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환율 전쟁'은 없다

[인터뷰] 박영철 전 교수 "미국 9월 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 시장, 특히 아시아 신흥 국가의 금융 시장이 며칠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관리 변동 환율 제도의 변경을 공포하면서 위안화('인민 통화'라고도 한다)의 가치가 지난주(8월 11일~13일)에 연속하여 4.7%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의 위안화 가치 급락(Depreciation)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주식 시장의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반응 강도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고 그 원인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과 해석도 가지각색이다.

크게 4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째,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 금융 시장(환율과 주식 시장)의 요동이 가장 심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타이완),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 시장 급락과 환율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다.

둘째, 유로존 국가 중에서도 독일과 프랑스의 주식 시장 폭락이 4~5% 선에 이른다. 환율 상승은 아직 미미하다.

셋째, 미국의 경우, 증권 시장이 이틀간 폭락했다가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미 정계의 반응은 매우 신경질적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 절상은 '환율 전쟁'의 시작이며 미국 경제를 망친다"고 과격한 반응을 보이고 버락 오바마의 이란 핵 협상안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뉴욕 상원의원 찰스 슈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절대로 중국의 위안화를 미 달러 등 네 개의 국제 준비 통화를 보유한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바스켓에 편입시키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 경제계의 안테나는 온통 이번 위안화 가치 하락이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을 연기시킬지 여부와 중국 정부의 숨은,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쏠려있다.


네 번째, IMF는 이례적으로 위안화 가치의 급락을 불러온 중국 정부의 변동 환율 제도 변경을 칭찬하면서 위안화가 국제 기축 통화로의 위상을 얻게 될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중국 중앙은행의 환율 제도 변화가 '환율 전쟁'을 통한 세계 경제 침체와 위기를 촉발할 것인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지, 미 연준이 약속한 9월 금리 인상을 연기할 실마리가 될 것인지, 끝으로 IMF가 예견한 위안화가 2015년이 가기 전에 국제 기축 통화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등을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8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이뤄졌다.

전희경 : 우선 혼란스러운 개념부터 여쭈어 보겠습니다. 세계 거의 모든 미디어가 이번 중국 인민은행의 환율 제도 변경으로 발생한 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상승을 '위안화 절하(Devaluation)'라고 지적하는데 교수님은 그것은 '절하'가 아니라 '가치 하락(Depreciation)'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엄격히 말씀 드리면 경제학에서는 환율의 '절하나 절상(Devaluation or Reevaluation)'이란 단어는 고정 환율 제도에서 시장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그 나라 통화의 환율을 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합니다. 반대로 통화 '가치의 하락이나 상승(Depreciation or Appreciation)'이란 단어는 변동 환율 제도에서 정부가 아니라 외환 시장이 그 나라 통화의 가치를 결정할 때 사용합니다. 참고로 8월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정확히 위안화의 가치 하락(Depreciation)이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미 달러 연동 변동 환율 제도를 변경했기 때문에 발생한 위안화 가치의 하락은 중국 정부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중국 외환 시장이 결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면 위안화의 '절하'가 아니라 위안화 '가치의 하락'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단어 명칭이 중요해서가 아닙니다. 그 현상의 경제적 의미와 여파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희경 : 중국 변동 환율 제도의 변경이라 말씀하시는데 무엇이 어떻게 변경한 것인가요?

박영철 : 지난 8월 11일 전까지 중국의 '관리' 변동 환율 제도에서는 한국의 완전 변동 환율 제도와는 달리, 시장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미 달러 대비 위안화의 환율을 실질적으로 결정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국을 '환율 조작(Foreign-Exchange Rate Manipulator)' 국가로 규정하고 환태평양동반자(TPP) 협상국도 아닌 중국을 겨냥하여 TPP 협정안에 '환율 조작 규제' 조항을 삽입하려고 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앞으로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을 상하로 대폭 늘려 2%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일의 고시 환율은 전날 환율 시장 참여자의 의사와 최종 환율을 감안하여 고시하겠다는 뜻입니다. 선진국과 한국 등이 시행하는 완전 변동 환율제와 비슷하게 환율 시장 세력이 환율의 결정자가 된다는 중대한 개혁입니다. 주목하실 사항은 환율의 하루 변동 폭 2%는 엄청나게 큰 수치란 점입니다. 환율의 변화 패턴에 따르면 이 2% 변동 폭은 주식 시장 전체의 하루 변동폭 5~6%에 맞먹는다고 합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이 같은 발표가 있었든 날, 국제 금융 시장에 큰 요동이 생겼겠군요?


