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중국 방문, 진짜 '외교 시험대'에 섰다

[분석] 한중관계 과시, 북한 압박 등 다목적 포석

오랜 기간 답보 상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남북 접촉 타결을 계기로 50% 가까이 뛰어올랐다. 한중정상회담을 비롯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지지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보는 시각은 다면적이다.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그만큼 고려돼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잘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박 대통령은 '외교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미 관계 악화된다? 보수의 '환상'에 불과

청와대 주철기 외교수석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일 베이징에 도착, 첫 일정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2013년 6월 중국 국빈방문과 10월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해 3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7월 시 주석 방한, 11월 베이징 APEC 정상회의 등에 이은 여섯 번째 정상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3일 오전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행사는 기념촬영 및 기념대회 참관, 그리고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시 주석 초청 오찬 리셉션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전승절 기념행사는 당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진행된다. 국가연주, 국기게양, 시 주석의 연설, 사열, 분열 등의 세부 행사로 구성된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은 여러모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공동보도문 도출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의도치 않았지만, 북한의 지뢰도발이라는 돌발 변수를 잘 관리한 데 이어, 대외적으로 한중 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동시에 얻은 셈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북한에 적지않은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

실제 주철기 수석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의 양국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그 성과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협의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후 70년, 우리의 광복 70주년 및 분단 70년의 역사적 시점과 의미에 부합하도록,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북한 문제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거나,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압박에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논리는 지나치게 '나이브'하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물론 청와대는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과 공동 메시지를 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 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나아가 북한을 압박하는 실질적인 메시지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박 대통령의 노력에 달려 있는 문제다. 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행위 자체가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번 방중은 평가될만 하다.

또 한가지 거론되는 것이 '미국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한미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보수 언론의 지적은 "환상"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외교 안보 전문가인 문정인 연세대학교 정외과 교수는 "'친미에 경도돼 있다'고 평가받았던 것이 오히려 더 문제였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오히려 (미국에 치우친 한국 외교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일부 보수층이나 한국 내 보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한미관계는 한미관계대로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오는 10월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기 전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발표했다. 이 역시 외교적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방중을 불편해한다는 기류가 일부 보도됐지만,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미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방중을 존중한다고 밝혔는데, 미국 내 일부 보수 여론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 지난해 7월 한중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박 대통령, 제대로 한번 일 벌일 수 있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관계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시 주석과 통화에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老朋友, 오랜 친구)"이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과 특수 관계에 있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라오펑'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의원 시절에 당시 저장(浙江)성 서기였던 시 주석을 처음 만난 이후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둘 다 2세 정치인이고, 한때 역경을 겪었다는 점도 닮은꼴로 거론된다. 이른바 '꽌시(关系)'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에 비춰봤을 때 이같은 인연은 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수 정부가 남북 관계, 나아가 동북아 평화의 모멘텀을 만들 경우,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거론돼 왔다. 한중정상회담(9월)에 이은 한미정상회담(10월)으로 남북관계를 풀고 한중일의 '균형'을 잡아간다면, 박 대통령의 임기 하반기 최대 업적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 '패션 외교일 뿐'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박 대통령은 이제 외교 무대의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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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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