"이라고 비판한 평단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가을호 서문에서 "비록 정문순 평론가의 글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10여 개의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한 문구'가 있다고만 단정하고 있어 당시의 감각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해도, 한 번 제기된 문제를 소홀히 넘긴 것에 대해서 나를 비롯한 어떤 평론가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당시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이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번 일로 깊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나를 비롯해서 문학동네 편집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일련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 씨는 지난 6월 16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신경숙 씨가 단편 '전설'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문학평론가 정문순은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서 같은 표절 의혹을 제기했었다.

<문학동네>의 권 평론가 역시 "'전설'이 '우국'을 표절했다"고 명확히 주장했다. "의도적인 베끼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창비나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백팔십도 다른 입장을 보인 것. (☞관련 기사 : 창비 묵언 끝에 신경숙 편들기…"베껴쓰기 아니다")

권 평론가는 "다시 읽어도 두 인용문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신경숙 작가가 '전설'을 집필하기 전에 '우국'을 읽은 바 있고, 그 가운데 일부 문장을 차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특히 문제가 된 두 부부의 성애 묘사 장면을 지목했다. 그는 "저 명백하게 유사한 인용문들에 독자들이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평가들이 이 명백한 차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학동네>는 다만 자사에 대한 '문학 권력' 비판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서문의 긴 분량을 할애해 반박에 집중했다.

이응준 씨를 비롯한 여러 문학평론가는 문학동네, 창비 등의 대형 출판사를 두고 문학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학평론가 출판사에 소속돼 해당 출판사 작품을 칭찬하는 이른바 '주례사 비평'이 줄을 잇는다는 점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권 평론가는 "문학의 타락에는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많았다. 이런 주장들에 응답해야만 한다"면서 "아무리 문학 권력의 위세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작가 중심주의'라면서 동시에 '비평 중심주의'이고, '상업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시장과 독자 대중을 무시'하며, '문학적인 것'을 포기하면서 동시에 문학적인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서 "비판론자들 가운데 일부는 표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칭찬만 하는 문학 권력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칭찬하는 비평'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도 없거니와 칭찬받는 작가가 곧 표절을 하게 된다는 인과관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그는 "작품을 고정된 눈앞의 사물처럼 취급하며, 작품 이전에 미리 마련해 놓은 자신들의 기준을 가지고 작품의 품질을 따지고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이 자신들에게 주어져 있다고 믿는 비평가들이야말로 '권력'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박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이 오히려 '권력'을 행사하려는 특정한 목적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권 평론가는 "자신들이 내린 판정과는 다른 독해를 제출한 쪽에 대해 '환금성' '영혼이 없는 칭찬' 등을 운운하며 비평적 대화 자체를 중단시키는 행위가 어떻게 비평에 속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서 그는 "문학 그 자체의 힘에 충실하면서 비평적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시도가, 그저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만을 원하는 쪽에서 보면 '비평 중심주의'이고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문학적인 것에 대한 고집'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며 "심판관의 권력을 꿈꾸는 쪽에서 보면 그것은 '작가 중심주의'이고 '대중들에 영합하는 상업성의 추구'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저 두 입장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비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문학동네>는 가을호에서 비평, 표절, 권력을 다룬 특집을 마련했다. 또 출판사의 인적 쇄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태형 대표이사와 남진우·류보선·서영채·신수정·이문재·황종연 등 창간 원년 편집위원이 주주 총회를 열어 모두 물러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는 염현숙 현 편집이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출판계 관계자들은 "후세대 편집위원과 원년 편집위원 사이의 문학에 대한 견해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태형 대표이사를 비롯한 원년 편집위원의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세간에 알려진 만큼의 전면적인 쇄신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프레시안>에 전했다.

이와 관련, 염현숙 편집이사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번 (표절) 논란 이후 쇄신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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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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