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이 지나도 잊지 않을게요"

[기고] 재미 교포들, 교황 방미 시 세월호 관련 홍보 계획

"왜 우리는 500일이 지났는데도 이 자리에 와 있는가?"
"1주년 추모집회 때보다 사람이 많이 와서, 참 기쁘다."
"공감하는 사람이 이만큼 모였다는 것, 희망적이다."
"세월호 문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의 문제다."
"세월호 진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해나가야 된다."
"내 자식에게는 더 나은 조국을 물려주고 싶다."

-미국 필라델피아 500백일 추모 집담회에서 나온 발언들

세월호가 바닷속에 침몰한 지 500일이 지났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독립의 성지' 필라델피아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넘쳤다.

필라델피아 '세사모(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지난 8월 29일 저녁 앰블러에 위치한 메노나이트 교회에서 세월호 침몰 500일을 맞아 마련한 추모 집담회에는 약 50여 명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김태형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서 동포들은 △ 세월호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의 사실관계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필라델피아 세사모와 시민운동의 활동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날 추모 집담회에는 지난 1주년 추도식 등에 비해 새로운 얼굴이 다수 참여하는 등 다른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 세월이 가면 잊힐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이들의 바람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 필라델피아 세사모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집담회. ⓒ필라델피아 세사모

이날 집담회에서는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건국절 기념' 등 최근 동포 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경화 속에 '세사모' 활동을 하는 동포를 '종북주의자' 또는 '빨갱이'로 여기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참석자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 동포사회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이) 돈을 얼마를 받았다"는 등 사실과 다른 모함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세월호와 관련한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는 한인 언론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에 '세사모'는 세월호 소식지를 작성해 이메일을 통해 알리는 등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세월호 취재 기사를 싣지 않겠다는 발행인과 다툰 뒤 신문사를 그만뒀다는 한 전직 기자는 "동포사회의 90%(아마도 여론 주도층을 의미한 듯)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집단회에 참석한 엄마 대부분은 "내 아이들과 그리고 후대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조국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조국을 물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하며, 진상 규명 없이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나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부는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일까?"라고 물은 뒤,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그에 집중해서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참석자 중 노년층도 눈에 띄었는데, 아내와 함께 참석한 박기춘 씨는 "세월호 참사만으로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으며, 오늘을 이해하려면 어제를 알아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나라는 해방된 적 없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식민지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90세로 최고령자인 손정례 씨는 "정말 세월호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신문을 찾아볼 수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한 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박근혜 정권의 교체 없이는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을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역설했다.

남부 뉴저지 한인회에서 고문 변호사를 지낸 정형량 변호사는 "(세월호 관련으로) 앞으로 여러분이 협박을 받는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안무가로 활동 중인 김정웅 씨는 "'그날 세월호를 탔다면, 나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에 순종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며 "5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왜 말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불이 타고 있는데 왜 불을 가슴에 안고만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세월호를 주제로 한 춤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즉석에서 1분가량 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 시낭송회, 그림 전시회, 춤 공연 등 보다 다양한 추모 문화제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날 집담회에는 뉴욕 뉴저지에서 '세사모' 활동 중인 박매헌 씨 부부도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힘을 더해줬다.

▲ 즉석에서 세월호 추모 공연을 한 안무가 김정웅 씨. ⓒ필라델피아 세사모

필라델피아 세사모는 지속적인 1인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예정일인 9월 26~27일 "이곳 필라델피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촉구하는 우리들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전을 펼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아 해외 동포 사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와 시카고에서는 침묵시위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원소를 운영했다. 그 외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에서도 침묵시위를 진행했으며, 캐나다에서도 집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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