박영철 : 맞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제 환율 시장이 요동을 쳤습니다. 8월 11일 중국의 위안화의 가치가 1.86%, 거의 하루의 제한 폭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다음날에는 1.63%, 셋째 날에도 1.11%로 급락했다가 조그만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면 지난 한 주 동안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말레이시아(3.7%), 대만(1.6%), 한국(1.5%)의 환율 상승이 크고, 일본의 경우에는 거의 환율 변화가 없었습니다. 유로존의 경우 8월 11일 당일에는 중국과의 무역이 큰 독일의 환율이 무려 1% 넘게 상승했지만, 유로화 전체의 지난 주간 환율은 -0.8%를 보였습니다.

ⓒ전희경


총체적으로 중국 인민은행의 변동 환율 제도 변경 발표가 있던 날과 그 다음 날 이틀 동안 아시아 신흥국의 환율이 급락했지만, 주말에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 봐야겠지만, 두려워했던 '중국발 환율 전쟁'의 시작은 아닌 것으로 해석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8월 11일의 중국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중국 외환 시장 세력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전희경 : 금융 시장의 다른 축인 주식 시장도 요동치지 않았나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다음 차트에서 보듯이 중국 주식 시장은 8월 둘째 주 예상대로 무려 5.6%나 상승하고 미국 주식시장도 0.6% 상승하는 위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라들이 주식 시장의 급락을 겪어야 했습니다. 독일(-4.8%)과 말레이시아 (5.1%), 인도네시아(-3.9%), 그리고 베트남(-2.4%)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고 한국(-1.2%)과 일본(-1.0%)이 비교적 작은 하락을 보였습니다.

ⓒ전희경


전희경 :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고 이견이 팽배한 쟁점은 '왜 중국이 갑자기 변동 환율 제도의 하루 변동 폭을 상하 2%로 크게 확대했는가' 입니다. 중국 정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이에 대한 해답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심각한 경제 침체에 직면한 중국이 수출 경쟁력 향상을 통한 수출 진흥을 도모하려는 단기 경기 부양책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하나는 올해 안에 위안화를 국제 준비 통화(International Reserve Currencies)에 편입시켜 국제 금융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의 장기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전희경 : 첫 번째 주장은 쉽게 이해가 갑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의하면 중국이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인 7%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올 상반기의 GDP 연 성장률 7%라는 중국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몇 개월간 수출 부진에 대응하여 내수 부양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이자율을 네 번이나 내리고 통화 팽창을 통해 국내 주식 시장의 활성화를 꾀해 왔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특히 제조업의 부진과 수출 감소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7월의 수출이 -8.3%, 수입은 -14.2%나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허용하는 이번 환율 변동 폭 확대는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 성격이 짙습니다.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동의합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 조치는 결코 중국 경제의 단기 부양책만으로 채택된 것이 아니라, 위안화의 국제 준비 통화로의 편입을 목표로 위안화의 장기 안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단기적 부양책과 장기적 자본 시장의 자유화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주장입니다.

전희경 : 중국 정부가 '일석이조'를 노린다는 말씀이신데, 특히 미국 정계에서 이번 위안화 변동 폭 확대가 '환율전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나요?


박영철 : 미국은 중국이 과거부터 오랫동안 환율을 조작해 온 나라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 확인이 안 되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면 지난 5년여간 미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중립적 견해를 밝히는 경제학자들은 지난 6~7년간 양적 완화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내린 나라가 바로 미국과 일본, 유로존 국가라고 봅니다. 중국이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라는 뜻입니다. 지난 4월 IMF는 "중국의 위안화는 균형점에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따라서 속단을 해서는 안 되지만, 이번 중국의 환율 변동 폭 확대로 인해 '중국발 환율 전쟁'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전희경


전희경 : 이번에 IMF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환율 변동 폭 확대를 환영하고 이 조치가 위안화가 국제 준비 통화로 편입될 가능성을 키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현재 IMF의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 바스켓에 포함된 국제 준비 통화는 4개입니다. 미 달러, 유로화, 영국 파운드, 그리고 일본 엔입니다. 2015년 1분기 현재 IMF가 발표한 구성 비율은 각각 64.1%, 20.7%, 3.9%, 4.2%입니다. 단연 미 달러의 독점적 위상입니다. IMF가 책정한 국제 준비 통화의 자격 기준은 두 가지로 '국제 수출 거래에 사용되는 비중'과 '자유로운 환율 변동'입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위안화가 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포함 되어 제5의 국제 준비 통화가 되도록 IMF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안화가 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편입되면 자동으로 국제 준비 통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IMF는 현재까지 이 요구를 거부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조건, 즉 '자유로운 환율 변동' 조건이 충족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IMF는 5년에 한번씩 특별인출권 바스켓 구성에 대한 회의를 여는데 2015년에 회의가 두 차례 열립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위안화가 올해 국제 준비 통화로 격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위안화 환율 제도의 변경이 이루어진 것은 시사점이 많다고 봅니다.

