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치는 세계 증시, 중국 탓인가?

[인터뷰] 박영철 전 교수 "세계 증시 폭락, 일시 과잉 반응이지만…"

지난 8월 18일에 시작한 국제 주식 시장의 요동이 8월 26일에서야 겨우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8월17~26일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8%,미국의 다우존스는11.8%그리고 유럽증시는7.8%급락했다.


세계 금융 당국은 이같은 주식 시장의 급락이 심각한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온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체제의 붕괴와 같은 극적인 위기로 번질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나라의 언론이 급속도로 번지는 주식 시장의 격동을 마치 중국이 최근에 단행한 변동 환율 제도의 개혁으로 야기한 위안화 가치 하락의 직접적인 결과인 것처럼 왜곡하여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일시적이지만 그 후유증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이번 국제 주식 시장 급락이 얼마나 심각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어떻게 다른가?


2. 이번 국제 주식 시장 급락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중국의 주식 시장 과열과 예상되는 심각한 경기 침체의 몫은 어느 정도인가?


3.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은 물 건너 가는가?

4. 이번 국제 주식 시장 격동이 세계 경제에 던지는 경고와 교훈은 무엇인가?

위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8월 20일부터 8월 27일까지 이뤄졌다.

전희경 : 지난 8월 18일 하루 동안에 중국 주식 시장이 6.1%나 폭락했습니다.이를 계기로 국제 주식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4일 월요일은 '블랙 먼데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하락폭이 컸습니다. 얼마나 혼란스러웠나요?


박영철 : 8월 18일 당일도 요동쳤지만,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 지수는 8.5%, 미국 다우존스는 3.6%,유럽 주식은 4.7~5.3%,일본 니케이지수는 4.6%,한국 코스피지수도 2.5%등 국제 주식 시장의 폭락이 연출되었습니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선진국과 신흥국, 원자재 수출국 할 것 없이 모든 나라의 주식이 5~6일간 폭락을 지속하다가 8월 26일에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희경

전희경 : 최근 2, 3년간 특히 선진국들의 주식 시장이 양적 완화라는 간접적인 통화 팽창 정책 덕분에 호황을 맞고 있는 줄 압니다. 중국 주식 시장도 2013년 후반부터 무려 160%이상 폭등하고 있고요. 이같은 주식 시장의 장기적 호황과 지난 며칠간의 폭락과의 상관성은 없는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지적입니다. 결정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이유는 아직도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진행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정을 지속할지 또다른 격동의 회오리를 겪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산이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권 속담이 있습니다. 최근에 큰 호황을 누린 중국,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의 주식 시장의 요동이 클 것으로 봅니다. 특히 미국 언론은 이번 다우존스의 폭락이 '기술적 조정(Technical Correction)' 성격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적 조정이란 주식 시장이 최근의 정점에서 약 20%정도 하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면 최근 거의 정체 상태를 보이는 한국 주식 시장은 곧 안정을 찾을 것입니다.

ⓒ전희경

전희경 :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대혼란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박영철 : 그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세계 경제가 2008년 10월 미국의 대형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발생한 '대침체(Greatrecession)'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세계의 금융 제도가 거의 붕괴하여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주식 시작은 20% 넘게 폭락하고 환율은 한없이 치솟고 대형 은행들은 유동성 부족으로 은행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의 여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직 국제 금융 제도의 혼란이나 마비 상태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환율 폭등도 소수 국가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전희경 : 평소 궁금하게 생각해온 질문이 있는데요. 한 나라의 주식 시장 변화 추세는 그 나라의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요? 그리고 이번 국제 주식 시장 격동은 각 국가의 실물 경제 흐름을 반영한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주식 시장은 그 나라의 실물 경제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주식 시장과 GDP 성장률이 따로 놀 때가 자주 있습니다. 소위 금융과 실물의 비동조화(Decoupling) 현상입니다. 특히 주식 시장 부양책을 사용할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의 일본 주식 시장의 호황이 실물 경제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정부의 통화 팽창 정책 덕분에 금리가 인하하고 환율이 상승하여 발생한 주식시장의 호황이라는 해석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은 각 나라의 실물 경제 상황과 크게 연계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전희경

ⓒ전희경

ⓒ전희경

전희경 :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이 왜 발생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 언론은 마치 중국이 이번 금융 혼란의 주범인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정도 사실인가요?


