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굽은 등 짓누르는 것은 바로…

[손문상의 리사이클링 아트]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프레시안(손문상)


송전철탑 129에서 127사이 비 오는 임도(林道)를 걷는다.

빠지직. 감전된 마른 빗방울이 등에 떨어졌다. 놀란 거북이처럼 머리를 어깨 사이로 구겨 넣는다. 피부를 타고 들어가 피를 말리는 느낌이다.

비구름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괴기한 송전탑 철 구조물보다 전류의 거대한 소음이 더 견디기 힘든 공포로 다가온다. 생명은 아니되 마치 혼이 있는 듯 했다. 이 전기를 삼켜버릴 수 천만 명의 아귀 같은 목소리가 일순간 고압으로 신호화된 것처럼. 소음의 진동은 그렇게 고요한 산중을 흐르고 있었다.

동행한 아우 이계삼은 고개를 숙이고 앞서 걷는다. 발에 차이는 작은 돌 하나 주었다. 아무 돌을 주어 봐도 밀양의 산처럼, 수백일을 싸워 오신 밀양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처럼 생겼다. 돌을 보며 앞선 아우의 등이 말하는 안타까움과 숙여지는 고개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여름장마 끝자락. 부슬비 내리는 밀양 평밭마을 푸른 논에는 희디 흰 백로들이 난다. 한없이 평화롭다. 그 평화와 함께 밀양 어르신들의 오랜 싸움의 흔적들이 마을 여기저기에 여전히 남아있다. 765kw 송전철탑 전기는 이제 도시와 자본의 탐욕을 향해 흐르지만 밀양은 이대로 끝난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굽은 등짐을 지고 오늘도 밀양의 고개들을 넘으신다.

이어서 쉼 없이 ‘탈핵’으로 가신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본지 손문상 화백이 '리사이클링 아트'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현장에서 모은 나무, 돌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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