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예비비를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예산을 볼모로 한 특조위 발목 잡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특조위가 애초 요구한 160억 원에서 44% 줄어든 89억 원을 예비비로 확정했다. 인건비 등 기관운영비는 특조위가 요구한 114억 원 대신 74억 원으로 35% 줄였고, 진상조사 비용 등 사업비는 애초 요구액 46억 원에서 69% 줄어든 14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단일 항목 가운데 특조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기관운영비 일부인 여비 항목의 삭감이다. 특조위는 애초 8억 원여 원을 신청했지만, 불과 1억 원만 받게 됐다. 무려 87%가 감소한 액수다. 특조위는 이에 대해 "참사 현장에는 가지 말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정부자료나 검토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반발했다.
정밀과학 조사, 디지털 포렌식 조사 등 진상규명 실지조사 예산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특조위는 "그냥 감사원, 해양안전심판원, 검찰의 조사 결과를 되풀이하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전사회건설, 피해자지원 활동비 또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특조위는 "원활히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며 "(정부가)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특조위 요구만 들어줄 수 없어… 합리적 편성"
기획재정부 측은 '정치적 아닌 합리적 판단에 의한 예산 편성'이라며 항변하는 입장이다.
5일 <프레시안>과 통화한 기재부 한 관계자는 우선 인건비 삭감에 대해 "특조위가 지난 6월에 예비비를 요청해 6월 기준으로 예산을 짰는데, 별정직 공무원이 8월 채용됐기 때문에 편성안에선 2개월분 인건비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비 항목에 대해선 다른 국가 운영 위원회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원회, 대통합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 수준에 맞춰 편성했다"며 "특조위 요구대로 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밀과학 조사, 디지털 포렌식 조사 비용 삭감에 대해선 "과학 조사는 아무래도 배를 건져 올린 다음에야 실질적으로 조사가 들어갈 거로 판단했다"며 "그렇게 되면 이번 예비비가 아닌 내년 예산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예비비는 올해 12월까지만 해당되기 때문에, 내년 예산과는 별도라는 얘기다.
특조위 "올해는 과학조사 않고, 출장도 권익위 수준으로만?"
기재부 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특조위 측은 "끼워 맞추기식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과학 조사라는 게 언제 어떤 수준으로 필요한지는 특조위가 판단할 문제이지, 기재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결코 아니"라며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여비 부분에 있어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해명에 대해선 "사고 지점, 사고 관계자, 피해자 거주지 대부분이 지방이라 특조위 현장 조사 대부분은 출장"이라며 "기재부가 특조위 상황을 일체 배제한 채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재부의 대답은 마치 '올해는 과학조사 하지 말고, 출장 조사도 권익위 수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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