박영철 : 선진국 특히 미국이 보는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중국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번 국제 주식 시장 격동의 주범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여러 나라의 경제 사정이 공동으로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1. 2003년 후반부터 급등한 중국 주식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주식 시장 부양책을 미숙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주식 자산의 폭락이 극대화 되었다. 반대로 주식 시장의 역사가 짧고 아직도 '국가 자본주의'인 중국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주식 시장 부양책을 시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2. 중국의 GDP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는 침체를 막기 위한 수출 경기 부양책으로서 무리하게 위안화 가치하락 폭을 확대하는 환율 제도 개혁을 단행하여 외국 자본의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변동 환율제도의 개혁은 중국이 세계 금융화 현상에 동참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종의 금융 자유화 작업 박차에 따르는 성장통으로 보는 관점이다.

3. 중국의 수출 주도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내수 중심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정착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그 진통이 극심할 것이다.

전희경 : 어제 교수님이 보내주 신 이메일에 이런 분석이 있었는데 방금 말씀하신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중국의 주식 시장 폭락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제 상황의 연쇄 반응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들의 통화 팽창주의(QE를중심으로)선진국의 주식 시장 호황주식 시장과 GDP 성장과의 괴리 확대중국 주식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12개월간 160%상승)중국 실물 경제 부진의 가속화(제조업+수출부진)2015년 상반기(Q1+Q2)의 연성장률 7%발표이에 대한 선진국의 강한 의구심(7%가 아니라 6%정도로 봄)위안화의 하루 변동폭 상하 2%로 확대 공표위안화의 '절하'로 인식되면서 '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가 불거짐이후 시작한 중국 주식 시장의 폭락 가속화미숙한 중국 정부의 주식 시장 부양책의 역효과(올해 들어서 벌써 5번째 금리 인하와 은행 준비금 비율 인하 등)8월 19일 중국 주식 시장의 8.6% 폭락8월 20일부터 아시아 신흥국, 일본, 유럽, 남미, 러시아, 그리고 미국 주식 시장 등이 평균3%~6%의 폭락을 기록"


박영철 : 그렇습니다.같은 내용의 설명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은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한 것이 확실합니다.


하나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의 지지 없이 과열 상태에 빠져 있어 아무 때고 거품이 터질 상황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격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분석가인 마이클 톰슨과 로버트 카이저는 이렇게까지 진단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중국 경제 상황은 미국 주식 시장이 꼭 필요로 하지만 미루고만 있던 주가 조정을 해주고 있다."

과감하고 정확한 진단입니다.


또 하나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와서 중국의 성장 견인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은 "이제 G2(미국과 중국)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미국 혼자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야 할 것 같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려해야할 사항은 주식 시장의 격동이 아닙니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세계 장기 불황입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은 일시적인 과잉 반응으로 해석해도 되는가요?


박영철 : 저는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무도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측이 가능해지는 순간 주식 시장은 사라지게 되니까요. (웃음)

전희경 :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은 물건너가는가요?


박영철 : 지난 이틀간에 이 질문에 관한 미국 언론의 기사를 20여 개 이상을 읽어보았습니다. 이들의 결론은 지난번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대로 50 대 50입니다. 저는 9월 금리 인상 단행 확률을 51%로 유지합니다.

전희경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국제 주식 시장의 격동이 주는 경고와 교훈은 무엇인지요?


박영철 : 크게 세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여실히 노출되었다고 봅니다.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을 예언하는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의 발굴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하나는 통화 정책만으로 키운 주식 시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진실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실 물경제와 동조하는 금융 경제 체제 도입이 절실합니다.


끝으로 '구성의 모순(Composition Paradox)'과 '경제 성장 단계론(Development StageTheory)'에 의해 모든 나라가 동시에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아야합니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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