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00일, 악몽보다 끔찍한 현실!

[손문상의 리사이클링 아트] 팽목항

ⓒ프레시안(손문상)

4.16. 진도 병풍도 앞바다.

겨우 숨이 들고 나는 콧구멍 같은 뱃머리가 가라앉고도 아홉의 육신은 아직 뭍에 나오질 못했다. 헬기가 뜨고 내리던 팽목항 마른갯벌 한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노란 부표들이 세월호와 물 속 남은 이들의 표식이 되었다.

슬픈 꿈을 꾼다. 세월호 1년, 그 바다에 위령제를 다녀온 후 같은 꿈을 반복해 꾼다. 내 배는 하염없이 좌표 북위 34.2181° 동경 125.95°를 돌고 있다. 흰 국화들이 파도에 던져지고 물결에 흐른다. 꿈속의 꿈은 오직 본 것 그대로 그뿐이었으니, 이것을 어찌 꿈이라 할 수 있을까? 꿈이 아니다. 꿈보다 더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현실이다. '맹골수도 부표'의 풍경을 넘어서는 꿈은 없다. 꿈의 도덕과 염치는 그 이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세상, 이 시대에 꿈은 '꿈도 꿈이 아니다.'

깨어나 버려진 함석판을 오려 부표를 만든다. 색을 칠하고 '세월'이라 적는다. 이물과 고물의 부표를 판자 위에 고정하고 파도를 만든다. '장소의 기억'과 그 파도 속에 이 시대 모든 야만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을 구겨 넣는다. 분노로 들끓는 물결을 달랜다. 이내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린다. 하지만 현실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세월'이 인양되는 꿈은 꿔지질 않는다. 그러니 저 부표마저 떠나보낼 수는 없다.

500일이 지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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