전희경 : 그런데 8월 11일 당일 IMF는 긴급 논평을 통하여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오늘 인민은행이 발표한 인민 통화의 기준 환율을 산정하는 새로운 제도를 환영한다. 이 새로운 제도로 인하여 시장 세력이 환율 결정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인민 통화의 특별인출권 바스켓 편입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보지만, 인민 통화가 바스켓에 편입되는 경우 중국의 시장 주도적인 환율 제도는 IMF의 특별인출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영철 : 주목할 점은 IMF가 중국 환율 제도의 국제 자본 시장의 활성화와 안정성 같은 장기 파급 효과를 단기 경기 부양책 전략보다 크게 고려한다는 사실입니다.

전희경 : IMF의 견해는 미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고 오히려 고무적입니다. 여하튼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제 금융 시장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중국발 환율 전쟁'의 가능성과 그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의 재발 위험이 과연 크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제 생각에 '중국발 환율 전쟁'이 생길 위험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1930년대의 환율 전쟁이 발생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재 IMF와 같은 세계 금융 질서를 관리하는 국제기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당시 모든 국가의 경제 침체가 매우 심각하여 다른 나라에 미치는 피해를 고려할 여유가 없어 무리한 환율 상승 전략을 단행했다는 점입니다. 끝으로 당시의 세계 경제는 현재와 같이 생산요소, 특히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환율 전쟁'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전희경 : 어떤 미국 경제학자는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은 앞으로 적어도 2년 정도 지속하여 현 수준에서 10% 안팎의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해야 하는 나라들의 환율도 동시에 상승하면 자연히 '환율 전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요?


박영철 : 수출 경쟁국 간의 환율 전쟁은 여러 변수에 의해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이 GDP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가? 중국과의 수출입 품목의 내용은 무엇인가? 제3국에서의 경합도는 얼마인가?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와 내수 시장의 비중은 각각 얼마인가? 등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덩달아 자국 통화의 환율을 상승하는 조치는 오히려 경제적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동 환율 제도 안에서의 점진적인 위안화 하락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만약 중국발 세계 경제 침체가 온다면 그것은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중국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 즉 높은 수출 의존도와 과잉 투자, 자산 가격의 거품 현상, 과도한 정부 빚으로 인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지 결코 '환율 전쟁'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구매력(PP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 준비 통화로 격상되는경우 세계 무역의 신장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중국 자본 시장의 자유화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봅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연기될까

전희경 : 교수님이 방금 말씀하신 주장과 며칠전 IMF가 중국 환율 제도의 변경을 칭찬한 대목과 겹치는 느낌입니다.


여기서 화제를 바꾸어, 중국 위안화 가치 급락에 따라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이 과연 연기될 것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일부 미 언론은 지난주 중국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이유로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을 12월이나 내년 초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교수님 전망은 어떤지요?


박영철 : 미 경제계의 의견은 연기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금리 인상 연기 찬성파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9월 금리 인상 조건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목표치 2%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9월까지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1.3% 정도이다.
2) 현재 진행 중인 달러 강세 현상을 더 강화할 것이다. 미국 수출에 타격이 오고 미국 대기업의 이윤이 감소할 것이다.
3) 9월 금리 인상은 최근 심각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4)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미 노동 시장도 확연한 임금 상승과 생산성 향상의 기미가 없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5)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는 신흥국은 미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Dollar Exodus)'이란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6) 미국의 소비 시장이 아직 얼어 있어 금리 인상은 소비 심리를 위축할 위험이 크다. 예를 들면 <워싱턴 포스트>의 로버트 사무엘슨은 8월 12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연기될까(Will the Fed's Liftoff be Grounded)?"라는 칼럼에서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을 재고하라고 권고한다.

전희경 : 그래도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준이 너무 오래 기다렸다. 실기하는 경우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게 클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제가 보기에는 9월 금리 인상 단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조금 더 크다고 봅니다.

1.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주장인데 중기 목표치 2%에는 미급하지만 1.3%정도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수렴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노동 시장의 개선과 경제 성장률 2.5% 수준은 만족할 만하다.
2. 연준이 너무 오래 기다렸다.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있다. 이처럼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는, 조심스럽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유효한 선제 전략이 된다.
3. 미 금리 인상으로 발생이 우려되는 신흥국의 달러 유출은 예외적 변수가 없는 현시점에서는 그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4. 위안화 가치의 급락이 세계 경제의 침체를 크게 심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미국 경제 성장률에는 미미한 영향을 준다. 중국 GDP의 1% 하락은 미국 GDP의 0.06%포인트 하락을 가져온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5. 만약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는 경우 미 연준의 국제적 신뢰도는 큰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자칫 '양치기 소년'이란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다.
6. 끝으로 미 연준이 9월에 금리 인상을 하거나 12월에 금리 인상을 하거나 그것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3개월의 시차가 문제를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9월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순리이다.

전희경 : 결론적으로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은 단행된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미 언론은 그 확률이 50대50이라고 합니다. 저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1%라고 봅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원광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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